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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연애와 결혼 이야기
게시물ID : wedlock_22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고양이빵
추천 : 14
조회수 : 577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16/04/19 12:37:46
결혼 3년차 아재입니다.
 
철모르던 학생시절 풋풋한 풋사랑은 마치 동화와 같아서 결혼이야기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 결혼이야기만 할게요. ㅎㅎ
 
제인생에 연애를 크게 세번 해봤습니다.

그중 첫번째 연애 :
- 당시재정능력 : 무직. 온라인게임 아이템 팔아 간신히 현상유지
- 차 : 싸구려 중고차 한대 보유.
- 대학 졸업 직후.

친구의 친구.. 쯤 되는 아해였는데, 왜 연애에 눈이 뒤집히면 자잘한건 별로 안보이잖아요. 첨엔 그냥 만났는데, 나중에 알게되더군요.
이때. 전... 이아이랑 결혼하면 인생 쫑나겠구나. 싶었습니다.
전여친은 부모님하고 틀어져서 혼자 나와 살았는데, 돈없는 상황은 고사하고 제가 돈모을 틈이나 아낄 기회도 없이 부질없이 빚만 늘어가더군요. 
당시 전 돈빌리는건 천벌받는일과 동급으로 생각하던때라 부담이 엄청났었거든요.
학교 졸업하고 취업을 못하던 시기라 되는대로 해보자 하고 막일도 하면서 간신히 현상유지만 합니다.
막일하고 온몸이 쑤셔도 보고싶다면 한시간이상 거리 달려가서 보고. 그런 연애였는데, 돈없어서 겪을 수 있는 자존감의 바닥을 이때 경험했어요.
게다가 평범한 날에 아무리 좋은 코스로 데이트를 해도 꼭 뭔가 막판엔 어그러져서 싸우게 되더군요.
같은말이라도 해석을 달리 하는 케이스.
나중에 헤어지기도 무진장 힘들었습니다.  거의 막장드라마 찍을 뻔 했던 것 같아요.



두번째 연애 :
 당시 재정능력 : 임시직.. 이었다가 그만두고 수개월간 무직기간을 거친 후 연봉 2000이하 직업.
 차는 없음

여자쪽은 잘 사는 편. 여자친구는 의료계열 학생이었어요. 
연애이야기 하면 제주변은 다 잘 만났다고 하지만..
아마도 반대쪽은 그렇지 못했을 것 같아요.
그쪽 부모님이 별로 저를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았거든요.
5년정도 연애하면서 그쪽집에 한번도 초대받은적 없었기도 하구요.
학교 졸업식에서 뵈었는데 저에대해선 몇가지 묻지도 않더라구요.
장거리연애 5년이라는게 무시할 시간은 못되더라구요. 매주 아침일찍 버스 잡아타고 두세시간 거리 왔다갔다 해도 그땐 힘들단 생각 없이 행복하다 생각했어요.
방학되면 열심히 시간 쪼개서 놀러다니고.. 당시엔 참 성격 잘 맞고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학교졸업하고 병원을 더 먼곳으로 가면서 제가 너무 힘들어 지더라구요.
그생활을 2-3년 더 버틸 자신이 없다고 생각한 순간 정말 마지막 끈하나가 툭 끊어지는 느낌이 들면서 모든게 정리됐었어요.


세번째가 지금의 아내입니다.
만날당시 여전히 연봉 2000근처 직장에 당장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 상태.
다 부서져가는 중고차 한대.
여친은 월세내면 남는것 별로 없는 일 하는 중.

제가 돈은 많이 못벌어도 시간은 좀 많은 편이라, 이전 장거리연애에 쓰던 시간을 가까운데 쓰게되니 총력전이 되더군요.
아내는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무슨무슨 행사가 있으면 잘 알아서 그곳만 쫒아다녀도 할일이 너무 많았어요. 저도 새로운 것들을 좋아하는데다 사진찍는걸 좋아해서 다닐맛이 나더라구요.
수많은 인생사진을 이때 건졌어요.
저희는 성격은 정반대인데, 서로의 머릿속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사고회로가 거의 비슷했습니다. 기분도 비슷하니 서로 잘 이해해줘서 싸운적도 거의 없었고 싸우더라도 이야기하면서 뒤끝없이 풀리구요.
사귄지 반년이 채 되지 않아서 아주 편하게(?) 멀리있는 지금의 처갓집을 가게 됐는데 당시 장인장모님이 제 벌이같은건 묻지도 않으시고 좋아하면 되는거 아니냐며 너무도 잘 해주셨어요.
아마 아.. 이정도면 결혼이라는거 해도 괜찮겠구나- 생각을 그때 했던 것 같네요.
그리고 열심히 일하면서 연애하다 제 인생에 신분상승의 기회가 왔는데, 보기좋게 날려버립니다.-_-
부족한 공부. 연습. 제 문제였어요.
완전 우울해있었는데 그저 지나가는 거라며 응원해주는 지금의 아내를 완전 믿게 됐어요.
그리고 그해 집문제가 해결되자마자 바로 결혼 진행- 3개월후에 결혼합니다. - ㅅ-

허니문베이비가 생겼고...

그해 6월 연봉이 뻥튀기 됐어요.ㅎㅎ
물론 아직 내세울 수준은 아닙니다만-

지금은 십육개월된 딸래미가 이쁜짓 하고 있고, 열심히 일하면서 맛난거 먹고 즐거운 구경하기 위해 열심히 살고 있네요.



점심시간에 쓰고보니 제법 장황한 이야기네요.ㄷㄷ
결론은 결혼이라는게 정말 아. 해도 되겠다 싶은 때가 있나보다 - 하는 정도랄까요.

분명 여유로운 삶은 아닐진대 마음만은 항상 넉넉해서 좋아요 ㅎㅎ
아이랑 같이 다니느라 동선이 반으로 줄어든건 안자랑 ㅎㅎ 그래도 아이가 이뻐서 자랑 ㅎ

결혼 나쁜거 아니예요~
모두들 이쁜사랑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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