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생각했지만,
찬찬히 짚어보면 내가 상처를 준게 더 많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렇게 착하게 마음을 먹게 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쓸려서 상처가 나고, 피가 맺히고, 약 바르고 호호 불어주면 나을 줄 알았더니 멍이 되어서 나를 간간히 괴롭히기도 했다. 짜 버리면 다 나을 것 같은 종기가 되었다가 막상 짜내려 하면 너무 아파 반나절을 엉엉 울었다.
내 주변 사람들은 그 것이 이제 사마귀가 되어서 조그만 흉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아직 나에겐 스칠때마다 신경쓰이는 종기다. 그래도 많은 발전이 있었다.
사람을 만났고, 많이 기대하지 않는 법을 알게 되었고, 사랑받으려고 노력하는 법도 알게 되었다. 내 자신이 무섭게 증오하던 그 아이는 나에게 무관심 했던 것이 아니라 내가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해서 였고, 그게 그 아이의 최선이었다는 것도 이제는 안다. 하지만, 이제 안다고 해서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저 이젠 내가 좀 착한 마음을 먹기 시작했구나 정도. 그 아이가 받은 상처는 안중에도 없다는 것이다. 나는 정말 무서운 사람이다.
가슴 따뜻한 충고를 들었다. 하지만 언제나 경계해야 한다. 모든 걸 기대려고 하는 순간, 파멸하는 건 나 자신이다. 하지만 역시 마음이 따뜻해졌다. 좋은사람들. 모두가 집에 가버리고 우리 밖에 남지 않았던 술집을 나오면서 중얼거렸다. 누군가를 생각해준다는 건 여전히 멋진 일이었다. 사랑스러운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