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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소설 한편 올려볼게여
게시물ID : art_216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갤럭시4s
추천 : 1
조회수 : 537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1/12/09 17:05:04
철수씨에겐 여느 때와 다름 없는 하루였다. 깜깜한 오전 열 한시. 그는 더듬더듬 지팡이를 찾았다. 익숙해질 때도 되었는데, 아직도 집 구조는 낯설기만 했다. 손에 닿은 지팡이를 꽉 쥐었다. 그는 타닥타닥 지팡이로 바닥을 치며 신발을 신었다. 현관문을 천천히밀었다. 녹슨 쇳소리가 유난히 예민한 그의 귀를 찔렀다. 철수씨는신경질적으로 문을 닫았다. 위태위태하게 계단을 내려가면서 ‘엘리베이터가 있는아파트로 이사를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계단은 언제나 가팔랐다. 낡은빌라의 문을 열어 빌라를 나왔다. 바람이 날카로웠다. 동네는여러모로 철수씨에게 불편한 곳이었다. 집을 나서면 바로 도로변이 펼쳐졌고, 길은 좁아서 주차된 자동차에 부딪히기 일쑤였다. 지팡이에 의존하며그는 한발한발 앞으로 나아갔다. 찬바람이 불어대는 와중에도 햇빛은 따가웠다. 철수씨는 ‘바람이 차다’고만 느꼈다. 오전열 한시나 오후 열 한시나 다를 바가 없었다. 오늘은 오랜만에 일거리가 들어온 날이었다. 요 며칠간 일거리가 없어서 집에 누워있기만 하던 그였기에 간만에 찾아온 일거리는 반갑기 그지 없었다. 그는 걸으면서 끊임 없이 주먹을 쥐었다 폈다 했다. 아귀 힘을 테스트하기위함이었다. 버스 정류장은 그의 집에서 오 분이 채 걸리지 않는 곳에 있었다. 십 분, 이 십분 씩 걸려서 가던 예전과는 다르게, 요즈음엔 오 분이면 정류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고객과 만나기로한 시간은 열 두시. 버스를 타고 이 십 분이면 도착하는곳이기에, 시간은 넉넉했다. 그는 정류장의 낡은 의자에 앉았다. 행여나 지팡이가 흘러내릴까 한 손으론 여전히 지팡이를 꽉 쥐고 있었다. 선글라스를낀 눈이 어디로 향하는지 그는 알 길이 없었다. 애초에 시선 같은 것이 없는 그였다. 

“지금 뭐 하시는 거에요?”

높고 날카로운 톤. 여자다. 성인이고, 다소 마른 여자. 철수씨는 목소리를 듣고는 목소리의 외양까지 파악했다. 

“뭘 하다뇨?”

“아저씨 변태에요?”

“네?”

그는 당혹스러움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가 들려왔다. 여자가 가까이 다가왔다. 

“아까부터 내 다리 쳐다봤잖아요. 내가 모를줄 알았어요?”

“아니……. 아가씨 나는…….”

여자는 철수씨의 말을 다 듣기도전에 그의 말을 자르고는 핸드백을 뒤져 핸드폰을 꺼냈다. 빨개진 귀에 핸드폰을 대고는 

“경찰이죠? 성추행으로 신고하려고 하는데요”

그녀의 말을 들은 철수씨는 어안이 벙벙하기만 했다. 지팡이를 쥔 손에땀이 맺혔다. 너무 꽉 쥐어서 그런가 싶어 지팡이를 놓았다. 외다리의지팡이는 스르르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너 같은 변태새끼는콩밥을 먹어봐야 되”

여자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철수씨는 그녀의 표정을 볼 수없었지만 알 수는 있었다. 목소리가 이미 그녀의 표정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아가씨, 오해에요. 오해 안 봤다니까? 아니 못 봤어요. 못 봤어”

“지랄”

이러는 사이에 철수씨가 타야 할 버스가 지나갔다. 정류장에선 버스안내 방송이 애타게 흘러나왔다. 

“아가씨 오해에요. 내가 얼른 가봐야 하는곳이 있어서 그래요. 진짜에요. 정말”

“지랄”

“아가씨 나 맹인이야. 맹인 응? 장님이라고 장님. 장님 알죠?”

그는 선글라스를 벗으며 말했다. 양쪽 시선이 따로 노는 그의 눈을보며 여자는 말했다.

“지랄”

그가 무슨 말을 해도 여자는 듣지 않았다. 한참 실랑이를 벌이는 가운데 경찰이 왔다. 차에서 내린 경찰은 여자에게 신분증을 보여준 후 철수씨에게도 신분증을 보여줬다.

“저 아저씨 맞아요?”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목소리를 내지 않은 이유는, 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완벽한 피해자가되어 있었다. 경찰은 철수씨의 팔을 다짜고짜 잡았다.

“서까지 가주셔야겠습니다.”

“아니 안 봤다니까요, 못 봤어요. 못 봤어.”

그의 부르짖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그를 차에 태웠다. 그리고 앞 좌석에 여자를 태우고는 서로 향했다. 차 안에서 철수씨는 끊임 없이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그때마다 여자의 대답을한결 같았다.

“지랄”

서로 도착한 경찰은 차를 멈췄다. 지팡이를 미처 챙기지 못 한 철수씨는 의지할 것도 없이 더듬더듬 앞으로 나아갔다. 나를 좀 잡아달라 고 말했지만 아무도 듣질 않았다. 유리문이 열리고 그는 서로 들어갔다. 낯선 소리와 냄새들. 경찰은 철수씨를 철제 의자에 앉혔다. 솜이 다 터진 의자. 그는 엉덩이가 불편했다.

“이름”

“네?”

“이름이요, 아저씨 이름 몰라요?”

“나 맹인이에요. 맹인 장님이라고. 근데 내가 어떻게 저 아가씨를 훔쳐봐. 안 그래요? 경찰 아저씨. 상식적으로…….”

철수씨가 아무리 말해도 경찰의 대답은 한결 같았다.

“이름”

아가씨의 대답 역시 한결 같았다.

“지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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