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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나라] 제5화 - 심판
게시물ID : humorbest_22796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씻지말고따꺼
추천 : 14
조회수 : 2132회
댓글수 : 4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9/03/21 12:43:20
원본글 작성시간 : 2009/03/15 00:4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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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가실 땐 원본 글 링크와 출처를 적어주시길 바랍니다. ---------------------- "징역 3년형을 선고합니다," -쾅- -쾅- -쾅- 아이의 눈에 눈물이 흘렀다. 재판관의 무심한 망치소리가 아이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 오열하는 아들과 함께 아이의 어머니는 울고, 또 울었다. 아이의 나이 15살의 일이었다. 남자가 감옥에 들어가고 나서부터 아이의 엄마는 술에 취했고, 아이를 폭행하고 결국은 1년 만에 자살했다. 아이, '강 한' 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는 친척집에 맡겨졌지만, 그 곳에서도 친척들에게 죄인의 아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자라야했다. 아이는 매일매일 컴퓨터에 앉아 인터넷 변호사들에게 아버지에 대해 물어보자 징역 5년 형이 나올 일이 아니라고 했다. 아이의 아버지의 죄명은 '상해죄'. 인터넷을 찾아서 여러 가지를 알아낸 강한은 어이가 없었다. ① 보통상해죄(형법 257조 1항): 사람의 신체를 상해함으로써 성립한다. 처벌은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그 미수범도 처벌한다(257조 3항). ② 존속상해죄(257조 2항):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에 대하여 그 신체를 상해함으로써 성립한다. 처벌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며,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倂科)할 수 있고(265조), 미수범도 처벌한다. ③ 중상해죄·존속중상해죄(258조): 사람의 신체를 상해하여 생명에 위험을 발생하게 하거나 불구 또는 불치·난치의 질병을 일으키게 함으로써 성립한다. 처벌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이다.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에 대하여 이 죄를 범한 때에는 2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며,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 할 수 있다. ④ 상해치사죄·존속상해치사죄(259조): 사람을 상해하여 치사케 함으로써 성립한다. 처벌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다. 자기 또는 배우자의 존속에게 이 죄를 범한 때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다. 강한의 아버지의 죄명은 '보통상해죄'다. 사실 그가 한 일은 사채를 쓴 일 밖에 없다. 매일 실직만 하던 강한의 아버지는 자신이 대출을 해서 자영업을 해보려 했지만, 국가의 개 같은 정치 때문에 모든 게 날아갔다. 그리고 자식을 먹여 살리려 했던, 굶어 죽다가는 가족을 걱정한 가장은 사채를 쓰고 일을 하며 살았다. 사채를 써준 깡패 놈은 그를 불러 돈을 갚으라고 매일 강요했지만, 돈이 있어야지 갚을 게 아닌가. 깡패는 어느 날 아버지에게 몽둥이를 쥐어주면서 자신을 한 대 강하게 후려치라고 했다. 어쩔 수 없이 그를 때린 아버지는 곧이어 법정으로 불려졌다. 방 주변에 카메라를 숨겨 논 깡패가 그를 상해죄로 신고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라도 해서 상해 금이라도 받아먹어야 내가 살 것 아냐!" 깡패는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우리에게 다가와 말했다. 미친 자식. 깡패들은 힘으로 판사를 사들인 뒤 심리에서 강한의 아버지를 이기고 아버지를 감방에 집어넣었다. 결국 강한은 아버지가 억울하게 당했다는 것을 안 뒤부터, 그의 엄마가 죽은 뒤부터 혼신을 다해 일과 공부를 병행하여 한국의 가장 유명한 경호 대학에 들어갔다. 몇 년 뒤, 그의 아버지가 감옥에서 혀를 깨물고 자살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아버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강한은 며칠 간 오열하다 기절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그는 영양실조로 병원에 입원했다. 그리고 기절해있는 동안 꿈을 꾸었다. 그리고 병원에서 퇴원한 그는 그 일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계획을 짰다. ------------- 며칠 후 어느 방 안에는 5명의 남자가 모였다. 최고의 살인마 김창원, 유명한 연쇄강간범 통칭 '불가리', 금은방 전문연쇄절도범 박길환, 국회의원 폭행죄로 징역을 살았던 유정이, 마지막으로는 판사 김기현. 판사 김기현은 다른 남자들에게 물었다. "당신들도 여기에 돈을 받고 온 겁니까?""얼마나 받았어? 나는 천만 원 준다고 여기 하루만 있어달라고 하더군, 숙식은 제공한다고." 연쇄강간범인 불가리가 말했다. 모두가 자신들도 천만 원을 받고 그 장소에 모였다고 한다. "거참. 요즘 일거리가 안 들어오니까 이런 거라도 해야 벌어먹지. 젠장." 판사 김기현은 퉁명한 투로 말했다. 그러지 김창원이 물었다. "아저씬 뭐하는 사람이유?" "난 지방법원에서 판사를 하는 사람인데, 요즘 일거리가 없어서 고민이지." "푸하하하하하." 방 안에 있는 판사를 제외한 4명이 웃기 시작했다. "왜 웃는 게요? 다들. 내가 판사란 게 웃긴 얘기요?" "다른 사람들은 다 왜 웃는지 모르겠는데. 내가 듣기엔 웃겨서 그렇지. 나는 유정이라는 사람이고 국회의원 폭행죄로 감옥에서 좀 놀다왔지. 거 참, 나라꼴을 망치는 국회의원이 있어서 열 받아서 한 대 후려쳤는데, 전치 8주라고 하도 지랄을 해서 감옥에 갔다 왔지. 썩어빠진 세상." 유정이는 바닥에 침을 거칠게 뱉으며 말했다. 연쇄털이범 박길환은 입에 담배를 물고 말을 시작했다. "나랑 비슷한 양반이구만 그려. 난 박길환이라는 사람입니다. 금은방 털이범으로 꽤 유명한 놈이죠. 내가 턴 것만 해도 억 단위는 족히 넘을 텐데, 결국은 같이 일하던 놈이 배신을 하는 바람에 집 좀 다녀왔지. 나도 애들을 먹여 살려야 하지, 직장은 잘렸지 해서 이 일을 시작했지." 길환의 연기가 방 안을 자욱이 메운다. 길환은 방의 이상한 구조를 보고 욕지거리를 내뱉는다. 방에는 창문도 없고 화장실 안에도 창문이 없다. 그런데 문의 이상한 구멍으로 식사와 재떨이가 지속적으로 들어온다. "그딴 일로 빵에 갔다 오다니 억울하겠구먼." "그러게 말이야." "당신은 뭐했소? "난 연쇄강간범으로 꽤 알려진 사람이지. 통칭 '불가리'. 들어본 적이 있을 텐데?""들어봤지. 나와 다른 쾌락을 원하는 사람. 난 연쇄살인범 김창원이요." 모두의 소개가 끝났다. 판사 김기환의 표정이 심하게 일그러져간다. 법을 따르는 사람이 이런 최고의 범죄자들과 한 방에 있다는 것 자체가 거슬렸다. 창원이 말했다. "거 참. 거기 판산지 변호산지 하는 양반. 인상 좀 피지? 내가 기분이 좆같아지면 때려 죽여 버릴 지도 몰라. 난 내 앞에서 깝치다가 쳐 맞아 뒈진 놈들 볼 때 마다 기분이 좋거든. 그 누구도 이 기분 모를 거야." 판사는 억지로 인상을 폈다. 죽기는 싫었다. 창원도 담배를 한 대 물었다. "나도 사실 이렇게 사람이나 죽이고 다니는 사람은 아니었어. 근데 실수로 어떤 걸레 년을 만났는데, 그년이 내 돈을 가지고 도망갔지 뭐야. 용서한다고 거짓말 하고 호텔로 그년을 불려서 사지를 발기발기 찢어놓으니까 기분이 좋더라고. 그 다음으로 생각난 게 뭔지 알아? 내 머릿속에 내가 여태껏 증오했던 사람들이 떠오르더라고. 차례차례 가서 죽이다보니 어느새 10명을 죽어버린 거야." "그, 그런 걸 기분 좋게 말하는 겁니까!" 판사는 치를 떨며 말했다. 그러자 창원의 인상이 찌그러졌다. "인상은 펴라고 했어도 주둥아리는 놀리라고 한 적 없는 거 같은데?" 판사는 다시 조용히 그들의 대화를 주시했다. "내가 봤을 때도 확실히 그건 별로 좋은 수단은 아닌 것 같군요." "뭐?" 창원은 담배 필터를 꽉 깨문다. 창원의 의견에 반대를 던진 사람은 연쇄강간범 불가리였다. "나도 물론 쾌락을 쫓는 사람이긴 한데, 사람을 죽여서는 쾌락은 오더라도 돈은 들어오지 않지요. 살인청부업이라도 하는 게 더 나을법한데." "네놈이 내 마음을 알아주길 기대하지도 않아. 그나저나 강간이나 하고 다니는 사람이 나한테 그런 말을 하니 웃기는군." "나도 나름 사정이 있소. 난 인간에게 주어진 본능이라는 것을 매우 좋아하지요. 성욕, 소유욕 같은 거 말이지요. 난 본능에 충실했을 뿐입니다." 판사는 순간 머릿속으로 혼란을 느꼈다. 본능이란 인간의 가장 가운데 있는, 근원에 위치한 충동이다. 그런데 그 본능에 충실한 것이 죄란 말인가. "되도 않는 소리다. 여자나 후리고 다니는 새끼가 뭘 알아." "말이 안 통하네요. 당신같이 사람들을 고깃덩어리로 취급하는 사람들은 다 꽉 막혔지요." 창원이 손에 쥐어진 담배를 그에게 던졌다. "말 다했냐? 새끼야? 넌 여자랑 네 놈 자신을 동물로 취급하잖아." "전 그래도 살아있는 존재로 생각하지요." "이 새끼가 뒤질라고." 창원은 불가리에게 무력을 행사하려 했지만 옆에서 막는 나머지 3명 때문에 그들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거 참. 다들 왜 그러십니까. 다시 감옥 가시려고 그럽니까? 여기 판사양반 앞이니 가만히 있어요. 좀." "판사새끼가 뭐나 된다고 그래? 이게 다 저런 판사 놈들 때문이니까 판사 놈부터 죽여 버릴까?" "판사가 원망스러운 건 아는데 참아요. 원망스러운 건 이 세상이니까. 세상이 타락하니까 판사들도 타락한 겁니다." 금은방털이범 박길환은 창원을 필사적으로 말리고 말을 이었다. "나라고 왜 쾌락을 중시하지 않겠습니까? 나에게도 본능은 있어요. 하지만 전 당신들 같이 용감하지 못했죠. 살아남기도 급급했으니까. 자식들 먹여 살리기 위해서 내 명예를 버려가면서도 금은방을 털고 다녔어요." '용감'이라는 단어가 그의 입에서 나오지 판사는 다시 혼란에 빠졌다. 자신의 본능대로 사는 것이 용기가 필요한가. 자신에겐 그럴 용기가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용기가 필요하지. 나도 국회의원 놈 한 대 때린다고 용기를 냈었지. 난 그 자식을 죽여 버리면 세상이 바뀔 줄 알았어. 근데 그건 아니더군. 나도 나름 본능을 낸 거지. 나라를 위한 일이니 선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폭행을 위한 파괴본능, 좋은 나라를 가지고 싶었던 소유욕일지도 모르겠군." 유정이가 말을 꺼냈다. 판사의 머릿속은 질문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나라를 위한 행동이었던 유정이의 행동. 이것이 과연 나쁜 일이었을까? 자신도 유정이 사건을 기억한다. 당시 나라를 말아먹고 있던 전 대통령의 오른팔이었던 국회의원. 그 국회의원을 칼등으로 후려친 유정이. 만약 그 국회의원이 죽었다면, 나라가 다시 좋아졌다면, 그는 영웅으로 추대 받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우리는 다 옳은 길을 한 겁니다. 되지도 않는 인간들이 법이란 것으로 인간의 본능을 억압한 이래로 우리가 한 일은 다 죄가 되어버렸지요." 유정이의 말에 모두가 수긍했다. 살인을 저지른 창원도 자신을 그 동안 괴롭혔던 사람들에 대한 보복이니 '정당방위'라고 생각 할 수도 있는 일이고, 금은방털이범 박길환도 자신의 가족을 위한 '희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강간범 불가리도 자신의 본능을 위한 행위이니 무엇이 틀렸다는 말인가. "판사양반은 우리의 말을 듣고 뭐라고 생각하시오?" 유정이가 말을 건네자 판사는 당황하다 자신의 머리에서 떠오르는 것을 말하기 시작했다. "전치 8주는 중상해죄·존속중상해죄라는 258조에 해당하는 죄고, 성폭행 죄는 법률 제9110호, 살인죄는 250조 1항, 절도죄는 331조항에 해당하는……." "아니 그거 말고 새끼야!" "아……." 창원이 화를 내기 시작했다. "그거 말고 새끼야. 누가 법 얘기하래? 우리 잡아간 법 따위는 필요 없고, 우리가 말하는 의견이 틀린지 이야기 해보라 그 말이야." "법에 위반되니……." "앞으로 네 입에서 법에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면 죽인다. 법에 상관하지 말고 이야기해봐." 판사는 머릿속에서 엄청난 혼란이 일어남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은 법으로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이런 상황에 익숙하지 않은 것이 당연한 것이었다. "모, 모르겠습니다." "정말 자기 멋대로 행동하는구먼?" 강간범 불가리가 살인범 창원을 비꼬기 시작했다. 창원의 인상이 일그러지며 불가리를 향한다. "뭐라고?" "살인이나 강간이나 계획적으로 하는 것이지 형씨처럼 무식하게 하면 어디 가서 칼 맞습니다? 푸하하하." 창원의 옆에 앉은 불가리에게 창원의 주먹이 날아갔다. "오냐 씨벌놈아. 나 무식하다. 그래서 어쩌라고 새끼야. 난 다시 감방에 가도 상관없다. 너 같은 개새끼들을 죽이고 가겠다. 본능대로 살라며 새끼야." 다른 사람들이 말릴 새도 없이 창원은 말을 하며 자신이 앉아있던 의자 다리를 부러트려 불가리의 얼굴을 가격했다. 어찌도 힘이 세던지 두 대 만에 불가리의 얼굴이 뭉개지며 불가리의 행동이 멈췄다. 다른 이들이 가서 불가리를 만져보니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었다. 판사는 문으로 뛰어가서 문을 열려고 하였지만 문은 잠겨있었다. 의뢰인은 들어가기 전에 핸드폰도 모두 가져갔다. 그렇게 불가리는 숨을 거뒀다. "한번만 더 나불대는 새끼 있으면 죽여 버린다. 마지막 경고다." 창원은 그렇게 죽어버린 불가리의 시체를 발로 걷어차 구석에다가 몰아버렸다. 긴 침묵. 침묵을 깬 건 유정이였다. "그, 그렇게까지 죽일 건 없잖소." "닥쳐." "심했소." "닥치라고!" "난 사람을 때린 적은 있어도 죽이진 않았소." 창원은 정이의 멱살을 잡았다. 그 때, 갑자기 창원은 정이의 멱살을 풀었다. 창이의 배에 들어온 이물질 때문이었다. "너 지금 날 찌른 거냐?" "당신처럼……. 용기를 낸 것뿐입니다. 이건 틀린 일이에요." 창원의 팔에 들어온 칼을 쥐고 있는 박길 환을 보며 창원은 괴이한 미소를 지었다. "오냐. 너 죽고 나 죽자. 용기를 낸 대가를 내야지." 창원은 길환을 발로 차버리고 팔에 박힌 칼을 빼내어 길환의 목 언저리를 찔러 죽였다. "아, 아니 왜 자꾸 사람을 죽입니까!" "닥치라고!" 창원에게 다시 한 번 고함을 친 정이의 멱살이 다시 잡혀 올라갔다. "너도 저 새끼들처럼 죽고 싶은 거냐?" "아니. 죽고 싶진 않지만 이건 틀렸어요." "난 옳아!" 창원은 열 받았는지 자신의 칼을 책상에 꽂아놓고 정이의 목을 졸랐다. 정이의 숨이 멎어 가는데도 정이는 말을 했다. "케. 당신은 선을, 켁, 몰라. 살인은, 악이야. 케켁." 그 말을 끝으로 정이의 몸이 축 늘어졌다. 창원은 그가 죽은 것을 느끼는 순간 자신의 몸에서도 죽음을 느꼈다. 자신의 목에 들어온 칼. 판사의 칼이었다. "너, 너 뭐하는 잣이야." "나, 나는 모르겠습니다. 당신들이 하는 말을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옳은데 틀렸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죽어버린 정이와 창원은 땅으로 무너져 내렸다. 판사의 머릿속은 계속 혼란스러웠다. 사람을 죽이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은 사람을 죽였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옳으면서도 옳지 않은 생각이었다. 법으로 생각하는 건 지워버렸다. 법은 100% 맞는 책이 아니다. "법은 필요하지만.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판사는 홀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곧이어 그 곳에 경찰이 도착했다. 어디서 연락을 받았는지는 모르지만 경찰들은 들어오자마자 판사 김기현을 살인혐의로 체포해 갔다. 후의 일이지만 김기현은 법정에서 아무 발언도 하지 않고, 무언가 충격에 휩싸인 듯 '사람은 사람을 판단할 수 없어.'라고만 계속 중얼거렸다고 한다. 결국 김기현은 징역을 선고받고, 감옥에서 정신병이 생겨 자살을 해버렸다. ------- 대거 살인사건이 일어난 다음 날. 한 남자가 목을 매달고 자살한 채 발견되었다. 그의 밑에는 유서라고 생각되는 종이가 한 장 놓여있었는데, 거기에는 '나도 모르겠어.'라는 말이 적혀있었다. 사망자의 이름은 강 한.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죽게 만든 장본인인 김기현을 꿈에서 나온 그대로 방에 가두고, 오로지 박길환에게만 칼 한 자루를 주고, 모든 일이 꿈에서 본 대로 풀려 김기현을 감옥에 집어넣고서는 자신도 정체성의 미로에 빠져 자살해버린 비운의 인간이었다. ---------- 후기 아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저도 모르겠어요. 인간에게 인간을 판단할 수 있는 척도가 어디서 생긴건지. 법이라는 것이 참 말도 안되는 것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인간에게 유리하라고 만들어 놓은 법인데. 그 법이라는 것이 우리의 모든 것을 억압한다는 생각을 하니.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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