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꼬리 자르기. 그러고는 곧바로 프레임 전환. 안철수 원장 측의 폭로에 직면한 박근혜 후보 측의 대응은 신속했다.
금태섭 변호사가 ‘협박’의 당사자로 지목한 대선기획단 정준길 공보위원은 한 시간 만인 오후 4시에 기자회견을 열고 “시중에 떠도는 얘기를 전하면서 ‘내가 공격을 하게 되겠지만 친구 사이니까 섭섭해하지 말라’는 얘기를 한 건데, 그것을 금 변호사가 불출마 협박으로 과장했다”라고 반박했다. 정 공보위원은 기자회견 직후 사퇴했다. 신속한 꼬리 자르기다.
이날 저녁 박근혜 후보도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비슷한 답을 했다. “어떻게 친구 사이에 이런 일이 벌어져요.” 즉석에서 던진 것처럼 보이지만 대응 전략의 핵심을 담고 있다. 이상일 대변인의 논평 역시 일관된다. “친구와 한 이야기를 가지고 정치 공작처럼 말한 것이야말로 정치 공작이다. 안 원장에 대한 언론의 검증이 시작되자, 물타기를 하려고 친구 사이의 사적 통화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 아닌가.”
일관된 ‘박근혜 스타일’
반박 기자회견, 대변인 논평, 그리고 후보 자신이 즉석에서 던지는 듯한 한마디까지, 다들 메시지의 핵심은 ‘친구를 배신했다’로 맞췄다. 이후 새누리당 인사들은 라디오 인터뷰 등에서 이 메시지를 반복해서 밀고 있다.
안철수 원장 측이 ‘검증 프레임’을 ‘사찰·협박 프레임’으로 맞받아친 지 불과 한 시간 만에, 박 후보 측이 들고 나온 것은 ‘배신 프레임’이었다.
주목할 것은 안 원장 측이 원하는 ‘사찰·협박 프레임’ 안에서 싸우는 것은 철저히 피한다는 점이다. “사찰이 아니다”라거나 “기왕 말 나온 김에 의혹을 밝혀라”라고 맞받아치지 않고 사찰 이슈 자체를 피한다. 상대의 전장에 들어가는 대신 끊임없이 우리 편이 유리한 전장으로 싸움터를 바꾸려 시도한다. ‘검증 프레임’에는 미련을 두지 않는다. 그건 이미 잡아먹힌 전략이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본회의장에서 당직자로부터 “‘협박’이 이슈가 되지 않도록, ‘사실관계’가 이슈가 되게 해야”라는 문자를 받는 모습도 한 언론의 카메라에 잡혔다. 기자회견 시작 후 겨우 38분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 제안 자체는 주 전략으로 채택되지는 않았지만(사실관계 논란 대신 ‘친구를 배신했다’가 주 전략이 되었다), ‘협박 프레임’을 사장시켜야 한다는 관점은 공유하는 것이었다.
신속한 꼬리 자르기와 프레임 전환은 박근혜 후보가 자주 보여준 패턴이다. 박 후보가 당 비대위원장으로 등장하자마자 한 일이 ‘디도스 파동’의 주범으로 지목된 최구식 의원을 내친 것이다. 19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는 이봉화 전 차관의 쌀 직불금 부당수령 문제가 다시 불거지자 즉각 공천을 취소했다. 제수 성추행 의혹과 논문표절 의혹에 휩싸인 김형태·문대성 의원은 출당시켰고, 공천 뇌물 의혹을 받은 현영희 의원도 제명했다. 불리한 논란이 벌어지면 최대한 빨리 발을 빼는 것이 일관된 박근혜 스타일이다.
예외는 있다. 수해 골프 이력이 다시 문제가 된 홍문종 후보는 공천을 강행해 배지를 달아줬다. 홍 의원은 다가올 대선에서 박 후보의 조직을 총괄할 핵심 측근으로 손꼽힌다. ‘발을 빼기 위한 희생타’로 쓰기에는 덩치가 너무 컸다. 이때는 박 후보도 부담을 감당하고 갔다.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4249
문대성 논문표절 의혹 일자, 자름~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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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길 안철수 협박 의혹 일자, 자름~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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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 시대로 WA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