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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
게시물ID : humorbest_22717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취미생활
추천 : 20
조회수 : 1964회
댓글수 : 4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9/03/09 21:27:04
원본글 작성시간 : 2009/03/08 23:55:40
초록환타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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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웁나이즈는 이중적인 외계인이다.

그는 어떠한 의미에서는 아주 멋지고 신사적이었지만, 매우 조심스럽고 은밀하기도 했다.


그는 인생을 즐길줄 알았다.

친구들이 여자외계인들에게 관심을 보이면, 매우 잘생긴 이유로 여성들과 사이가 친밀하던 그가

주선을 해주곤 하였고, 자신의 마음에 드는 여자가 생기면 그날을 넘기지 않고

잠자리를 함께할 정도로 매력적인 외모의 소유자였다.

많은 여성들이 그의 4개의 눈과 12개의 가느다란 손가락을 정신을 잃고 쳐다보았다.

그는 그럴때면 짐짓 모르는 척하며,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비추어 보이며 과시하곤 했다.


하지만, 글로웁나이즈를 진정으로 멋진 '남자 외계인'으로 동료들이 경탄하는 이유는

바로 그의 비행 실력 때문이었다.


최근 그들의 행성인 '카미니츠'에서는 원형의 전투형 비행선을 타고

생물들을 사냥하는 스포츠가 크게 유행하고 있었다.

스포츠가 유행하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한 외계인이 공간이동기의 좌표를 잘못 설정하는 바람에, 본래 가려고했던 곳에서

수백 광년이나 떨어진 곳에 워프하게 되었다.

678456,4363677,254455 이라는 복잡한 좌표를 지닌 그곳에서는,

놀랍게도 우리 행성과는 다른 태양계가 존재하고 있었다.

많은 행성들중에서 실망스럽게도 생명이 뿌리잡은 곳은 푸른 색의 작은 행성 하나 뿐이었다.

그 행성은 매우 물이 많고 산소가 풍부했지만, 갓 창조된 신생 행성이라

아직 이렇다할 생명체가 없었다.

그 놀라운 발견은 그 때문에 잠시 잊혀지게 되었다.

그리고 몇 천년 뒤, 우주 개척 사업이 다시금 그 활기를 뿌리기 시작했을때

행성을 다시 찾은 그들은 놀라운 것을 보게 되었다!

초록색 피부에다 물고기 같은 비늘을 지닌 거대한 파충류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실로 놀라운 광경이었다.

수백미터에 달하는 그들이 한번 걸을때마다 지축이 진동을 했다.

목이 긴 것,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에서 부터 풀을 먹는 것, 같은 공룡을 잡아먹는 것등

헤아릴수 없을 정도였다.

그 생명체들에게 지적인 부분이 없는 것을 깨달은 그들 종족은 이내 파충류를 잡아다가

그 구조를 알아내기위한 실험을 시작했다.

위험하지 않다는 판정을 받은 뒤로, 그 푸른 행성은 관광명소로 탈바꿈했다!

이른바 공룡 사냥터-



글로웁나이즈는 이 스포츠를 자신이 타고났다고 본인 스스로도 확신했다.

그리고, 요번 사냥에서도 자신의 실력을 맘껏 뽐내려고 작정했다.

[모두들, 잘 봐두라고. 내 비행실력이 어떤지 말이야]

모두에게 텔레파시를 전송한 글로웁은 이내 비행선의 동력에 힘을 불어넣었다.

둥그런 크리스탈이 붉게 물들고 이내 비행체가 하늘로 부드럽게 떠올랐다.

콰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상공을 질주했다.

글로웁은 그런 와중에도 비행선 아래에 달린 투명체로 지상의 파충류들을 보았다.

그가 사냥하려는 것은 따로 있었다.

풀을 먹는 파충류는 대개 온순하다. 그런 것들로는 남들의 감탄을 불러일으키기 쉽지 않다.

글로웁이 찾는 것은 다른 파충류를 잡아먹는 흉포한 육식 파충류였다.

특히, 그가 저저번 사냥에서 잡은 것은 무려 크기가 11m 달하는 거대한 놈이었다.

그놈을 잡았을 때 친구들이 짓던 놀라움과 경외의 표정이 생생했다!

이번에는 더 대단한 놈을 사냥해 그들의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들겠노라고 그는 생각했다.


글로웁은 사냥감을 발견하고 눈을 빛냈다.

아직 덜 생성된 원시의 바닷가 주변에 거대한 육식공룡하나가 얼씬 거리는 것이 보였다.

저번에 잡은 놈보다 크진 않지만, 그래도 저정도면 첫 사냥감으로써 모자람이 없었다.

글로웁은 비행체를 낮게 몰아 저공비행을 시작했다.

"캬르르륵"

자신의 머리위를 빠르게 날아가는 비행선을 느끼고 파충류가 이빨을 드러내며 경계했지만, 이미 늦었다.

그는 지체없이 포획용 광선을 발사했다.

순식간에 공룡을 둘러싼 빛은 서서히 그것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빛의 아우라속에서 몸부림치며 거대한 파충류가 딸려오기 시작했다.

웅-

이내 포획용 셀 내부에 공룡이 안착된 것을 본 글로웁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틀간의 파충류 사냥에 몰두한 글로웁은 피곤한 몸을 끌고 집에 도착했다.

그의 텔레파시에 반응하는 자동문이 소리없이 열렸다.

너무 피곤한 나머지 바로 몸을 눕히고 싶었지만, 자신이 포획한 파충류들을

가사상태로 만들어 박제화 시켜놓아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금방 썩어버린다.

글로웁은 집 내부의 인공지능을 활성화시키고 즉시 사냥물의 박제화를 명했다.

30초 정도면 순조롭게 끝날 것이다..

삣-!

경고음이 울리자 그는 얼굴을 찡그렸다.

[무슨 일이야?] 집 내부의 집사역할을 하는 인공지능이 답했다.

[죄송합니다만, 포획하신 사냥감 내부에 살아있는 다른 생명체가 있습니다]

그는 약간 호기심이 생겼다.

[그 생명체의 모습을 스캔해서 내 앞에 띄워봐]

팟!

즉시 영상회로로 허공에 구현된 그것을 글로웁은 자세히 살폈다.

[이상하게 생겼군, 처음 보는 것인데?]

[그 생물을 통째로 삼킨 파충류의 뱃속에 소금기가 가미된 H₂O가 있습니다.

아마 바다에서 서식하는 생물이 아닌가 합니다]

바다라! 그는 생각에 잠겼다.

그 푸른행성의 생명체를 사냥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 그들은 행성의

이상한 액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밝혀진 바에 따르면, 파충류들은 그 푸른 액체를 지속적으로 섭취해야 생존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의 행성 '카미니츠'에는 물이 없었다.

그들은 물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종족이었다.

때문에 물에 대처하는 속도와 지식 진보가 상당히 느렸고, 때문에 물 속 생명체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고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파충류의 뱃속에서 발견된 H₂O의 구성비율을 그대로 대량생산할수 있나?"

잠시 신호가 가던 집사는 대답했다.

[가능합니다]

[좋아, 그러면 당장 푸른 행성의 바다와 비슷한 생체 환경을 본따서 커다란 유리상자를 만들어]

[하지만 제게는 지구의 바다에 대한 기초 환경에 대한 지식이 없습니다]

글로웁은 왈칵 신경질을 냈다. 아무리 인공지능이라고 그들 종족의 뛰어난 두뇌는

아직 따라오지 못했다.

[멍청하긴! 그 바다생명체의 뇌에 저장된 것을 토대로 만들면 되잖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집사는 말없이 커더란 유리 수조를 제조해내기 시작했다.






한 시간뒤, 글로웁은 커다란 수조 내에서 말없이 헤엄치는 수중 생물체를 보고 있었다.

공룡같은 비늘이 있긴했지만, 얇고 또한 반짝거렸고

쉴새없이 옆에있는 구멍을 뻐끔거렸다.

긴 지느러미는 양옆과 배, 등, 꼬리까지 달려있었다.

말없이 그것을 바라보던 글로웁은 문득 생각해냈다.

[집사, 이놈들한테 무엇을 먹여야 하지?]

[제게 애완동물에 대한 지식은 우주 매빌롬의 사육지식 밖에 없습니다]

[매빌롬.. 나도 어릴적 키웠었지. 생각해보니 그냥 우리 종족이 먹던 영양제를

물에 적셔서 준 기억이 나는걸. 저것들에게 우리가 먹는 슈로니클을 주어도 될까?]

[아무런 데이터가 없습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글로웁은 가만히 수조를 응시하다가 이윽고 말했다.

[슈로니클 1g을 갈아서 수조에 뿌려주도록 해]

이윽고 천장이 분열되더니 그곳에서 노란색의 가루가 수조에 뿌려졌다.

다행히.. 수중 생물체는 그것을 잘 먹었다.




친구들은 의아해했다. 파충류 사냥에 그토록 열광하던 친구가 푸른행성에 자주 가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문제는, 푸른 행성에서 더이상 사냥을 하지 않고

바닷가 부근에서만 비행하고 다니는 것이었다.

[이봐, 대체 거기서 뭘 하나?]

[그냥..]

그들은 글로웁이 별난 취미 하나를 만들었나보다 하고 더 이상 신경쓰지 않았다.

그들은 몰랐다.

글로웁이 채집광선으로 해양 파충류들을 잡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글로웁의 수조에는 이제 물고기가 한마리가 아니었다.

수백 마리였다. 거대한 수조안에 수백마리의 물고기가 헤엄쳤다.

여러 종류였다.

거대하고 돌고래같이 긴 입과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육식 종.

긴 목을 가진 수장룡.

무엇보다 가장 많은 것은 처음에 잡았던 물고기와 같은 외형을 지닌 놈들이었다.

그 놈들은 서로 무리를 지어 움직였으며,

글로웁이 주는 슈로니클도 가장 잘먹었다.

물고기는 서로 번식하고 번식하여 그 수가 불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여느 때없이 정신없이 물고기들을 바라보던 글로웁에게 집사의 텔레파시가 들려왔다.

[주인님, 이 수중 생명체들에게 변화가 감지되었습니다.]

글로웁은 얼굴을 찌푸렸다.

[변화라니, 무슨 말이지?]

인공지능 집사는 주인의 짜증을 염려스러워하면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몇 달전까지만 해도 없었던 변화입니다. 최근에 나타났습니다.

이상하게도.. 이 수중 생물체들의 '뇌'.. 즉 지능이 진보하고 있습니다.]

글로웁은 아직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수중 생활에는 필요없는 '폐'가 생성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놀라서 외쳤다.

[뭐? 수중 생활을 하는 종에게 폐라니, 무슨 말이지?

그리고 진화란 그렇게 빨리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야. 또 진화한다고해서

무조건 두뇌가 발달하는 것도 아니고..]

집사가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알고있습니다. 그래서 분석해본 결과.. 아무래도 이 생물들에게 먹이로 주신

'슈로니클'이 이 종들의 진화 척도를 완전히 바꾸어 버린 것 같습니다.

이들중엔 벌써 등 가시가 척추화되기 시작한 것들도 있습니다.

한시빨리 이것들을 버리셔야 합니다.

이계 생물체들의 변화에 대해 엄한 이사회의 질책이 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글로웁은 멍해졌다.

그들 종족은 다른 종족들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것을 무척 금지했다.

지금 성행하는 파충류 사냥도 머지않아 금지될 판이었다.

그런 와중에 푸른 행성의 생명체를 멋대로 진화시키고 바꾸어 버린다면

무시못할 질책과 엄벌이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는 결심했다.






지구 상공, 둥근 구형체의 비행선이 갑자기 허공에 나타나서 수많은 양의 물을 바다로 쏟아부었다.

그 물속에는 월등히 진화된 '뇌'와 '폐'를 지닌 물고기들이 있었다.

그들은 고대 원시의 바닷속으로 다시 돌아갔다.


그들은 끊임없이 진화했다.

자연이 그들에게 허락한 것 이상의 지능과 변화를 추구하게 되었다. 외계인이 먹인 사료의

영향은 엄청났다. 그들은 수십억년의 진화를 몇 만년으로 더욱 강렬히, 파격적으로 변이시켰다.


지느러미대신 다리가 생긴 그들은 서서히 묻으로 올라왔다.

첫번째 물고기가 첫번째로 대지를 짚었다.

그리고, 조악하고 작은 폐로 첫번째 공기를 들이마셨다.





서기 300만년 후, 푸른 행성을 찾은 외계인은

어설프게나마 문명을 건설한 네개의 사지를 가진 생명체를 보고 경악했다.

검은 털을 지닌 그들은 놀랄만큼 호전적이고 잔인했다.

그들의 유전자에는, 우습다고 해야 할지 무섭다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그들이 종종 애완동물에게 먹이곤 하던 사료의 유전자가 새로운 구도로 결합되어 있었다.


서기 600만년, 인간은 지구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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