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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에 대한 철학적 고찰, 그들은 과연 반 사회적인가?
게시물ID : sisa_22742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선비_레비
추천 : 11
조회수 : 320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12/09/18 20:28:39

가끔 개혁 중도 자유주의 속한 사람들은 일베를 수구 꼴통의 종착지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의 입장에선 온갖 안 좋은 수꼴 쓰레기가 바다 기류를 타고 모여 어느 곳에 이르러 쓰레기 더미를 형성하는 것을 보는 입장일 것이다. 일베는 과연 수꼴들의 '게토', 바다 위에 모인 쓰레기 더미일까? 오히려 그런 최하의 인식들이 일베로 하여금 해방적 성격을 부여하는 것이 아닐까? 마치 20세기 중반, 파리의 빈민가는 낮부터 헤롱되는 뽕쟁이와 다 벗고 거리를 노다니는 창녀들이 난무했지만, 동시에 사회에서 억압된 모든 것들이 허용되었던(그것을 그림으로 남긴 화가가 있는데, 이름은 까먹었다), 도덕과 이성에서 빗겨간 해방의 공간이 되듯이 말이다.

 

쓰레기들의 해방구, 일탈구... 실제로 일베를 좀 들여 다 보면, 우리 사회의 상식들을 비꼬고 비하하며 실제로 그런지 검증을 한다. 심지어 베스트에 오른 어떤 글들은 이순신을 살육자로 폄하하는 글들도 있었다. 지나친 영웅 사관, 즉 민족주의를 비꼬는 거창한 목적은 아니겠지만, 그 글은 사료들을 인용하며 이순신의 옹졸한 면을 부곽 시키고 있었다. 이런 사례는 아주 많다. 일베가 보기엔 민주주의 운동이라는 것도 실상 그 뒤를 캐보면 이런식일 것이다. 사회가 가지고 있는 상식은 그 이면의 추악한 면(간첩들의 준동등등)을 보지 못한 것이라고 고발하고, 그것이 틀린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오죽하면 민주화를 반대표로, 좋은 것과 쓰레기를 등치해 놓는 일베지 않는가? 그럼 삐딱이들의 마지노선이 바로 일베인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탈 도덕을 깔개로 놓고 떠든다. 그들이 보기엔 여성을 존중하라는 윤리는 지극히 비 인간적 억압이며, 쉽게 말해 선비질인 것이다. 마치 김기덕 영화의 나쁜남자에서 나온 창녀촌이 그렇지 않는가? 나쁜남자의 남자 주인공은 평범한 여대생을 창녀촌에 억지로 끌어들여, 그녀를 창녀로 만들고, 초반 시퀀스에 나온 그녀의 고상한 성품과 사회 계급적 허위 의식은 허세라고 짓 밟는다. 최상의 것을 최하의 것으로 전락하게 만드는 김기덕의 속내는, 그의 어떤 인터뷰 대로 그곳에 끌고 와 허물을 벗기는 작업, 즉 진짜 인간을 찾는 것일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쾌감을 느끼는 괴물이 또아리를 틀고 있다. 일베는 이런 사고하에 구성되어 있다.

 

반 사회적, 반 도덕적, 반 인륜적인 것들을 검증하고 그 반대 급부를 비웃는 쓰레기들의 해방구, 일베는 그런 쓰레기들이 괴물이 되는 곳이다. 마치 영화 엘리게이터의 악어가 하수도의 방사능을 먹고 인간을 위협하는 도시의 악어가 되었듯이 말이다. 허나 그들은 진짜 유물론자가 되지 못한다. 그들은 진짜 리얼리스트가 되지 못한다. 왜일까? 가만히 생각해 보자. 법, 규범, 국가, 사회... 이 사회를 아우르는 보편자를 그들은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 그리고 진짜 여성을 혐오하는 남성주의가 리얼리즘적인가?

 

예를들어 유재석을 비꼬는 일군의 댓글들을 생각해 보자. 그들은 유빠들의 가식과 다른 출연자를 무시하는 처사에 열받아 그런 일을 벌인다(대부분은..). 유재석은 술도 잘 안 먹고, 교우 관계도 적으며, 흠잡힐 일을 하지 않는다. 남을 배려하고, 자기 희생적이며, 자신을 잘 돌보지 않는다. 유재석을 비꼬는 입장에서는 이런 것들이 바로 비 인간적, 가식의 끝으로 보일 것이다. 허나 유재석이 사회적 제 관계들 속에서 이런 강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 실제론 가장 강렬한 욕망의 표출이라면? 그런 사회에서 보이는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 사실 근본적인 욕망의 발로라면? 그렇다... 본질은 겉보기 보다 훨씬 복잡하다. 유재석을 비꼬는 부류들의 오류는, 그의 그런 모습들이 욕망의 표출이라는 사실을, 그런 가면을 쓰고 있는 게 인간의 본질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유빠들이 싫어서 그들을 비판하는 소명을 느낀 그 자신들조차, 그 굴레에서 못 벗어 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갑자기 왜 유재석이냐고? 일베를 해방구로 인식하는 어리석인 대중이 빠진 함정에 대해서 말하고자 함이다. 사회, 국가, 안보 따위의 것들에서 못 벗어나는 그들. 남성의 욕망을 여성의 대상화, 여성 혐오로 인식하는 그들은 최소한 두가지에서 틀렸다.

 

사회가 가능한 이유는 무엇인가? 약육강식의 세계, 개인과 개인이 경쟁하는 사회인데? 그것이 인간의 숙명인데? 그런 실재를 법과 도덕 국가라는 합목적성의 '가식'으로 봉합한 것이다. 안보나 가치들은 사회 이전의 무정부주의적 인간을 통솔하기 위한 것들이다. 그러므로 정치 철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사회란 불가능한 것이라고 명명해 왔다. 불가능하기 때문에 국가를 이루기 위한 장치들이 필요 한 것이다. 근데, 과연 자신들을 유물론자라고 인식하는 일베인들은 진짜 탈 가식적, 탈 도덕적 인간들인가?

 

또한 여성 혐오도 똑같은 오류를 저지르고 있다. 실제 여성은 그냥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인간일 뿐이다. 근데 왜 아무것도 없는 게 아니라, 오히려 압도적으로 무엇인가 있는가? 그리고 그 무엇이 그토록 일베인들에게 매혹적이고 때론 그들을 지배하고 있는 건 대체 무슨 일인가?

 

그렇다. 헤겔의 변증법을 따라가 보면 답이 보인다. 헤겔은 최상의 것과 최하의 것을 대질시키며 그것이 본질이라고 말했다. 허나 헤겔은 최하의 것을 있음으로 놓지 않았다. 無자체...... 불모지, 없음..... 최상의 최후의 남은 베일을 벗겨, 그것이 본질적으로 無라는 것을 보여주는 게 바로 헤겔의 변증법이다. 헤겔에겐 그것이 바로 이성의 간지가 해야 할 역할이었다. 진정한 본질은 이런 변증법적 과정을 거치는 자들에게서 얻어진다... 그들이 이 사실을 알았다면 우익 따윈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급진적이지 못한 주체들이다. 해방구이기는 커녕, 징후와 증상으로 넘실되는 곳이 바로 일베다. 안 선비이기는 커녕, 오히려 선비가 최후로 머물 최악의 무덤이 바로 그곳이다.

 

일베가 비윤리적인 이유는 다른 무엇도 아닌 바로 여기에 있다. 그들은 충분히 급진적인 게 아니라, 오히려 충분히 사회적이고 도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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