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각해보면, 그 어린 나이에도 그 때 한창 유행하던 노래들을 잘 듣지는 않았습니다. 집에 하나있던 카세트 테이프(마이 마이 기억하시나요?)엔 항상 신승훈 앨범 테이프가 들어있었어요. 그 꼬맹이 시절에 아무런 이유도, 왜 좋은지도 모르게 발라드를 좋아했었죠. 핑클, ses, hot 등등, 아이들이 한창 좋아했었던 가수들을 막 좋아하지는 않았던 기억이 나네요.
제가 다니던 초등학교 앞에는 큰 문방구가 하나 있었습니다. 학용품도 팔고 불량식품도 팔고(아폴로, 쫀득이 그런거..존맛) 장난감도 팔던, 그런 문방구였죠. 많은 학생들이 그 문방구를 이용했어요. 아직도 기억나는 것 중 하나는 그 문방구에는 그 시절 한창 인기있었던 가수들의 앨범 테이프를 팔고 있었다는 겁니다. 아이돌 가수들이나 솔로 가수들 정식 앨범이었죠. 예전에 사이버 가수 아담이라고 있었는데 그 테이프를 샀던 기억도 나네요. 가수들 앨범이 나오면 대표곡들만 모아놓은 테이프를 팔기도 했습니다. 몇월 베스트 30, 이런 식의 테이프가 많았어요.
어느 날 문방구에서 3000원인가 주고 베스트 30 테이프를 사서 집에서 듣고 있었어요. 그런데 유독, 정말 유독 그 수많은 아이돌 댄스곡 안에 정말 듣기 좋고 편안한 노래가 있었습니다. 그게 GOD의 '어머님께' 였어요. 가사의 뜻도 모르고 메시지도 몰랐지만, 그 노래가 그렇게 좋았습니다. 테이프가 늘어질 떄까지 그 테이프를 들었어요.
그렇게 GOD를 만나고, 1집부터 테이프를 샀어요. 보지 않던 음악 프로그램을 챙겨보고, 그 때 라디오 프로그램도 접했어요. '이본의 볼륨을 높여요'라고(지금은 유인나씨가 하시나요?). 어쩌다 라디오에 GOD가 나오면 노래를 녹음하며 따라 부르곤 했습니다. 촛불 하나,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그 외에도 좋은 곡들이 많았습니다. 요새는 멜론이나 그런 포털에서 음원을 사지만, 그때만 해도 음반 판매점이 동네마다 하나씩은 있었어요. 그곳에서 새로나온 앨범을 사면 포스터를 주기도 했었습니다. 제 방문에는 GOD의 포스터가 항상 붙어있었어요. 콘서트를 찾아간 적은 없지만...친구들과 얘기를 하다보면 자연스레 가수들 이야기를 했는데 남자 아이들은 핑클이나 SES, 베이비복스, 샤크라 이런 여자 그룹들을 좋아하고, 여자 아이들은 HOT, 신화, 젝스키스를 좋아했습니다. 제가 GOD를 좋아한다고 하면 다들 의아해하던 그런 기억도 나네요. 남자가 GOD를??? 이런 느낌이 있었어요.
시간이 지나고 중학생 고등학생 되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돌과는 멀어졌지만, 아직 제 가슴 속엔 그 어떤 그룹보다도 GOD가 최고라고 여기고 있어요. 노래를 듣고 그렇게 감동을 받았던 적도 없었을 거에요. GOD가 와해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뭐라 말하기도 힘들게 가슴이 아팠어요.
요즘 가끔 티비를 틀면 음악 프로그램을 우연찮게 보게 되는데, 참 정신이 없습니다. 보기에는 좋아요. 다들 예쁘고 귀엽고 힘차고...좋아하는 아이돌 가수들도 있지만 그 노래를 듣지는 않습니다. 정이 안 가요. 그런데 오늘 GOD의 신곡을...지금 현재 한 30번은 넘게 듣고 있네요.
단순히 예전의 향수가 있기 때문에 듣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 번 듣기에도 버거운 노래들이 범람하는 가운데, 이렇게 잘 들리고 가슴이 먹먹해지는 노래를 정말 간만에 듣는 것 같아요. 노래를 듣는데 무슨 거창한 이야기가 필요하겠냐만은...그저 좋다는 말만 하고 싶어요.
다들 GOD에 대한 기억들 하나씩은 있으실 것 같아요. 저도 노래를 듣다 옛날 생각이나서 적어봅니다. 앞날이 어떻게 될지 한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28살. 다시 GOD를 듣고 힘내보렵니다. 미운오리새끼, 참 좋네요.
잘 왔어요, G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