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중국 국적기는 타는 게 아니라고 말렸지만 저렴한 가격에 모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우려한 것은
1. 소음
2. 불친절
3. 냄새 내지 위생
요 세 가지였습니다.
중국 국적기에 대한 악명은 저 세 가지가 크게 작용하더군요.
근데 놀랍게도 오는 내내 저 세 가지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1. 소음
: 중국 국적기는 중국인들이 많이 타는데 중국인들은 시끄러워서 귀마개가 있어야 잠을 이룰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웬걸요. 오히려 다른 항공사 비행기를 탔을 때보다 더 조용했습니다. 심지어 소황제라는 어린 꼬맹이가 제 바로 뒤에 탔음에도 디폴트가 소근소근이라 놀랐습니다. 중간에 상해에서 갈아탔는데 다음 비행기에서도 다들 나긋나긋하게 얘기하더군요. 물론 이른 비행기들이라 온갖 사람들이 다 타는 꽉 찬 비행기가 아니라는 점이 컸을지도 모릅니다.
2. 불친절
: 오늘 보딩 때부터 제가 병크를 저질렀죠. 티켓을 여권에 끼우고 팔랑팔랑 다니다가 막상 보딩할 때 되니 티켓 반절이 날라가고 없더라구요;; 게이트 마감이 임박이라 x됐다라고 생각했는데 직원분이 차분하게 그 자리에서 다시 티켓을 뽑아 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또 비행기 안에서 '모든' 중국인 승무원들이 절 중국인으로 생각하고 중국말로 먼저 말을 걸어서 좀 당황했지만 쏘리? 라고 한 마디 하면 알아서 영어로 친절하게 응대해주셔서 편했습니다.
덧붙여 기내식이 특이했습니다. 첫 비행기에서는 무슨 중국식 덮밥을 줬는데 반찬으로 고추장 볶이를 준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밥을 다 먹고 빵에 바르려고 잼인가? 하고 본 후에야 정체를 알았지만요;
두 번째 비행기 기내식은 더 특이했습니다. 밥 먹을래 누들 먹을래 하길래 누들로 고르고 보니까 라자냐였습니다. 근데 위에 돈까스가 얹어져 있었습니다. 돈까스 라자냐... 생전 처음 보고 들어본 일도 없습니다. 뭐 맛들은 그냥 그랬습니다. 하지만 아이스크림을 줘서 행복했습니다. 비행기에서 아이스크림 처음 먹어봤습니다.
다시 친절로 얘길 돌려서, 저는 무난히 친절한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게 최악의 불친절 항공사는 에티하드였죠. 컵라면을 간식으로 주고 젓가락을 안 줘서 달라고 했더니 아직 때가 안 됐다며 정색을 하던...... 결국 가래떡 같은 라면을 먹었었죠.. (아련)
3. 냄새 내지 위생
: 그런 거 없었습니다. 테이블이 좀 끈적거려서 물티슈로 닦아내긴 했지만 그 외 더럽다거나 냄새나는 건 전혀 못 느꼈습니다.
그 밖에 연착문제나 수하물 분실 같은 것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제가 타본 다른 항공들보다 더 제때 출발하고 제때 도착했습니다. 물론 이른 시간이라 그럴 수도 있습니다.
수하물도 별 문제 없이 잘 도착했습니다. 제게 수하물 관련 최악의 항공사는 에어프랑스입니다. 수하물이 아예 딴 데 가버려서 한 시간 이상 공항에서 묶여 있었는데 직원분의 뭐 어쩌라고? 식의 대응이 아주 인상깊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