어제 시게에서 어떤 디시인이 대화방 열었길래 들어가서 걍 얘기하다가, 고1 짜리가 공부해야 될 나이에 시게에서 깝치고 있단 소리를 들었어요.
그 뒤부터 "나는 잘하는 게 뭐 있을까." 하면서 평소에 생각하던 게 머릿속을 가득 채우더라구요.
말나온 김에 말씀드리는데, 저희 학교는 특성화고예요. 그래서 실습 시간이 있는데요. 그래픽 편집 도구나 스프레드시트 같은 걸 실습 시간에 배우고 있는데, 다른 친구들은 잘만 따라가는 걸, 저만 못따라가서 안달이에요. 너무 힘들어요.
정말로 이렇게 보면, 잘 하는 것도 없어요. 초등학교 5학년 때, 엄마가 저를 붙들고서 "넌 성격이 좋아, 공부를 잘해, 힘이 좋아?" 하면서 인신 모독을 했던 게 생각납니다... 그때 그거 듣고 너무 울분이 솟구쳤는데, 그게 빈말이 아니라 진짜 제 처지에 맞는 말이라서 더 화가 났어요.
그리고 저는 어떤 한 마디만 없었더라면, 태어나지도 않았습니다.
옛날에 할아버지께서 엄마에게 말씀하시길, "아들이 보고 싶은데, 둘째 좀 낳아달라."고 하셨다더군요. 전 그렇게 해서 태어났어요. 그래서 더 싫어요. 그런데 안 생겨요. 그러니까 오유를 하죠. 생긴 것도 여자 같이 생겼는데, 생물학적으로는 남자예요. 그 어느 것도 내세울 것 하나도 없는 잉여 인간이 접니다. 정말... 사는 게 무섭습니다. 앞길이 캄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