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로의 노신사가 장례식장으로 들어섰다. 장례사는 노신사를 반갑게 맞았다. "어서오세요 무슨 일로 오셨죠?"
"아내의 장례문제로 왔습니다"
"저런 유감입니다. 그럼 우선 여기에 아내분의 성함과 몇가지 사항들을 적어주시겠습니까"
그렇게 말하며 장례사는 노신사에게 종이를 건넸다. 종이를 받아든 노신사는 묵묵히 뭔가를 써내려 나갔다.
장례사의 눈에 비친 노신사의 손은 유난히 앙상해보였다.
"아내는 참 예뻤습니다. 모두가 아내를 아끼고 사랑했죠."
불현듯 혼잣말인 듯, 신사가 중얼거렸다.
"네네 그러셨군요" 장례사는 별로 신경쓰지않는 눈치엿다. 계절은 6월로 접어들어 날은 유난히 무더웠다. 창 밖에는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아이들이 보였다. 이런 날씨에도 불구하고 노신사는 땀한방울 흘리지않았다. 노신사가 쓴 밀짚으로 만든 모자가 꽤 시원해보이긴 했지만 그런것치곤 더운 기색도 보이지않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아내는 참 아름다웠습니다. 모두가 아내를 좋아했습니다. 꽃처럼 아름다운 여자였죠."
"부인을 무척 사랑하셨군요."
"아내는 젊었을떄도 아름다운 여자였습니다. 모두의 선망의 대상이었죠."
"네 물론 그러셨겠죠"
노신사는 한참을 묵묵히 써내려가더니, 이윽고 펜을 놓고
"장례비용은 얼마가 되든 상관없습니다. 여기서 최고로 좋게 해주십시요. 떠나는 길에는 최고로 해주고싶은 바람일뿐입니다"
장례사는 한번 싱긋 웃고는, 노신사가 건넨 종이를 받아들었다. 가까이서 보니 노신사는 키가 아주 컸다. 어림잡아 2미터는 되어보였다. 노신사가 입고 있는 검은 정장이 장례식장에 분위기에 매우 어울리는 복장이라고 장례사는 생각했다. 장례사는 노신사가 건넨 종이를 꼼꼼히 살펴보았다. \ "참, 부인의 사망시간은 언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