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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환절기라 그런지 연휴 전부터 바이러스성 감기 환자가 확 늘었습니다. 아이들은 바이러스성 수포성 인후두염 (herpangina) 유행이 시작되었는지 열나면서 먹질 못한다며 여럿 응급실을 다녀가고 있고 어른들도 목감기 증상으로 많이 다녀갔습니다.
우리 집 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큰 아이가 한 5일 전부터 기침 콧물을 보이더니 한 2일 전부터는 와이프와 작은 아이까지 같은 증상을 보이네요. 큰 아이는 어제 기침이 좀 줄기에 이번 감기는 잘 넘어가나 했더니 새벽에 갑자기 기침을 심하게 하면서 깨어났습니다. 그 바람에 온 가족이 깜짝 놀라 잠에서 깨었습니다.
정신 차리고 보니 아이는 발작적인 기침이 지속되면서 컹컹대는 개 짖는 소리를 보이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크룹 (croup, 급성 후두기관염) 증상입니다. 불을 비춰 목안을 보니 목도 꽤 부어있는 것 같고... 아이는 지속되는 기침에 놀랐는지 엉엉 울면서 목이 아프다고 난리입니다.
찬바람 쐬면 좋아지는 경우가 있어 웃옷 입히고 창문 열고 찬바람 좀 쐬고 있으라 했지만 목 아프다고 살려달라고 말하는 아이를 보게 되면 어떤 부모도 느긋하게 마음먹기는 힘들 겁니다. 와이프도 어떻게 좀 해보라하고... 집에 호흡기 치료 기계 (nebulizer)는 있지만 이 경우에 맞는 치료용 약물인 에피네프린은 준비해두지 않았습니다.
친구가 있는 근처 병원에 가서 에피네프린만 얻어올까도 생각했지만 새벽 세시에 근무 중인지 아닌지 연락해 볼 수도 없는 노릇. 결국 한 시간 떨어져 있는 근무하는 병원 응급실 행을 결정합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어렸을 때부터 기관지가 약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자랐는데 아이들도 그대로 닮아 나와서 그런지 작은 아이는 작년에 후두개염과 폐렴으로 한차례 입원하더니 큰 아이는 벌써 세 번째 응급실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점차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모여 지내게 되면서 감기 수족구 등 바이러스 질환이 퍼지는 것은 순식간에 이뤄지는 일이 되었습니다. 작년 겨울부터 어린이집을 다니게 된 큰 아이도 겨우내 어린이집에서 달고 온 기침을 집에서 쏟아내는 통에 온 가족이 모두 한차례 앓고서야 끝나는 코스를 몇 번 겪었는지 모릅니다.
여하튼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김포를 향해 차를 몰았습니다. 집에서 나오면서 찬바람 쐬었다고 그새 좀 좋아졌는지 아이와 애 엄마는 뒷자리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뭐 일단 나왔으니 무라도 뽑아야지요? 한적한 외곽순환도로를 지나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좀 아까 저녁 때 퇴근한 과장이 아이를 들쳐 업고 다시 온 모습에 간호사들이 깜짝 놀란 기색입니다. 조용한 응급실 한편에 자리 잡아 호흡기 치료와 스테로이드 주사제 하나를 처방해놓고 아이와 만화를 보며 기다립니다. 나름 아파서 주사를 맞을 각오는 했던지 별 난리 없이 주사를 맞는 데 성공, 호흡기 치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이가 아프다 하면 어떤 아빠도 뭐 어쩔 수 없겠죠? 들쳐 업고 병원신세 지는 거죠. 저도 별 수 없습니다.
오는 길에 기운이 살아나서 재잘대는 아이 모습이 반갑네요.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는 말에 오늘은 기분 좋게 하나 사주기로 했습니다. 목감기엔 아이스크림이 약이잖아요? 핑계인가요?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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