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공 추모 진해군항제때 ‘웬 日 자위대?’
경향닷컴 고영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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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추모하기 위한 ‘진해 군항제’에 맞춰 개최될 ‘세계 군악·의장 축제’에 일본 자위대도 참가할 예정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경남 진해시와 사단법인 진해세계군악의장페스티벌추진위원회에 따르면 일본 해상자위대 동경음악대 50명은 다음달 3일 개막하는 ‘2009 진해 세계 군악·의장 페스티벌’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뉴질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 스코틀랜드, 중국 군악대와 함께 사흘간 거리 퍼레이드와 각종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2009 진해세계군악의장페스티벌’에 새롭게 추가된 일본 해상자위대 군악대 캐릭터(왼쪽)와 진해시청 홈페이지에 올라온 항의 글.
진해시 관계자에 따르면 자위대 군악대의 참여는 진해시가 지난해 6월 총 15개국에 초청장을 보낸 데 따른 것이다. 자위대가 진해 군항제 때 열리는 축제에 참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자위대 군악대 참가 소식이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자 진해시청과 페스티벌 추진위 측에는 “충무공 이순신이 보는 앞에서 웬 자위대가?”, “독립투사와 이 땅을 지켜온 선조들이 통곡할 일이다”는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진해시 홈페이지에는 23일 오전 현재까지 수백개의 비난 글이 쇄도하고 있다. 시민 이모씨는 “일본은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에 대한 사과도 없고 게다가 호시탐탐 우리의 영토를 노리고 있다”면서 “설령 군악대라 할지라도 일본의 자위대 군복을 입은 자들이 내 조국 내 땅에 발을 들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성토했다. 전모씨는 “조국을 사랑하는 모임을 결성해 군항제 행사 불참가 운동을 벌일 것”이라며 진해시의 공식적인 해명을 촉구했다.
신모씨는 “참 기가 막히다. 해마다 가족과 함께 군항제 구경을 갔지만…”이라며 군항제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고, 하모씨는 “어이가 없어 웃음이 터진다”면서 “올해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쭉 군항제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도 한 네티즌이 ‘진해 군항제 기간 중, 자위대 군악대 시가행진 반대’라는 제목으로 청원을 올리자, 수많은 누리꾼들이 서명에 동참하고 있어 파장이 확산될 전망이다.
진해시는 어느정도 반발은 예상했지만 이정도일지는 몰랐다는 반응이다.
시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지난해 부산 국제관함식에 일본군함이 입항하는 등 지금까지 자위대가 국내에 들어온 경우는 이번 뿐 만이 아니다”면서 “시민들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애초 진해시측도 반발을 예상해 논의를 했고 국방부와 외교통상부 측에 자문을 구했다”면서 “정부는 문화행사이기 때문에 적극 권장한다고 답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특히 “군항제와 이 페스티벌은 별개 단체가 진행하는 전혀 다른 행사”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진해세계군악의장페스티벌’ 조직구성도를 보면 한나라당 김학송 의원을 포함, 김형봉 진해시의회의장, 배영철 진해경찰서장 등 정·관계 인사가 행사 추진위 고문으로 있고, 명예위원장에는 이재복 진해시장이 위촉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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