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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us - 2 -
게시물ID : humorbest_22735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스마트김태연
추천 : 18
조회수 : 1159회
댓글수 : 5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9/03/12 12:54:30
원본글 작성시간 : 2009/03/11 19:24:43
 '곧 도착할 겁니다.'

 사람들이 멀찍이 의자에 각각 앉아 말없이 한참을 있을 때 갑자기 들려온 말이었다.

 여전히 기분 나쁜 음색으로 웃음기를 품은 그 목소리는 꽤나 조잡했다. 분명 음성변조기를 거친 목소리겠지.

 "……원하는 게 뭐냐?"

 오 형사님이 조심스레 물었다. 다른 사람들 역시 그것이 궁금했는지 스피커에 귀를 기울이는 눈치다.

 스피커는 잠시 잠잠하다가, 이내 짧게 툭 하고 단어 하나를 내뱉었다.

 '벌.'

 "무슨…… 벌이라니!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

 '여러분이 지은 끔찍한 죄에 대한 벌을 주려는 거지요.'

 "우리가 무슨 죄를 지었……."

 '형사님은…… 재수가 없으셨지요. 추가인원이 발생하리라고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무슨 뜻이냐?"

 다시금 잠시 정적.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현유라고 불린 아이의 교복을 보니 서현유라고 적힌 명찰이 보였다.

 옆에 있는 아이의 이름은 이서윤. 두 아이는 가만히 서로의 손을 붙잡고 있었다.

 철민 형은 묵묵히 운전.

 그리고, 그녀는 네 번째 손가락에 끼워져 있던 반지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커플링……이겠지.







 "……다왔습니다."

 정적을 깬 것은 스피커의 목소리가 아니라 철민 형의 목소리였다. 잠시 버스가 덜컹거리는가 싶더니, 곧 깜깜한 곳으로 들어갔다.

 창밖으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끼익 하고 버스가 멈추어섰다.

 '내리세요.'

 녀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시키는 대로 해야겠지.

 철민 형이 문을 열자 그녀가 가장 먼저 말없이 버스에서 내렸다.

 그 뒤로 철민 형이 내리고, 현유와 시윤이가 내리고.

 "형사님, 내리죠. 일단 숨이 붙어 있으려면 시키는 대로 하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그래."

 고개를 끄덕이는 형사님을 뒤로 한 채 내가 먼저 버스에서 내렸다.

 턱.

 땅에 발이 닿았다. 단단하면서 온기라고는 없는 이 느낌. 시멘트였다. 창고 같은 곳인가?

 "……통화권 이탈이에요."

 그녀가 여전히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리듯 작게 말했다. 들은 사람은 기껏해야 나 정도일까?

 혹시 나에게 한 말인가?

 "전파 차단기라거나, 그런 것이 설치되어 있지 않을까 싶은데."

 하지만 의외로 철민 형이 대답했다. 귀가 좋은가.

 "……그런 것도 있나요?"

 그녀가 눈을 날카롭게 뜨며 철민 형에게 되물었다.

 철민 형은 당황했는지 짐짓 발끈해서는 소리쳤다.

 "인터넷에서 본겁니다!"

 "……아무 말 안했어요."

 철민 형은 기가 막힌지 허 하고 탄식을 뱉더니 버스에서 막 내려오고 있는 오 형사님에게로 가버렸다.




 바로 그 때, 조잡한 그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자, 저 구석에 있는 팔찌를 하나씩 차주세요.'

 창고 안을 울리는 그 녀석의 목소리. 창고 안에도 스피커를 설치해놓은 듯 했다.

 "아씨, 이게 뭐야……. 엄마가 기다릴텐데."

 시윤이가 팔찌를 집어들며 말했다. 열 개 가까이 있는 것 같은 팔찌 중에서 갯수를 맞춰 여섯 개를 가져온 시윤이는 사람들에게 팔찌를 하나씩 건넸다.

 ……너무 차분한 것 같다, 시윤이는. 아직 상황 파악이 안된걸까, 단순히 겁이 없는걸까.

 옆에서 잔뜩 겁에 질려있는 현유와 비교가 된다.

 '고분고분 하시군요. 상을 좀 드려야겠네. 큭큭.'

 녀석이 그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팔에 팔찌를 채웠다. 철컥 하는 소리가 기분나쁘게 들렸다. 팔을 휘감는 차가운 금속 느낌이 썩 달갑지 않았다.

 '궁금한 것이 많으실 텐데, 몇 가지만 설명을 해 드리지요.'

 점차 눈이 어둠에 적응이 되었다. 창고 안에는 이것저것 수많은 잡동사니들이 놓여있었다.

 '우선 여러분은 아까 말씀드렸듯이, 벌을 받기 위해 이 곳에 모이셨습니다.'

 나는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이제는 반지에서 손을 뗀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우리는 잠시 서로 마주보고 있다가, 거의 동시에 시선을 돌렸다.

 '오 형사님은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운 나쁘게 이분들과 함께 버스를 타신 것 뿐이지요.'

 오 형사님은 묵묵히 방송을 듣고 계셨다. 눈빛이 매서웠다.

 철민 형은 쪼그리고 앉아 땅만 바라보고 있다. 시윤이는 기분이 나쁜 듯한 표정으로 이리저리 시선을 돌리고 있었고, 현유는 시윤이에게 찰싹 달라붙어 겁에 질려있었다.

'벌을 받으면, 죽거나 삽니다. 간단하지요?'

 죽거나 산다는, 녀석의 말을 듣고 이어폰을 꽂고 있을 때부터 계속 무표정을 일관하던 그녀가 아랫입술을 꾹 깨무는 것이 보였다.

 시윤이는 작게 욕을 내뱉었고, 현유는 얼굴이 더 창백해졌다. 

 '그리고……, 아. 일단 통성명이라도 하시지요? 여러분은 운명 공동체 아닙니까? 큭큭.'

 정적.

 녀석이 입을 다물자 창고 안은 조용해졌다. 한참을 숨소리만 오가던 가운데, 마침내 오 형사님이 말했다.

 "씨발, 별 것을 다 시키고 지랄이군. 아까도 말했지만, 오지형 형사요. 34살이고."

 "……김재희에요. 스무살이에요."

 그녀의 이름은 김재희였다. 그녀의 뒤를 이어 나도 입을 열어 말했다.

 "스무살 김정현입니다."

 "스물셋 박철민입니다."

 "중학교 3학년 이서윤이에요."

 "서현유에요……."

 모두의 자기소개가 끝난 그 직후,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그 녀석의 목소리가 덧붙여졌다.

 '저는 여러분의 체벌을 책임 질 사람입니다. 큭큭.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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