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교3학년 시절...어쩌면 희진이와는 별개로 전개된 나의 암울한 시기였지만 그 당시 사귀었던 친구들이 있어서 그렇게 어둡다고만은 할수 없던 시절이었다. 그 당시 나의 하루 일과는 학교가 마치는 시간이면 시작되었다. 보충수업이나 자율학습은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가 간다고 생각하셨는지 땡땡이를 쳐도 선생님들은 눈을 감아주셨었다. 화실에 다닐때부터 보충수업이나 자율학습은 하지 않았던 나였기에 더욱 그러했을거라 생각한다. 정규수업이 끝나면 친구녀석들과 어김없이 학교 근처 당구장에서 시간을 죽이며 밤시간의 스케줄을 잡고 해가 서서히 질 무렵이면 대학로로 향 하였다. 낮에 아이들의 협조하에 용돈이 두둑하게 생길라치면 대학로가 아닌 이태원으로 넘어가 그 당시 학교 친구놈들중에 웨이터 보조를 뛰는 놈들이 많던 나이트에서 새벽까지 시간을 죽이며 술마시고 여자애들과 놀았던 것이 거의 일과였다. 참...교복을 입지한고 지내던 고교시절이었고 또 유흥업소들에서도 고교생임을 알면서도 묵인하고 우리들에게 문을 개방하던 그런때였기에 아무 런 거리낌없이 술을 마시고 대학생들과도 어울렸었다. 밤을 꼬박 세우고 술을 마시고 첫차가 다닐 무렵이면 학교로 가서 담을 넘어 교실로 들어가 책상을 붙여놓고 한숨 붙이고 있으면 일찍 등교하는 아이들이 우리를 깨웠고 나와 친구 녀석들은 일찍온 급우들의 도시락으로 아침을 때우기 일쑤였었다. 고교3학년 거의 1년을 그렇게 허비하며 나름대로의 이유있는 방황이라고 합리화 하려던 방탕한 생활을 한참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그때도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한참 친구들과 술을 마시던 중이었다. 어디선가 다가운 시선이 나를 주시함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을때 내 눈에는 실망스런 시선으로 눈물을 글썽이며 바라보고 서 있는 희진이를 발견 할 수 있었다. 술기운이 사라지고 가슴이 답답해지며 쥐구멍이라도 찾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애써 태연한 척 희진이에게 다가갔다. 낙하 " 오랜만이다....여긴 왠일이냐? " 희진 " .......... " 낙하 " 반갑지 않나 봐...난 무척 반가운데.. " 희진 " 이런거였니? " 낙하 " .........." 희진 " 너 이렇게 지내려고 그림 그만 둔거야? " 낙하 " 이게 뭐 어때서.... " 희진 " 낙하야 너한테 이런 모습 어울리지 않아. " 낙하 " 이런모습? 그게 어떤 모습인데? 지금 내모습이 나란 놈이야... " 희진 " 지금이라도 다시 시작 하자. " 낙하 " 난 지금 만족한다 저놈들 니가 보기엔 형편 없어 보여도.내게 소중한 놈들이다. " 희진 " 어찌 됐든지 간에 낙하야. " 낙하 " 그만 가라!! 어차피 너랑 나랑은 환경이 틀리잖아. " 희진 " 그게 무슨 말이야?" 그때 친구놈들 중에 철진이 놈이 내쪽으로 다가왔다. 철진 " 낙하야.. 누구냐? 니깔이냐? 쌈쌈하다." 낙하 " 희진아 그만 가라. " 희진 " .......... " 철진 " 언제부터 이런 범생이 같은 여자애를 다 알고 지냈냐? 같이 놀자.그렇지 않아도 심심하던 차에. " 낙하 " 철진아. 가서 술이나 먹어라. 그런애 아니다. " 철진 " 새끼. 괜찮아 임마! 그냥 같이 앉아서 이야기나 하자는 건데 뭐. " 낙하 " 그만 하고 저리 가라고 씨발롬아!!! 그리고 희진이 너 빨리 가라. " 희진 " 같이 가자. 낙하야 " 철진 " 야!! 씨발 영화 찍냐? 같이 놀자는데 왜 화는 내고 지랄이야 " 낙하 " 야...천진이 너!! 내가 신경 끄라고 했지. " 난 철진이에게 달려들어 주먹으로 후려쳤다. 순간적으로 격해진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철진이를 향해 화를 풀고 있었다. 갑작스런 싸움에 친구놈들이 달려와 말리기 시작했고 난 친구들을 뿌리치며 죽어라 철진이를 향해 달려 들었다. 그런 내모습에 실망한 듯 뒤돌아 뛰어가는 희진이를 볼때까지..계속. 아마도 그건 철진이를 향한 화풀이가 아니라 못난 모습을 보인 내자신에 대한 분노를 엄한 철진이에게 터트려 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철진 " 낙하 이 씨발롬아. 이새끼 취했냐? 왜 지랄이야. " 낙하 " 미안하다. " 철진 " 낙하 이 개새끼.너 뒤지고 싶냐? " 낙하 " 그래 지금 같아서는 확 뒤져버리고 싶다. " 나는 울고 있었고 그런 모습에 오히려 의아해 하며 철진이 놈은 더 성질도 내지 못하고 머쓱해 했다. 철진 "이새끼 왜 이러냐? 맞은넌 난데 왜 저 새끼가 쳐 울고 지랄이냐. " 낙하 " 미안하다. 철진아. 그리고 나 먼저 간다. " 희진이 모습을 다시 볼까하고 희진이가 뛰어 간 버스 정류장 쪽으로 뛰어갔다. 변명이라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지만 미친듯이 희진이가 간 곳을 향해 뛰어갔다. 달려간 버스정류장 근처에서 택시에 오르는 희진이를 보는 순간 내 발은 땅에 붙은 것처럼 움직일 수가 없었다.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었고 희진이의 얼굴을 다시한번 제대로 보고 싶었는데 발은 떨어지지 않았고 눈에서는 눈물만 하염없이 흘렀다. ' 그래...어차피 이건 아니야... ' ' 아냐 그래도 희진이가 많이 놀랫을꺼야... ' 이런 생각들이 머리속을 뒤집어 놓았고 희진이가 탄 택시가 옆을 지날 때는 등을 돌려 피할 수 밖에 없었다. ' 씨발 그렇게 보구싶었었는데... 병신 같은 모습만 보이고.. ' 내 자신에게 욕을 퍼부으며 달려가는 택시의 뒷모습에서 희진이의 얼굴을 그리며 한동안 움직이지도 못하고 서 있었다. 대학로에서 그일이 있고서 몇일이 지난 때 였다. 학교를 마치고 나오는 내 눈에 낮설지 않은 외제차 한대가 교문 앞에 보였고 나에게 손짓하며 서 있는 희진이 오빠를 발견할 수 있었다. 희진오빠 " 낙하야...여기다. " 낙하 " 안녕하세요. " 희진오빠 " 타라. " 아무 말없이 친구들을 뒤로하고 희진이 오빠의 차에 올랐다. 희진이 오빠가 날 데려간 곳은 돈암동의 작은 술집이었다. 희진오빠 " 자..낙하 한잔 받아라. " 낙하 " 예. " 희진오빠 " 내가 왜 왔는지 궁금하지? " 낙하 " 예 " 희진오빠 " 자.. 우선 한잔 마시고 천천히 이야기 하자." 말없이 네다섯 잔의 술잔이 비워지고 채워졌다. 희진오빠 " 낙하야....요즘 힘드냐? " 낙하 " 아뇨. " 희진오빠 " 그래? 희진이는 많이 힘들어 하던데. 네 걱정도 많이 하고..." 낙하 " ........... " 희진오빠 " 사실은 희진이가 부탁해서 찾아 왔다." 낙하 "........... " 희진오빠 " 이야기 듣자하니 너그림 그만 두었다며? " 낙하 " 예..................." 희진오빠 " 이유는 묻지 않으마 난 희진이 오빠로서가 아니라 널 아는 형으로서 찾아온거다. 낙하 니가 지금 방황하고 그림도 집어치우고 다니는건 다 좋다. 내가 희진이에게 들어온 바에 의하면 이유없이 막무가내로 그럴 놈은 아니라 믿어.. 오늘은 이형 이야기 좀 할게... 우리집 와봐서 알겠지만 그렇게 정상적인 집은 아니다. 아버진 호인이시지만 어머니 목소리가 높은 집이고 또 돈이면 다 됀다는 생각 가진 남들이 쉽게 말하는 졸부 집안이다. 난 사람들이 앞에서는 아부하고 뒤에서는 욕하는 그런 모습이 싫었다. 그래서 집도 나와서 물론 어머니 돈이지만 혼자 사업이라고 하고 있는거야.. 너보다 한때 더 방황하고 사고 치고 그래봐서 그런데... 사내라면 나중에 후회할 짓만은 하지 마라.. 무슨말인지는 알고 있을것이라고 생각한다. " 낙하 " .......................... " 희진오빠 " 그리고 희진이 애써 멀리하려고 하지마라. 내동생이라서가 아니라 맘은 여리지만 속은 깊은 애다. 그리고 이형은 낙하 맘에 든다. 행여 우리 어머니가 머라하든 난 희진이랑 낙하가 친하게 지냈으면 해 예전보다 더.. " 낙하 " .......................... " 난 고개를 들수가 없었다. 희진 오빠 " 자!! 오늘은 취할때까지 한번 마셔보자. 어깨 피고 임마...남자는 어떤자리 어디서든 당당해야 돼는거야..." 낙하 " .................. " 그렇게 난 그날밤 희진이 오빠와 더 이상 술잔을 들수 없을때까지 술을 마셨고 희진이 오빠네 집에 가서 함께 잠을 잤다. 깨질듯이 아픈 머리를 붙잡고 눈을 떠보니 아파트는 비어 있었다. 물을 마시기 위해 식당에서 나는 식탁위에 차려진 북어국과 메모 하나를 발견 할 수 있었다. 『 일어 났냐? 오랜만에 끓여본 북어국인데 어떨지 모르겠다. 기운차리고 술 마시고 싶으면 연락해라. 열쇠는 경비실에 맡기고 가면 된다. 기운 내 임마. 참 오후에 화실가서 희진이 한번 만나봐라 기다릴꺼다. 』 맛은 없었지만 나는 북어국을 전부 비우고서 간단히 샤워를 한후에 아파트를 나와 열쇠를 경비실에 맡기고 화실로 향했다. 화실 근처에서 한참을 서성이다가 화실에 들어가는 아이에게 부탁해서 희진이를 나오라고 했다. 잠시 후 희진이가 내려왔다. 희진 " 왔구나. " 낙하 " 그날은 미안했어. 본심은 아니었는데..." 희진 " 알아 괜찮아. " 낙하 " ............ " 희진 " 많이 힘든거야? " 낙하 " 아냐....괜찮아. " 희진 " 정말 괜찮은거야? " 낙하 " 그래 괜찮아...이제 희진이 네가 걱정할만한 행동은 안할께... " 희진 " 그럼 다시 그림 그릴꺼야? " 낙하 " 그건 힘들어...손도 다 굳었고. 그 대신 넌 꼭 약속 지켜야 한다...홍대 알지? " 희진 " 치. 낙하 넌 네 맘대로 하면서 나한테만 약속 지키라는게 말이 돼니? " 낙하 " 어쨌든.. 자 올라가서 그림 그려...보고 싶으면 내가 찾아 올께. 나 간다. " 희진이의 미소를 보았고 나도 오랜만에 밝게 웃을 수 있었다. 집으로 향하는 내내 한동안 잊고 있었던 웃음을 한꺼번에 웃는 것처럼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지도 않고 미친놈처럼 계속 싱글 거리며 집으로 돌아 왔다. 그때 벌써 입시는 다가 오고 있었기에 날씨는 쌀쌀해져오고 있었지만 내 마음은 알수 없는 따뜻함으로 가슴이 뜨거워 지는걸 느낄수 있었다. 마음을 다져 잡고 방황의 시기를 마치겠다고 희진이와 약속 후에 무분별하게 놀던 습관을 정리하고 집에도 매일 매일 들어갔지만 목표를 잃어버 리고 떠 다니던 내 생활은 무미건조 했었다. 공부에 대한 흥미는 내 마음속을 떠나버린지 오래였었고 대학이라는 곳에대한 미련이나 동경하는 마음은 남아 있지 않았다. 오랫동안 너무 크게 차지하고 있던 미대에 대한 나의 열망을 빼내어버린 내 마음에는 그 빈공간을 채워 줄 만한 다른 어떤것도 발견 하기에 쉽지 가 않았기에 더욱 그러했다. 그렇다고 다시 친구들과 어울려 술마시고 싸움질이나 하는 생활로 돌아가긴 싫었다. 희진이와의 약속도 약속이지만 그런 생활이 허전한 마음을 채워 줄수 없고 오히려 마음속에 더 큰 공허함만을 남긴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그 동안 내가 모아두었던 홍대 입시 자료와 기존의 족보들을 정리하였고 새로운 정보들을 수집하는데 열중 했다. 대.리.만.족 어쩌면 그걸 느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당시 선지원 후시험제도하에 대입시험을 치르던 때라 입시상담은 선생님들과 학생들의 학교 지원에 대한 의견충돌로 전쟁터 분위기였다. 시험이 얼마 안남고 원서접수 기간이 되고 선생님들과의 면담이 잦아 졌지만 난 선생님들과의 면담이 거의 없었다. 선생님들도 이미 나를 포기한 상태 였었고 그렇지 않아도 모자란 시간 낭비하지 않으시려는 생각이었다고 생각이 든다. 담임이 내게 무책임하게 내뱉은 한마디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어쩌면 평생 잊지 못할 한마디 말 중에 하나일지 모른다. 선생님 " 낙하 너도 시험 볼꺼냐 ? 집에서 가까운데 원서 사와라 써 줄께. 의무감에 보는거라면 시험이라도 편하게 봐야지. " 낙하 " 서울시립대가 제일 가까운데요. " 선생님 " 이자식아 그래도 거긴 너무하잖아. " 낙하 " 애들이 사 온 원서 중에 남는 것 있음 아무거나 하나 써주세요. " 선생님 " 하긴.. 네 생각에도 원서 사는 돈도 아깝지? " 낙하 " .............. " 위의 대화가 내가 12년의 초중고 교육을 마감하는 남들은 나머지 인생이 판가름되는 입시에 대한 기억 전부였다. 몇몇은 날 부러워한다고 느끼던 놈들의 눈길이 지금 생각해보니 한심한 눈으로 기억속에서는 떠오른다. 나의 대입시험은 문제지도 보지 않은채 답안지를 메우며 지루한 시간을 때우기 위한 몸부림으로 끝이 났다. 다음날 면접에는 가지도 않았고 난 조조할인 영화를 본 후 희진이가 실기를 치르고 있는 홍대로 향했다. 홍대에 도착한 내 눈에 비치는 학교 정문은 더이상 예전에 머릿속에서 내가 캠퍼스의 꿈을 키우고자 했던 희망의 문이 아닌 이제는 내가 넘을수 없는 하나의 바리케이트처럼 여겨 졌다. 난 그 선을 넘지도 못하고 기둥에 기대어 담배를 빼어물고 시험 전까지 희진이와의 기억을 되내이고 있었다. 희진 " 홍대는 실기가 너무 까다로워..낮춰서 지원할까? " 낙하 " 무슨소리야? 홍대는 정밀묘사로 좀 특이한게 그 동안 많이 나왔어 " 희진 " 그래. " 낙하 " 가령 벽돌 하나 주기도 하고 또는 성냥통 하나를 주기도 하고 " 희진 " 너무 단순하자나. " 낙하 " 거기에 네 아이디어가 들어가야지..벽돌을 깨트리고 그걸 그린다든가. 아니면 성냥을 반쯤 태워서 그걸 그린다든가.. " 희진 " 그래..그럼 좀 남다르고 특이하겠다. " 낙하 " 홍대 교수님들은 그런 창작성을 높이 쳐준다고 들었어. " 희진 " 그래...낙하 너도 같이 보면 좋았을텐데. " 낙하 " 난.......암튼 희진이 너 꼭 들어가는거다...알았지? " 희진 " 열심히 할께." 한참 기억을 더듬던 내 어깨를 치는 손이 있었다. 언제 왔는지 희진이 오빠가 내 옆에 서 있었다. 낙하 " 형 오셨어요? " 희진오빠 " 그래..낙하는 시험 잘봤냐? " 낙하 " 아뇨...아시잖아요. " 희진오빠 " 그래 지긋지긋한 시험 이야긴 하지말자. 이녀석 나올 때 멀었나? " 낙하 " 아뇨 거의 끝났을 텐데.... " 희진오빠 " 희진이 녀석 나오면 같이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 " 낙하 " 네..... " 희진이는 생각보다 늦게 나왔지만 그래도 밝은 얼굴로 나오는 모습에 난 안도의 숨을 쉬었다. 우리 셋은 희진오빠가 예약해 두었던 음식점으로 향해서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희진오빠 " 낙하 그동안 많이 밝아져서 다행이다. " 낙하 " 형 덕분이죠. 뭐... " 희진 " 오빠 오늘시험 낙하덕에 나 너무 잘본거 같아... " 희진오빠 " 그래? " 낙하 " 내가 뭘 했다고..... " 희진 " 아냐.....진짜 도움 많이 됐어." 희진오빠 " 에이 철없는 자식아 지겹지도 않냐? 시험이야긴 집어치우자. " 희진이 오빠는 날 의식해서였는지 시험을 잘보고 기뻐하는 희진이의 말을 가로막고 화제를 돌리려 했다. 낙하 " 전 괜찮아요....희진아 대학생 돼고나서 나 무시하면 안됀다. 하하" 희진 " 아. 미안..내 생각만 했구나...내가 이렇다니깐. " 낙하 " 괜찮아....난 기분 좋다. " 희진오빠 " 낙하야 혹시 이 녀석이 대학가서 한눈팔거나 낙하 무시하면 나한테 말해. 이녀석 내가 혼내 줄테니까. " 희진 " 치.....언제부터 둘이 짝짝꿍이 된거야. " 희진오빠 " 하하 녀석 질투하는거냐? " 희진이는 이미 대학생이 된듯한 분위기로 우리는 웃으며 저녁을 먹었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난 웃고 있었지만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홍 대 정문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걸 느꼈다. 저녁을 마치고 희진오빠는 용돈을 건네주고 돌아갔다. 희진오빠 " 오늘은 맘껏 놀아라. 오빤 이만 빠진다. " 희진 " 역시 분위기 파악은 잘한다니깐. " 희진오빠 " 녀석 벌써부터 오빠 찬밥 신세냐? " 희진 " 그럴리가 영원한 나의 봉인데. 헤헤" 희진오빠 " 하하 낙하야. 희진이 재미나게 해줘라 형은 간다. " 낙하 "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 희진이 오빠는 차를 몰고 먼저 자리를 떠났다. 희진 " 낙하야 우리 어디갈까? " 낙하 " 일단 좀 걷자. " 희진 " 그래. " 희진이 오빠가 돌아가고 난 희진이와 한동안 말없이 길을 걸었고 나를 의식했는지 희진이도 아무말 없이 걷기만 했다. 낙하 " 우리 술 한잔 할까? " 희진 " 술? 나 안 마셔봤는데. " 낙하 " 한잔만 해봐... 그럼. " 희진 " 그래.. 까짓것 오늘 술맛 한번 보자. " 평소 같으면 어림도 없을 제안을 희진이는 흥쾌히 받아 들였고 그렇게 조그마한 술집에 들어가 희진이와 마주 앉았다. 낙하 " 한잔만 마셔.. " 희진 " 마셔 보고 나서. " 난 연거푸 술잔을 비웠고 안주가 나오기도 전에 소주 한병 정도를 마셔버렸다. 희진 " 천천히 마셔....안주도 안나왔는데... " 낙하 " 미안하다. " 희진 " 뭐가?" 낙하 " 네가 시험 잘봐서 기쁜데.. 많이 축하해 줘야 하는데... 왠지 자꾸 맘속이 허전한게....이상해. " 희진 " .................... " 낙하 " 이럴꺼면 오늘 널 만나는게 아닌데. " 희진 " 아냐. 난 시험 잘본것 보다는 네가 와 주어서 더 기분 좋은데. " 낙하 " 고맙다. " 말없이 난 빠른 속도로 소주 2병을 비웠고 희진이는 몇번 제지하려 하다가 가만히 날 말없이 지켜 보기만 했다. 낙하 " 술도 별로다. 나가자... " 술집을 나와 난 희진이와 잠시 말없이 걸었다. 희진 " 낙하야 괜찮아? " 낙하 " 괜찮아.....취한거 아냐. " 희진 " 정말 괜찮은거야? " 낙하 " 희진아 우리 한강가자..... " 희진이의 대답도 듣기전에 난 택시를 잡고 희진이와 한강으로 향했다. 어스름한 불빛 아래 한강에 희진이와 한참 동안을 강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언제 부터인지 희진이는 몸을 떨고 있었다. 낙하 " 추워? 말을 하지...바보" 희진 " 아냐 괜찮아... " 낙하 " 괜찮긴...자.... " 난 잠바와 목도리를 희진이에게 둘러주고 한바탕 한강둔치를 뛰었다. 차가운 한강의 저녁 공기에 가슴이 터지도록 뛰어 보았다. 답답하던 가슴이 조금은 트이는 듯한 기분에 기분이 좋아졌다. 희진 " 낙하야!! 나 이제 괜찮아 옷 입어..춥잖아 .... " 낙하 " 괜찮아 시원하고 좋은데 뭐..머리가 맑아지는거 같아. " 희진 " 낙하야..이런이야기 그렇기는 한데..이제 어떻게 할꺼야? " 낙하 " 나? 글쎄 컴퓨터나 배워볼까 해.... " 희진 " 컴퓨터?" 낙하 " 요즘 컴퓨터로도 그림 그린다더라...전망도 괜찮데. " 희진 " 그래? " 낙하 " 응..나 그거 해보려고 해. 다음달부터 학원 다닐거야. " 희진 " 그럼 대학은? " 낙하 " 이제 나한테 별 의미 없다. 대학이란거. " 희진 " ................... " 낙하 " 걱정 하지마.....으~ 춥다 그만 가자. " 희진이를 바래다 주고 집에 가는길에 소주 한병을 더 마시고 집에 들어갔다. 그날은 왠지 잠을 자기 힘들것 같아 술기운에 빨리 하루를 보내고자 했던 생각이다. 희진이는 자신의 예감대로 또 나의 기대대로 홍대 회화과에 당당히 합격을 했고 난 희진이에게 말했던 데로 컴퓨터 학원에 등록하고 학원을 다니 고 있었다. 희진이와 나는 그렇게 서로 다른 1991년도를 맞이 하게 되었다. 대학생과.....학원생으로..... 다음 주에 다음편 올리겠네요...즐거운 주말들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