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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카나(그 마법소녀)
게시물ID : animation_2270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PF*any
추천 : 2
조회수 : 33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11/28 08:23:13

카나는 버스 정류장 벤치에 발을 흔들며 앉아 있었다. 카나의 앞으로 이제 막 해가 뜨려 하고 있었다. 카나는 너무 일찍 일어난 탓에 눈에는 졸린 기색이 가득했다. 친구들은 아직 잘 시간에 이렇게 일어난 있는 건, 순전히 손에 들린 파란 구슬 때문이었다. 검지 손톱만한 그 구슬들은 하나씩 카나의 손에 떨어지고 있었다. 구슬들이 어디서 오는지는 보이지 않는다. 카나는 하나하나 늘어가는 구슬들을 보며 히죽히죽 웃다가 구슬이 네 개에서 멈추자 웃음을 싹 거두었다.

치사하게, 네 개 밖에 안주네.”

카나는 말을 하다 흠칫 입을 다물었다. 카나는 자신의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마법봉을 꺼내들었다. 구슬들은 별 속으로 들어가 그 안의 또 다른 별이 되었다. 카나의 별 속에는 간혹 주황빛을 내는 별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흰 별들뿐이었다. 구슬을 더 많이 받으며 붉은 별이 만들어진다고는 들었지만 카나는 아직 붉은 별을 만들어 보지 못했다. 카나가 어떻게 하면 붉은 별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고심하는데, 망토 속에서 손바닥만 한 곰팡이 같은 것이 튀어나왔다.

용돈 받은 거야? 용돈? 용돈? 케챱?”

. 갑자기 튀나오지 말라니까.”

카나의 핀잔에 아랑곳 않고 곰팡이 같은 건 통통 튀거나 날아다니며 카나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자세히 보면 잔디를 뭉쳐놓은 것 같기도, 털 뭉치 같기도 하다. 커다란 두 눈은 이리저리 튀면서도 카나를 놓치지 않는다. 튀어나온 실밥같이 생긴 손에는 케챱 뚜껑을 쥐고 있다.

소스야. 용돈 같은 게 있겠니? 그건 또 어디서 주어온 거야?”

케챱 없어?”

소스는 손을 축 늘어뜨리며 살며시 카나의 어깨위에 앉았다. 진정된 소스를 보고 카나가 안심하는데 품속에서 빠끔히 다른 곰팡이가 얼굴을 내밀었다. 커다란 은색클립을 달고 있는 곰팡이는 울 것 같은 표정이다.

벌써 돈 다 떨어진 거야? 우리 카나 불쌍해서 어떡해.”

베베. 누가, , 떨어졌대?”

카나는 고개를 흔들며 벤치에서 일어났다. 이 애들을 상대하기에는 카나는 지금 너무 졸렸다. 일을 하는 건 피곤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카나는 버스정류장에서 떠나갔다. 이제는 완연히 제 모습을 보이는 해가 카나가 떠난 그 자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있었다.

 

도환은 세상이 잠길 정도로 비가 내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견우와 직녀가 다시 한 번 눈물을 흘려 세상이 잠기면 좋겠다고. 그러면 자신의 몸은 물속 깊이 가라앉은 채로 다시는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구태여 물속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도환의 몸은 늘 무거웠다.

160을 조금 넘긴 키에 70을 웃도는 몸무게는 경도 비만이라는 호칭을 도환에게 달아주었다. 조금만 노력한다면 빠질 수 있겠으나 도환은 그러지 않았다. 자신의 비만이 그리 심각한 것이라고 생각지 않았다. 그저 평소대로 움직이고 평소처럼 먹으면 아무런 문제도 없을 것이라 여겼다. 경도가 중도가 되지 않는 한 도환은 따로 움직일 생각이 없었다.

생각해 보면 도환이 살찔 이유는 별로 없었다. 한 시간이나 걸리는 학교를 걸어서 통학했고, 싱겁게 먹는 입맛에 과자 같은 것들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밥을 많이 먹지도 않았다. 단지 때때로 찾아오는 폭식이 문제였다. 일주일에 두 번은 오는 폭식이 도환의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었다.

폭식이 찾아오는 때는 주로 집에 혼자 있을 때였다. 아무것도 하는 것 없이 창문을 쳐다보고 있으면, 혀끝에서 찌르르 하는 느낌이 들었고 곧 폭식이 시작된다는 신호였다. 그 느낌은 목구멍을 타고 곧 뱃속에 안착한다. 느낌은 점차 커져 배를 울리는데, 도환은 그 느낌이 못 견디도록 싫었다. 그 때에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하고 뭐든지 먹어 위를 채워야만 했다. 대게 김치나 나물 같은 냉장고 속에 구비되어 있는 것들 채워 넣지만, 그마저도 없으면 날계란이나, 생 양파를 씹어 먹은 적도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어머니가 식겁하여 왜 그러는지 물었으나 도환은 그저 배고파서라고 밖에 할 말이 없었다. 배고픔과는 분명 다른 느낌이지만 배에서 울리는 신호음을 도대체 뭐라고 말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 이후로 냉장고엔 항상 바로 먹을 수 있는 것들이 준비되어 눈물을 흘려가며 생 양파를 씹는 일은 없어졌다.

학교 안에 있었다면 참을 수 있었을까. 폭식을 해결하고 난 뒤에 도환은 늘 이런 생각을 한다. 먹을 것을 구하려고 해도 할 수 없는 그곳에 있었다면 그래도 지금보다 낫지 않았을까 하는. 도환은 야간자율학습을 하지 않고 학원을 다닌다. 학원차가 오기까지 한 시간 남짓의 유예시간. 그 시간에 폭식은 찾아온다.

버스 창밖으로 몇몇의 아이들이 보인다. 도환처럼 학원을 다니거나 해서 일찍 하교를 하는 애들이다. 등교처럼 걸으면 좋겠지만 그러면 시간이 빠듯해서 어쩔 수 없이 버스를 타고 하교를 하고 있다. 매일 타는 버스지만 가벼운 멀미는 가시지 않는다. 멀미를 덜어내려 창밖에서 눈을 때지 않는다. 아이들이 보인다.

다녀왔습니다.”

받아줄 사람도 없지만 인사를 한다. 도환은 자신의 엄마가 어떤 일을 나가는지 모른다. 막연히 식당일이라고만 알고 있다. 식당일이라는 것은 엄마 옷에 배어있는 양념장의 냄새로 알았다. 지나가는 투로 엄마는 어디에서 일하냐 물은 적은 있었다. 그 때 도환의 엄마는 공부나 열심히 하라며 대답하지 않았다. 엄마가 어디에서 일하든 도환 자신이 창피해 할 것은 없었지만 자신을 따돌리는 것만 같아 불만이었다. 옷을 갈아입고 밥을 먹는다. 차가 오기까지는 30분 남았다. 무얼 하려고 해도 애매한 시간, 도환은 창밖을 본다.

가기 싫다.”

살을 빼는 것처럼 학원가는 것도 싫었다.

 

베베는 클립을 이리저리 끼우며 놀고 있고, 소스는 젖병처럼 케챱을 빨아들이고 있다. 카나는 아기처럼 케챱을 먹는 소스를 보며 한 숨을 쉬었다. 베베의 클립은 한 번 사두면 오래가니 걱정할 것 없지만, 케챱은 너무 비쌌다. 소스의 케챱을 사느라 카나 자신은 군것질 한 번 제대로 한 적이 없었다. 카나는 헨드폰으로 게임을 하며 자신을 달랬다.

그렇게 평화로운 한때를 보내는가 싶더니, 베베가 카나의 품으로 들어오고 소스가 어깨위에 올랐다. 카나는 일이 들어왔음을 알았지만 일어서지 않았다. 신기록을 깨기 일보 직전이었다.

잠깐, 잠깐만 기다려줘. 10초만.”

카나는 말을 하면서도 손을 멈추지 않았다. 5초가 지났을 때 소스는 무심히 빈 케챱통을 흔들었다. 그러자 카나의 게임화면이 꺼지며 청록빛의 새로운 화면이 나타났다.

. . .”

카나는 그 말고는 다른 말을 하지 못했다. 손가락은 아쉬운 듯 떨리고 있었다. 소스는 당당한 표정으로 카나의 품으로 들어갔다.

안가?”

-! 갈거야. 간다고.”

카나는 중얼거리듯 말하며 문밖을 나섰다. 헨드폰에는 지도가 떠있고, 카나가 가야할 곳은 일러주었다. 카나는 그 곳을 향해 날아올랐다. 몇 방울 물이 비처럼 떨어졌지만 알아주는 사람은 없었다


전에 쓴 것과 이어집니다. http://todayhumor.com/?animation_21706

사투리 모르니 사투리 안써요.

쓰고 있었으니 올립니다. 

지적은 감사히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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