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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피와 샐리의 대화
게시물ID : soju_2276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알수없다,
추천 : 1
조회수 : 238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3/05/26 15:24:48

 

 

머피와 샐리의 대화



  친구인 윤정이 결혼식을 일주일 여 앞두고 나에게 전화를 해 왔다. 한참 바쁘고 정신없어야 할 시기임에도 만나서 할 얘기가 있다는 것을 보면 무언가 고민이 있거나 불만이 생긴 게 틀림없다. 항상 문제가 생길 때마다 나에게 달려와 풀어놓고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어보거나 푸념을 늘어놓기 일쑤였는데, 이번은 도대체 무슨 문제인지 감이 잡히지를 않았다.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얘기하기 곤란한 내용이라 내가 사는 곳으로 오겠다며 괜찮냐고 물어왔다.

  토요일 오후인데도 딱히 할 일도 없고 애인도 없는 처지라 집에서 못 읽었던 책이나 읽으며 윤정을 기다리기로 했다. 그렇지만 윤정의 고민이 무엇인지 궁금해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책 읽기는 글렀다. 침대 위에 누워 이런 저런 상상을 하다 잠이 든 지 얼마나 되었을까.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일어났더니 창으로 비치는 바깥은 완전히 깜깜한 밤이었다.

  윤정이 분명했음에도 나는 누구냐고 묻고는 윤정의 대답에 문을 열었다. 그녀의 손에는 소주 몇 병과 안주거리를 담은 봉투가 들려 있었다.

  “뭐야? 너 술 마시고 집까지 어떻게 가려고?”

  “아냐, 집에 안 갈 거야. 오늘은 여기서 잔다고 그이랑 집에 얘기해 놨어. 괜찮지?”

  “네가 다 정해놓고 와서 괜찮냐고 물어보면 나더러 어쩌라고?”

  윤정이 살짝 눈웃음을 치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내가 너 아니면 누구한테 이러겠냐며 문을 밀치고 들어왔다. 외투를 벗어 아무렇게 던져 놓은 뒤, 방 가운데 있는 책상 겸 탁자 위에 술잔 두 개와 안주를 늘어놓고는 급하게 술을 따라 부었다.

  “야, 신부화장 안 받어. 술 마시지 말어. 결혼식 때도 예쁘단 소리 못 듣고 싶냐?”

  “아이 씨, 몰라. 결혼도 할지 못할지도 모르는 판에 무슨 걱정이야.”

  신랑이 될 사람과 별 다른 문제가 없다는 사실만은 분명했다. 윤정이 탁자 위에 올려놓은 핸드폰으로 그에게서 술 조금만 마시라고, 사랑한다는 메시지가 좀 전에 왔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예쁜 얼굴은 아니지만 조그마한 체구와 작은 얼굴, 조그만 손, 표정이나 말투, 몸짓 등이 애교스러워 여자인 나도 안아 주고 싶은 마음이 들만큼 사랑스러운 구석이 있는 윤정이었으나, 그에 반해 남성편력도 심하고 제 멋대로인데다 섹스는 즐기라고 있다며 많은 남자들과 잠자리를 같이 했다는 사실은 얘깃거리도 못 되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결혼도 얼마 남지 않은 이 상황에서까지 문제가 될 만한 일을 저질렀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다만 지난 과거의 남자들 중 유난히 윤정에게 집착하는 몇 몇이 있었는데 그들로 인해 문제가 생긴 게 아닐까 내심 생각해 보고 있었다.

  윤정의 신랑이 될 남자는 얄쌍하게 생긴 외모와 서글서글한 말투답지 않게 상당히 보수적이고 외곬수적인 면이 있어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관에 상대도 부합하기를 바랐다. 그는 윤정이 말하기를 여러 번 유혹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침대 위에 누웠어도 첫날밤까지는 절대 안 된다며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도 않았다고 하면서 첫날밤을 위해 동정을 아끼는 남자라고, 답답해 죽겠다며 자신 역시 처녀이기를 믿고 있다고 했었다. 여차하면 다른 남자를 만나도 되겠지만, 이번에는 윤정 자신이 콩깍지가 단단히 씌어 그와의 결혼을 내심 바라고 있었다. 그렇기에 혹여라도 그가 자신이 처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떻게 하냐고 우는 소리를 했던 일도 있었다. 나는 윤정에게 첫 경험이 있던 날을 떠올리며 수줍은 척하고 말실수 하지 않게 조심하라 이르면서 정 걱정 된다면 처녀막 재생 수술을 권하기도 했었다. 그게 문제인 것인가?

  “왜, 처녀막 재생술이 안 된데? 아님 그 사람이 네 과걸 알게 된 거야?”

  “아니, 그게 아니고…. 아이 씨, 정말 미치겠다!”

  “뭐야, 말을 해, 말을. 그걸 알아야 뭐라 말해 주던 말던 할 거 아냐!”

  한동안 말이 없던 윤정이 내 눈치를 보다 입을 열었다.

  “나, 너무 욕하지 마. 알았지?”

  약간은 애교스러운 듯 후회 섞인 목소리로 묻는 윤정에게 알았다고 대답하고 윤정의 얘기가 어떤 일일까 생각하면서 얘기가 시작 되기를 기다렸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소주 한 병을 비우고 두 번째 병의 뚜껑을 따 한 잔씩 채운 뒤였다. 

“알았어. 얘기나 해. 사람 속 터지게 하지 말고.”

윤정의 얘기는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4주 전 쯤 나이트클럽을 갔다가 부킹 들어 온 남자들과 합석을 하게 됐는데 알고 보니 나이도 한두 살 어린 친구들이었단다. 요즘이야 오히려 연상연하를 선호하는 추세이다 보니 별 상관도 안 하고 생김새들이나 스타일들이 나름대로 다들 좋기도 하고 누나라며 애교 떠는 모습이 귀여워서 그 날 쭈욱 같이 놀게 되었단다. 기분이 좋으니 당연히 술도 많이 마시게 되었고 나이트를 나와서 단란주점을 가게 되었단다.

  “돈들도 썩어난다. 어린 것들이 벌써부터 무슨 단란주점이냐? 알만하다, 알만해.”

  “아이 참, 말 막지 말고 내 얘기 좀 들어 봐, 응?”

  “그래, 계속해 봐라, 계속해.”

  그 얘기를 들으며 속이 타서 소주를 한 잔 들이켰다. 술이 다른 날 같지 않게 썼다. 달착지근한 안주를 싫어했지만 입이 써 자꾸 쥐포로 손이 갔다.

  그곳에 가게 되었을 때 서글서글한 눈매에 착해 보이기도 하고 예쁘장하게 생겨서 속으로 찍어 두었던 애가 옆에 앉았고, 그 때부터 둘이 폭탄주를 돌려가며 마시기 시작했는데, 전작이 있는데다 폭탄주까지 마셔서 심하게 취했단다. 그 날 너무 심하게 취해서 지금도 필름이 끊긴 부분을 아무리 기억하려 해도 안 된단다. 그런데도 기억나는 것은 다들 짝을 맞춰 헤어지는 분위기여서 밖으로 나왔는데 자신은 결혼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집에 가겠다고 택시를 타려 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얼마나 마셨던지 택시를 타기 위해 몇 번이나 애를 썼는데도 자꾸 넘어져 그 어린 친구가 자신을 모텔로 데려다 준 것 같다고 하면서 그것만은 확실히 기억난다고 했다.

  “그거? 택시 못 탄 거?”

  “아니, 그게 아니고, 아이 씨, 좀 들어 봐.”

  “들으면 되지 웬 성질이야.”

  그 애가 자신을 침대에 눕히고 간다는 인사를 했을 때 그 애를 가지 말라고, 무섭다고 잡아당긴 것은 자신이었고, 중심을 잃고 자기의 몸 위로 쓰러진 그 애에게 키스를 한 것도 자신이었다고 한다. 그러다 그 애도 같이 키스를 하게 되었고, 다음 날 아침이 되어 눈을 떠 보니 둘 다 벌거벗은 채로 누워 있었단다.

  “미친 년, 네가 생각이 있는 년이냐? 어떻게 결혼도 얼마 안 남긴 애가 그럴 수가 있냐? 암만 술에 취했어도 그렇지. 너, 색녀 아니냐, 색녀?”

  “아이 씨, 내가 그러고 싶어서 그런 줄 알아? 나도 왜 그랬는지 지금도 궁금하단 말야. 심란해 죽겠는데 너까지 지랄할래?”

  “니가 왜 그러긴. 니가 평소에 한 걸 보면 모르겠냐. 걱정이다, 걱정이야. 너 절대 그 사람 앞에서 술이 떡이 되도록 처마시지 말아라. 내가 더 불안하다. 이게 뭐냐? 하여튼 내가 친구 하난 뒈지게 잘 뒀구나, 제길.”

  “자꾸 그럴래, 이 찍찍 대마왕아!”

  찍찍 대마왕은 만화영화 톰과 제리에 나오는 제리 같이 귀여운 얼굴로 독설도 잘 하고 아픈 데만 찌르는 말만 한다고 윤정과 다른 친구가 나에게 붙인 별명이었다. 윤정은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정신이 들고 그 애부터 깨워서 내보낸 뒤 침대, 욕실, 휴지통을 다 뒤져 봤지만 아무리 뒤져도 콘돔을 찾을 수가 없었고, 보름 전에는 했어야 할 생리를 아직도 안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애의 연락처라도 받아놓거나 그 애를 보내기 전에 물어봤어도 됐는데, 이미 그 애를 보낸 뒤였고, 물어보자니 결혼 얼마 안 남기고 그런다는 게 스스로도 좀 계면쩍어 관두기도 했고, 원래 선수끼리는 그런 건 물어보지 않는 거란다. 어이가 없었다. 그나저나 생리주기가 하루 이틀 정도는 차이 나는 것 말고는 윤정은 정말 신기하게도 주기가 일정했었다. 생리전후로 보름정도가 가임기간인데 딱 그 때였다며 윤정은 불안을 감추지 못했다.

  “그럼 산부인과에 가서 확인해 보면 될 거 아냐? 처녀막 재생수술도 할 겸.”

  “그건 며칠 전에 했어. 그리고 적어도 4주는 지나야 확인할 수 있데. 야, 나 정말 임신이면 어떡하지? 엉? 아이 씨, 정말 환장할 거 같아.”

  “그럼 첫 날밤 연기나 잘 하고, 신혼여행 갔다 와서 산부인과에 가서 확인해 봐. 그러고 나서 만약 임신이라면 애 낳고 싶은 생각은 없지? 사랑하던 사람의 애도 아니고, 실수로 가진 애일 테니 인공유산 시킬 수밖에 없는 거 빨리 해 버려. 그게 너나 애한테도 좋고. 그리고 너무 그렇게 신경 쓰지 마. 원래 스트레스 쌓이면 늦어질 수도 있고, 결혼 앞두고 웬만한 여자들이 다 너처럼 생리불순이 되기도 한다더라. 결혼이 좀 큰일이냐? 그건 그렇고 결혼 후에도 이따구리 짓거리로 나 찾지 마라. 너하고 공범 되는 것도 싫고, 그 때도 그러면 나 너 안 볼 거다. 그리고 이젠 좀 제발 정신 좀 차려라. 니 신랑 될 사람이 불쌍하다, 불쌍해. 이년아!”

  “야, 이 찍찍 대마왕아, 자꾸 그럴래? 내가 안 그런다 했지? 너도 말 조심해. 알았지? 이 얘기 우리 그이한테 들어가면…. 아,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끔찍해.”

  이렇게 얘기하면서도 윤정은 내 말에 조금 수긍하는 낯빛이다. 소주는 벌써 바닥을 드러냈고, 우리는 세 번째 병을 미처 다 비우지 못한 채 잠이 들었다. 다음 날은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윤정은 못다한 결혼준비로 바쁘다며 부은 눈을 한 채 내 방을 일찌감치 나섰다.

  윤정의 결혼식 날이 되었고 윤정의 얼굴이 조금은 무거웠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신부는 원래 자기가 친정을 떠나 으레 그러려니 생각할 터였다. 지겹고도 간단하다할 만큼 형식에 맞춘 예식이 끝났고, 피로연에 나온 신랑 신부를 축하해 주고, 짓궂은 장난도 치며 술이 무르익었을 때 신랑과 신부는 호텔로 떠났다. 호텔에서 하룻밤 자고 내일 신혼여행지로 떠나기로 했다고 윤정이 얘기 했었다.

  나는 다음 날 눈을 뜨자마자 윤정이 어떻게 첫 날밤 연기도 잘 하고 실수 없이 잘 치렀는지 궁금해 졌다. 사실 내 마음 한 구석에는 윤정과 같은 여자들을 미워하는 마음도 조금 있기도 했다. 아무 남자나 만나서 아무렇게나 놀다 시집 갈 때는 요조숙녀인 척, 좋은 남자 만나서 현모양처 노릇을 하고, 남자들은 그런 여자들을 몰라보면서도 자신들은 할짓 못할 짓 다 하면서 놀다 자기 부인이 될 여자만은 현모양처감이 될 얌전한 여자를 바라는 이런 웃기는 상황이 밉고 답답하다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그러면서 윤정도 정신 차릴 수 있게 한 번 혼쭐이 나기를 은근히 바라는 마음도 없지 않았다. 사실, 처녀가 아니라 해서 혼인무효를 외친다면 차라리 그 결혼은 안 하는 게 윤정을 위해서도 훨씬 좋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렇게 윤정이 별 탈 없이 초야를 치렀길 바라는 마음과 그 반대의 마음에서 한참을 서성이며 오히려 내가 불안해 질 즈음 윤정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지금 공항인데, 그인 수속 밟으러 갔어. 야, 그런데 정말 돈 아까워 죽는 줄 알았다. 아, 글쎄 어젯밤부터 생리를 시작했지 뭐니. 그이 얼마나 웃긴지 몰라. 삽입도 제대로 못하고, 해도 자꾸 바지고. 깔깔, 얼마나 서툴고 진지하던지 웃음 나오는 거 참다가 죽을 뻔 했어. 그런데 이 인간, 내가 생리를 하는 건지, 처녀막이 터진 건지도 몰라. 이럴 줄 알았으면 처녀막 재생수술 하지 말고 그 돈으로…. 야, 야, 야, 우리 그 이 온다. 끊어. 나중에 얘기하자.”

 

 

 

 

 

 

 

 

  머피의 법칙 : 잘못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은 반드시 잘못 된다

  샐리의 법칙 : 잘 될 가능성이 있는 일은 항상 잘 된다

 

 

(200X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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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지금 도배질하는 거 맞죠?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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