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생각없이 옷을 입고 나갔었습니다. 일끝나고 돌아오는데 무지 춥더군요. 마을버스만 탔었지만 너무 추운나머지 오늘은 먼저오는 시내버스를 타버렸습니다. 그리곤 딴생각을 하다가 한정거장 지나서 내렸습니다.
덕분에 한참을 걸어오는데 기분이 묘하더군요 눈쌓인 밤 길이란. 평소에 안하던 짓도 했겠다, 갑자기 천천히 걷고 싶어지더군요 그동안 바쁘지도 않은데 항상 퇴근길은 헐레벌떡했을까? 같은 생각도 해보고 노래도 흥얼거려보고 저 멀리 아파트 단지쪽도 처다보고 이상하게 오늘밤따라 불빛들이 반짝이는듯이 보이더군요.
그렇게 혼자 실실거리면서 오다가 왠 여자분이 길을 물으시더군요. 그런데 이 여자분 상당한 미인이신데다가 옷이나 화장도 퇴근길에 자주 마주치는 그런 평범한 여사원같은 분위긴 아니시더군요 사뭇 다른느낌 이였죠. 음.. 대략 한채영 분위기가 나는 분이셨습니다. 그런데 이분 물어보신 곳이 저희 동내더군요.
순간 머리속에서 '같은 방향이시네요. 같이 가볼까요=ㅂ=? 낄낄낄'과 같은 생각이 맴돌았던것 같으나 제 입은 "쭉 가시다가 육교 건너시면 되요."라고 말하고 있더군요. 그러고는 왠지 어색해져서 먼저 와버렸습니다. 가면서 계속 후회되더군요 어디가시는지 물어보고 잘 가르쳐 드릴껄, 쭉가다가 육교 넘으면 된다고만 한 제가 바보 같아서 계속 발걸음을 늦춰서 예기를 할까말까하다가 결국엔 육교를 건너고 거기서부턴 방향이 달라지더군요. 에휴...
제작년엔 비오는날 지하철 출입구에서 우산을 챙기지 못한 저희형이 저 기다리다가 왠 여자분이 우산 같이쓰실까요? 하고 물어봤었는데 아뇨 저 기다리는 사람 있어요 라고 말햇다고 땅을 치고 후회하는걸 보고 놀린적이 있었는데 저도 별반 다르지 않군요. 왜 여자 앞에선 사고가 꽉 막히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