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냄비를 꺼낸다 이때 냄비는 양은 냄비가 좋다. 테레비에서 봤는데 양은 냄비로 끓이면 맛이 더 좋다더라
둘째 물을 받는다. 깨끗한 정수기 물(요즘 이과수 정수기가 그렇게 잘 나간다더라)이 좋지만 수도물도 크게 상관은 없다. 혹자는 라면을 끓일 때 스프부터 넣느냐, 면부터 넣느냐 묻는데, 물 병신아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셋째.
소년 소녀 그리고 소년의 엄마와 소녀의 엄마 소년의 아빠와 소녀의 아빠 소년의 삼촌, 소녀의 이모 할아버지, 할머니 친구 친구의 친구 친구의 부모님 의 친구의 장인 어른과 장모님 그 아버지. 동생 직장 동료. 상사 군대 선임 간부님의 죽마고우 를
통째로 냄비에 넣는다
넷째 스프를 넣는다.
다섯째 끓인다
여섯째 맛있게 먹는다
꼬부랑지게 이어진 소년과 소녀. 그 이어짐을 후루룩 삼킨다.
제목:하늘 천장이 무너지는 날 구름이 가깝다
기온이 내려갈 수록 하늘도 내려왔다 천고마비의 계절 하늘은 낮아지고 말들은 병들었다 중년이 가정에서 노숙한지도 어느덧 십년, 이 십년 식은 밥을 묵묵히 쑤셔 넣는 남자 목이 메어 손을 뻗었다 차가운 물 그리고 여자의 눈길 피조물들, 하늘이 낳은 그들도 하늘을 외면하는 순간 늙은 시계는 작동을 멈추었다 아무도 약을 갈아주지 않는 녹슬은 몸뚱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