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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가 되고 싶은 학생입니다 읽고 조언좀 부탁드려요
게시물ID : readers_2280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레이브릭스
추천 : 0
조회수 : 507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5/11/22 22:5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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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아이는 영단어 책을 보며 지하철 역사를 향해 걸었다 언제나 매일 그랬듯이 집 앞에 횟집의 아줌마는 아침의 한기가 아직 가시지 않은 아스팔트 위에 물을 뿌려 빙판길을 만들길 고집 했다 수족관 안에는 역시 물고기가 하나도 없었다 어제 저녁 학원 돌아오는 길에 이름 붙여 주었던 두 아이는 이제 누군가에 뱃속에서 참이슬과 초장과 함깨 썩어 가고 있었다 하루살이다


아이는 생각을 그만두고 영어단어집을 보며 집중했다 앞은 볼 필요가 없다 어차피 모두가 가는 그 길을 따라 발자국을 놓아가면 되니 말이다 모퉁이를 돌아가니 사람들이 역사 입구에서 주춤거렸다 입구는 좁다만 사람은 많았다 밀리면 이것은 곧 뒤쳐짐을 의미했고 뒤쳐짐은 곧 모두에게 지각을 의미했다 아이는 그 좁은 틈을 비집고 들어가 양복 입은 사람들과 함께 역사로 들어갔다 옆에 있던 아저씨가 아이보다 조금 나이가 더 많은, 이제 갓 신입사원의 딱지를 때지 못한 누나를 자기가 가기위해 밀치는 것을 보았다만 못 본척 했다 앞에는 오늘도 그 거지 아저씨가 사람없는 귀퉁이에서 웅크리고 있었다


“아저씨? 아저씨?”

아이가 생사를 확인 했다

“응? 음...... 학생..... 학생이로구만 학교가니?”

대답과 동시에 아이는 자신이 들고 오던 핫팩과 천원 짜리 몇 개를 건낸다

“아저씨 추우니까 꼭 찜질방이나 만화방 가서 자요 알겠죠?”

“고맙다 진짜 정말 고마워.....”


노숙자에 눈에 잠깐이지만 눈물이 글썽였다 아이는 아저씨가 이번에도 찜질방이나 만화방에 가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구걸하며 미술학원에 다녔다 그곳은 한 달에 25만원 이나 했고 그곳에 일을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할인을 받아도 10만원이 넘었다 하지만 그는 자기가 재능이 있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이고 내가 배우고 싶은 것이니 반드시 해낼 것이라 자부했다 그리고 뒤에는 자신처럼 가난했던 고흐의 이야기도 빼놓지 않으려 했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의 몇 천원은 단순한 기부가 아닌 작은 응원이었다


그곳을 돌아오면 개찰구다 이번에도 아이는 어김없이 계속해서 영단어 책을 바래다 보았다 하지만 사람많은 그곳에서 뒤처지지 않는 몸부림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 ‘뒤쳐짐은 곧 증발이다’ 세상은 아이에게 그렇게 가르쳤다 아이의 몸무게는 58kg이지만 사실은 그것보다 더 나간다 그의 등과 어깨에는 자신의 학원비를 벌기위해 고된 일을 마다않는 어머니 한숨과 상사에게 볼 짓 못볼 짓 다 보고 들으며 자식새끼 하나 믿고 버틴다는 푸념을 술 잡수고 털어놓은 아버지의 기대가 더해져 있다 그러기에 아이는 뒤처지지 않아야 했고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야만 했다 그때 친구가 보였다


“어? 도하야.....아.....


인사는 화답되지 못했다 못본 것 일수도 있고 보고도 모른 척한 경우일수 있다 하지만 아이는 이미 후자를 확신했다 도하라는 친구는 초등학교 때 까지만 해도 친한 친구들중 하나였다 하지만 고등학교가 시작되고 도하가 아이에게 성적에서 몇 번 지더니 곧 도하는 이야기조차 하지 않으려 했다 학교는 배움의 터전이 아닌 전쟁터였고 공부 또한 배움이 아닌 전투연습이었고 좋은 대학을 통해 좀 더 높은 사회적 지휘를 쟁취하기 위한 수단 이었다 밟히지 않으려면 밟고 일어서야 했다 밟힌 자는 말이 없었다 밟은 자 또한 말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승리의 여신은 아이의 손을 들어주었다만 승자는 둘 중 그 누구 도 아니었다.


무안해진 시선과 반가움을 치우려 돌아 선 곳에는 언제나처럼 지하철 노선도가 보였다 언제나 맨 끝에는 오이도라는 세 글자가 굴림체 14point로 선명히 찍혀 있다 오이도는 아이에게 늘 가깝고도 먼 곳이었다 매일 가는 지하철역에서 하행선타고 겨우 10정거장만 가면 있는 곳 이었다 아이가 늘 보고 싶어 했고 바랬던 바다가 닿는 곳 이었고 지금이 아닌 어린 날 가족과의 추억이 살고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언제나 처럼 시간이 그 발걸음을 막았고 공부가 그 모든 길목을 차단 했다.


“지금 들어오는 열차는 당고개 당고개행 상행선 입니다”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접고 열차를 준비했다 생각을 털어냈다 아이는 또 다시 버텨내야할 또 다시 누군가를 밟아 내야할 또 다른 하루를 생각 했다 숨을 크게 들이 켰다 그 열차에는 모든 사람이 탔다 사람이 많다 비집고 들어가야 겨우 타낼 수 있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누군가는 밀쳐질 판이다


“지금 들어오는 열차는 오이도 오이도행 하행선입니다”


아이는 뒤을 보았다 스크린 도어는 열렸다 하행선 열차안에는 간간히 어르신들만 얼굴을 비췄다 상행선 열차로 사람들이 배집고 들어갔다 하지만 아이는 홀린듯 무의식적으로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는 그길로 아이는 처음 이곳에서 열차를 탄지 445일만 하행선 열차에 올랐다


열차문이 닫혔다 아이는 자리에 않은 후 교복의 자신의 이름이 써진 명찰을 때어내고 가방안에 넣었다 그리곤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귀에는 열차의 덜컹이는 기분 좋은 소리만 간간히 울렸다



조언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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