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원 작가님의 <보통의 존재>라는 책이에요. 산문집이에요. 저에겐 참 좋은 책이었어요. 목적성을 가지고 책을 읽던 저에게 이야기가 끝나도 인생이 끝나지 않듯, 글도 그럴 수 있음을 가르쳐 준 책 이에요. 글은 한없이 허무해서, 마침표를 찍길 좋아하는 제게 매 장이 허망하게 들리던 책 이었어요. 예를 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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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자신에게 선물을 하게 되는 순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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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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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문자가 안 오면 운동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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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것들이요. 짧은 글만 옮겨 적어봤지만 전체적인 글의 흐름이 저를 되게 몽환적으로 만들었어요. 시쳇말로 '밀당 당하는' 기분이었달까요. 당기는 사랑밖에 할 줄 모르는 저는 이 책이 한 없이 싫다가도 끝까지 읽게 되는, 그런 책이었어요. 책 게시판에는 제가 일차적으로 느끼는 이런 감정보다 더 깊게 이 글을 음미해주실 분이 계실 것 같아요. 그래서 이 게시판에서만 이 책을 나눠 드리고 싶어요. 이 책을 보내기 아쉬워서 뒤적거리다가 또 좋아하는 구절을 발견했어요. 이런 글에 저는 한없이 당겨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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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한 명의 사람을 만나는 일은
한 권의 책을 읽거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일과도 같다.
누구든
얼굴에는 살아온 세월이 담기고
모습과 말투, 행동거지로 지금을 알 수 있으니
누군가를 마주한다는 것은 어쩌면
한 사람의 일생을 대하는 것과 같은 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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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렇게 당기는 글은 별로 없구요. 이 책은 끊임없이 독자를 밀어요. "이쯤 거리를 두는게 나야." 하며 말이죠. 이제 이 책과 이별하려구요. 기준이 없으면 공평하지 않은데 공평한 기준을 찾는 것도 일이네요. 이 책의 새 주인이 되어주고픈 분이 계시다면
[email protected]으로 이메일 보내 주시거나 댓글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