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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선일 인력사무소
게시물ID : readers_2280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카뮈의권총
추천 : 2
조회수 : 61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11/22 23:06:11
동대문 선일 인력사무소



만약 당신이 새벽 첫차를 타고 길을 나선 적이 있다면

분명 우리를 만날 수 있다

후줄근한 옷차림에 두툼한 배낭을 메고 유령처럼 차에 오르는 사람들

검은 피부에 어두운 얼굴 등산바지 떨어진 한켤레 신발을 신고 

무리지어 차에 오른다

하루의 시작은 누구에게나 무거운 것

그러나 그토록 무거워 보이는 어깨를 본 적은 없을 것이다

오늘도 팔려가는 인생 

그 이름 노가다

누구도 이렇게 살려고 태어나지는 않았는데

이렇게 사는게 뭐 어때서

사람취급 못받는 것이 노가다인 줄 몰라? 

오늘도 팔려가는 인생 

일당 10만원짜리 한대가리 두대가리

정처없이 떠돌아 다닌다 

떠돌아 다니려고 태어나진 않았는데

사연은 가지각색 

그러나 우리는 지난일은 침묵한다 

어차피 물어보는 이도 없는데 뭐

어쩌다 친해진 노가다 동지들끼리 다시 모여 일나갈 확률도 적은 것을

그날 그날 당첨되듯 팔려가는 

일당 10만원짜리 한대가리 두대가리

어디로 갈지는 아무도 몰라 

그저 새벽밥이나 먹여주는 곳이면 다행 아닌가

이름도 없고 소속도 없고 경력도 없는 노가다 

노가다 오늘 시작해도 20년 해먹었어도 

같이 팔려가서 

일당 10만원짜리 한대가리 두대가리

노가다가 싫으면 기술을 배워라 

이짓하다 늙기 전에 어서 떠나라

노가다는 사람취급 못받는다 

그럼 도대체 뭐하러 이일을 하십니까 

할것이 없으니까

누구도 이렇게 살려고 태어나지는 않았는데

돈 모으기 쉽지 않아 

평일이면 힘든 일에 아작난 몸을 고칠라고 술을 붓는다

주말이면 고장난 마음을 고칠라고 경마장에 가서 돈을 붓는다.

그 죽을 고생해서 번 돈을 그런데다 쓰는 미친 놈들 아닌가 

당신도 희망이 없으면 그런 걸로 위안 삼는 것이야

그래도 인력사무소 돌아가면 나를 사람 취급해주는 사람들이 있지

노가다 동지들 

우리 반장님들

사람취급 못 받는 우리들도 여기서는 반장님 소리 듣는다네

그래도 근방에서 사람 좋다는 이곳 소장님은 

날마다는 아니어도 가끔은 초코파이 몇 상자도 풀고 

믹스커피도 풀어서 나눠 먹게 해준다

오늘도 똥값 떼어주러 사무소 들러서 

다른 노가다들 몇개나 벌었나 확인하고

오늘 일이 얼마나 더 좃같았는지 확인하러 

그래도 들르는 곳

동대문 선일 인력사무소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일을 하는 우리가 모여서

어느 현장에서도 사람취급 못 받는 우리가 모여서

또 내일 어디로 팔려갈지 모를 대가리들이 모여서

담배 한대 나눠 태우고 일당 타령이나 또 해보자꾸나

배운게 없고 가진게 몸밖에 없으니 해야하는 일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일 노가다

남을 속일 줄 몰라서 남 위에서 떵떵거릴 줄 몰라서 해야하는 일

세상에서 가장 정직한 일 노가다

그래서 가장 더러운 그 일

오늘도 모여서 가장 더러운 직업 노가다 한탄을 하러 가자꾸나

사람 좋다는 소장님이 있는

동대문 선일 인력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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