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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겨서 미안해요
게시물ID : freeboard_22681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곰발41944;
추천 : 14
조회수 : 460회
댓글수 : 14개
등록시간 : 2006/12/17 03:05:15
20살 여학생입니다.
오늘 눈 오길래 신나서 친구랑 새벽인데 동네 운동장에서 뛰어놀다 왔어요.
그러다 친구가 노래 불러달라길래 밤이라 시끄럽게 할 순 없고
가는길에 조용하게 켈리클락슨의 A moment like this 를 맨 첫소절만 불러줬어요.
전 노래도 좋아하고 춤도 좋아하고, 그런 저를 보면서 즐거워하는 사람들 보는 것도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항상 망각하곤 해요 제가 너무 뚱뚱하다는 걸. 

고2 때 제가 집에 가는길에 어떤 고3 날라리 남학생들이
"ㅅㅂ 저년은 저렇게 살찐게 여자라고 얼굴 처 들고 다니냐" "쟤네 엄만 쟤 낳고 살고 싶었을까?ㅋㅋ"
이런말 하는것도 들은적 있어요.

아무튼, 친구가 불러달래서 앞부분만 정말 조용히 불러주고 둘이 민망하다면서 그냥 지나가는데
거기 남학생 4-5명이 있었더라구요.
벌써 제가 지나갈때부터 "어우...ㅅㅂ" 이런 소리 들리길래
아...그래 내가 이 시간에 노래를 부른게 잘못이지...싶어서 그냥 참았는데
또 뚱뚱하고..뭐...어쩌고... 그리고는 눈 뭉쳐서 저한테 던지더라구요. 맞은데 많이 아팠어요.
그리고 계속 따라오면서 낄낄대고. 일부러 제 친구가 파출소앞으로 지나가자고 해서 그리로 갔더니
더는 안 따라오는데 멀리서 약올리고 그러더라구요.
싸움 붙었으면 제가 졌겠죠. 그리고 제가 반응하면 작정하고 팰 생각인지 계속 알랑대고...

저보다 어려보이는데... 많아봐야 고2쯤 되어보이던데 인생 그렇게 살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맞아요. 저 싸움도 못하고 잘 노는애도 아니에요. 
살도 많이 쪄서 40kg 이런 애들하고 붙여놓으면 거의 곰 처럼 보이는 수준인거도 다 알아요.
그 나이쯤 되면 친구들이랑 있으면 만만한 애들 놀리고 그래도 세상이 다 내편같으니까 
한때는 그럴수도 있다고쳐요... 

그래도 저 정말 열심히 살고있어요. 남들 웃게만들고, 즐겁게 만드는게 좋고 기뻐서 열심히 살아요.
제발 부탁이니까 못생겼다고, 자기보다 우습게 보인다고 깔보지 마세요. 상처가 생각보다 큽니다.

저요, 여자라고 보호받고 싶단 생각은 안해요. 공주대접 받고 싶은 것도 아니에요.
남자들하고 모이면 저도 돈 똑같이 내요. 무거운 것도 괜히 남자들 들게하는 거 꼴깝같아서 들 수 있는건
다 제가 들고 그래요. 그거 당연한거 맞잖아요.

그것보다 그냥 절 놀리지나 말아줬으면 좋겠어요. 옛날엔 괜히 센척하느라 친구들 앞에선 그냥 
그런일 있었다 웃긴다 ㅋㅋ 이러고 지나가고 뒤에선 목 쉬도록 울고 그랬지만 이젠 그렇게 우는 것보다도
살아갈 용기가 안나요. 이러다가 취업은 할 수 있을까? 꿈은 이룰 수 있을까?

가끔 살아가다 한번씩 이런 일이 생기면 정말 소위말하는 "주먹 좀 쓰는" 사람이 친구로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기도 하네요. 아무리 이성적으로 생각하려 해도 때리고 싶거든요 저런 애들.
하지만 살을 찌운건 일단 제가 그 사람들한테 절 놀릴 빌미를 준거니까 제 잘못도 있겠죠?

그래도 나이 20살 헛먹은건 아닌 거 같아서 기쁩니다.
이제는 이런 일 생기면 '이번 기회를 통해 나도 더 노력해서 변화해야겠다'란 생각이 먼저 드네요.
슬프고 내가 밉고 이런 감정보다도요...

전 여자의 입장에서 쓴거지만. 남자분들 중에도 이렇게 느끼는 분 가끔 있으시겠죠?
남자든 여자든, 그 사람이 어떤 가치를 가졌는지를 알기 이전에 외양가지고 폄하하고 놀리고
심지어는 그 사람을 낳은 부모님까지 들먹이며 놀리는 건 정말 그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새벽에 나가서 놀다가 쪼끔 심기가 불편해서 글 올립니다. 몇분이나 읽으시려나...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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