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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동화 [멸치의 꿈]
게시물ID : humorstory_26766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일레븐
추천 : 0
조회수 : 68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12/14 11:08:05
멸치의 꿈
 
 
옛날 동해 바다에 삼천년 묵은 멸치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답니다.
바다 물고기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멸치 할아버지는
많은 물고기들에게 깎듯이 어른 대접을 받고 있었지요.
그 어떤 물고기도 멸치의 말을 거역하거나 덤비지 못했답니다.
그러던 어느날 밤 이 멸치가 꿈을 꾸게 되었어요.
꿈속에서 멸치는 하늘로 올라 갔다가 땅으로 내려 오기도 하고
또 그 주위에 흰 구름이 일다가 흰 눈이 내리기도 하며
날씨가 추웠다 더웠다 하는 등 종잡을 수 없는
신기한 일 들이 계속 일어 나는 거에요.
 
꿈에서 깨어난 멸치는 꿈을 풀이해 보려고 했지만 도무지 알 수가 없었어요.
동해에서 제일 나이가 많은 자기도 해몽을 못 하는데
나이도 어리고 경험이 적은 다른 물고기들이 알 리가 없다고
미리 짐작한 멸치는 누구에게 말도 못하고 끙끙대다가
서해에 살고 있다는 망둥이를 생각해 냈습니다.
 
그 망둥이는 팔백 년 묵은 망둥이 인데 지혜가 비상하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거든요.
멸치는 만만한 가자미를 불렀습니다
“가자미야, 너 내 심부름 좀 해야겠다”
“네 멸치 어르신 뭐든 말씀 만 하십시오.”
“너 서해에 가서 팔백 살 먹은 망둥이에게 내가 좀 보잔다고 전 해라.
“네? 서해까지요?”
가자미는 서해까지 다녀 올 일이 까마득 했지만
어른이 시키는 일이라 아무 말도 못하고
서해를 향해 열심히 헤엄을 쳤지요.
 
꼬박 열흘이니 걸려 서해에 도착한 가자미는
 망둥이를 만나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동해에 가자고 말했어요.
“내가 뭘 아는 게 있다고 여기까지 날 데리러 왔단 말인가
아무튼 우리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뻘 되시는 멸치 어른이 부르신다니
 내가 안 갈 수가 있겠나 어서 앞장 서시게”
망둥이는 멸치의 꿈 해몽을 위해 순순히 가자미의 뒤를 따라 나섰지요.
 
가자미는 잠시 쉬지도 못 하고 다시 또 망둥이를 데리고
동해를 향해 열심히 헤엄을 쳐 돌아 왔답니다.
그들이 동해로 돌아 오자 성대한 환영회가 시작 되었어요.
멸치는 자기를 위해 먼 길을 달려와 준 망둥이를 위해서
온갖 귀한 음식이란 음식은 다 장만하고 망둥이를 대대적으로 환영했지요.
 
그러나 자기를 위해 먼 길을 다녀 오느라 진땀을 빼고 죽을 고생을 한 가자미에 대해서는 고맙다는 말은 커녕 아무런 관심 조차도 보이지 않았어요.
가자미는 너무 섭섭해서 속이 상하고 몹시 화가 났어요.
 
잔치가 무르익어 가면서 술이 몇 잔 돌자
멸치는 꿈 이야기를 하면서 망둥이에게 해몽을 청했지요.
“ 하도 신기한 꿈이라 지혜로운 망둥이님을 여기까지 청하게 되었네 그려.”
“원 천만의 말씀을요, 삼천 년을 사신 멸치 어르신을 당할 자가
이 나라 이 바다에 어디 있겠습니까 만은 제가 모처럼 여기 까지 왔으니
제 힘 닿는데 까지 해몽을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고맙네 그려.”
 
“그 꿈으로 말할 것 같으면 멸치어르신께서 삼천 년을 사셨으니
이제 용이 되셔서 마음대로 조화를 부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하늘로 올라 갔다가 땅으로 내려오고 하는 것은
용이 아니면 부릴 수 없는 조화입니다.
또한 흰 구름이 일고 눈이 펄펄 쏟아지는 것이나
 날씨가 추웠다 더웠다 하며 마음대로 조화를 부릴 수 있는 것이
 모두가 용의 조화이지 무엇이겠습니까?
 참으로 용한 꿈을 꾸셨습니다 그려, 축하 드리옵니다.”
 
길한 꿈이라는 망둥이의 해몽에 기분이 좋아진 멸치는
축하의 술잔을 기울이며 더욱 흥겨운 잔치를 벌였어요.
하지만 이렇듯 멸치와 망둥이가 한창 기분이 좋아서
주거니 받거니 술잔을 나누고 있을 때,
 
밑에서 그 모습을 지켜 보던 가자미가 잔뜩 고픈 배를 움켜쥐고
 벌떡 일어나 성난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어요.
“야 이 간사한 망둥이 놈아! 물고기 좀 그만 웃겨라,
그 꿈은 내가 해몽해 주마.
 
강태공이 바다 낚시를 하고 있을 때 맛있는 미끼 냄새를 맡은
어리석은 멸치 놈이 그 낚시를 덥석 문 것이 바로 꿈의 핵심이야.
멸치가 달린 낚싯대가 하늘로 올라갔다 아래로 내려오는 것은 정한 이치고 그리고 그 멸치를 기름에다 지글지글 구우니 당연히 연기가 날 테고
이것이 구름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
또 간을 맞추느라고 소금을 설설 뿌려대니 고것이 바로 눈이고 말이다,
그리고 불을 피우느라 부채질을 해 대면 밑에서는 뜨겁고
위에서는 찬 바람이 일 테니 추웠다 더웠다 할 수 밖에 더 있겠냐?
 멸치 네 놈의 꿈은 머잖아 네가 낚시꾼의 고기밥이 된다는 뜻이다.
뭐? 용이 되어 조화를 부린다고?
미친놈들, 지랄하고 자빠졌네. 킬킬킬”
 
망둥이의 길몽이라는 해석과는 정 반대된 해몽으로 잔치 분위기를
망쳐버린 가자미는 기분이 좋아 킬킬거리며 웃어 댔어요.
멸치는 화가 머리 끝까지 올라 대뜸 가자미의 뺨을 힘껏 한 대 갈겼어요.
어찌나 세게 얻어 맞았는지
 가자미의 눈은 그 순간 한 쪽으로 돌아 가고 말았답니다.
 
한 대 더 맞을 까봐 무서워 뒤로 뒷걸음 질을 치던 가자미는 그만
한 쪽에서 음식을 먹고 있던 메기란 놈의 대가리를 질끈 밟게 되었지요.
그리하여 그때부터 메기의 대가리는 넓적해지고 말았답니다.
 
그 꼴을 본 문어가 자기도 병신이 될 까봐 눈을 얼른 떼어서
 엉덩이에 숨겨버렸고,
병어란 놈은 그 모습을 보고 우스워 견딜 수가 없었지
소리 내어 웃다가는 날벼락이떨어질 것이므로
입을 오므리고 호호호 하고 웃었대요.
 
그때부터 가자미는 눈이 돌아가고, 메기 머리는 납작해지고, 문어는 눈깔이 엉덩이에 붙고, 병어는 입이 색시처럼 오므라 졌다고 합니다.
 
  -끝-

엣날에 읽었던 책중에 있던 내용이 생각나서 올립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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