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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최진기의 끝내주는 전쟁사 특강 2 - 세계편
게시물ID : readers_2269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R18
추천 : 1
조회수 : 124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11/16 02:42:23
캡처.PNG


왜 학교에서 배운 세계사는 이것보다 한참 재미가 없었을까?

얼마 전에 사서 후루룩 읽어버린 책입니다.
사실 이 책을 펼칠 때는 절반 쯤 읽고 쳐박아 둔 마션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았죠.
그렇지만 지금은 아주 후련합니다. 마션을 읽는 것보다는 훨씬 재밌는 책이었으니까요.

제가 최진기 강사를 처음 알게 된 건, 2008년 말에 게임회사에 입사하게 된 직후였습니다.
그 당시 프로그래밍 팀에 저보다 조금 어린 프로그래머가 한 명 있었는데, 이 친구는 특이하게도 인문학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습니다.
저는 아직도 시뮬라끄와 시뮬라시옹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합니다만, 그 두 단어를 그 친구 입에서 처음 들었습니다.
그 친구가 항상 보던 강의가 최진기 강사의 강의였습니다.
'그냥 말을 좀 재밌게 하시는 분이네.' 이게 제 인상의 전부였습니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흘러, 오유에서인지 어딘지 기억은 잘 안 납니다만 최진기 강사가 세계대전 발발의 원인에 대해서 설명하는 짧은 동영상을 본 적이 있습니다.
'독일도 식민지가 탐났는데, 바다랑 인접한 곳도 없고 다른 애들이 다 먹어서 먹을 게 없었다. 그래서 쌈박질을 시작한 거다.'라는 게 그 강의의 요지였습니다.(물론 지금 리뷰하는 책에서는 단순히 식민지나 경제적인 요인 뿐만 아니라 내부의 불화를 외부의 요인으로 해결하려 했다는 시각도 첨언함)
제 주 관심사는 전쟁, 군사, 병기입니다. 이런 얘기가 재미없을리 없죠. 평소같았으면 딴짓하면서 대강 봤을텐데, 그 순간만큼은 제 스스로도 놀랄만큼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이번에도, 영상만 보고 최진기 강사에 대한 일은 잊고 맙니다.

얼마 전에 서울에 나갔다 올 일이 있어서 종각에 있는 서점들에 들렀습니다. 원래는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만 살 생각이었는데, 같은 서가에 이 책이 꽂혀 있더군요.
저는 사실 어렵게 얘기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타입이라, 몇 번 훑어보고 바로 집어서 계산했습니다.
딱 제가 원하는 스타일의 책이었으니까요.

일단 이 책은 마치 최진기 강사가 직접 설명해 주는 듯한 대화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재밌는 부분을 예로 들자면, 어떤 개념을 설명할 때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소재를 이용한다는 점입니다.
페르시아와 그리스의 전쟁을 설명하면서 크세르크세스를 가리켜 '영화 300에 나왔던 그 왕, 하지만 그렇게 이상한 사람이 아니었다.'라는 식이죠.
따라서 '전쟁사'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쉽게 읽힙니다.
전략이나 전술, 그리고 유명하지 않은 다른 전투들에 대해서 자세히 다루지 않은 것은 조금 아쉽지만, 적어도 전쟁사라는 것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에는 충분합니다.
그리고 전쟁사를 이해함과 동시에 세계사 시간에 그냥 흘려들었던 개념들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학창시절에 잠을 자거나 만화를 그리는 그다지 성실하지 못한 학생이었거든요.
이 책을 읽고서야 헬레니즘 문화가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든 생각은, '이렇게만 가르치면 굳이 복잡하게 스토아 학파니 에피쿠로스니 외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공부할 수 있었을텐데.'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만큼 세계사에 대한 지식이 희박한 사람이라도 재미를 붙일 수 있도록 쓰여 있다는 것이지요.

책값이 아깝지 않은 한 권이었습니다.

다음에는 이 책의 1권인 한국 전쟁사에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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