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야자마치고 버스타고 오는데 한 여고생이 타더군요. 친구랑 대화하고 있던 저는 한번 힐끗 보고 '아, 예쁘네.'라고 생각하고 신경 끈 채 친구와의 얘기를 계속했습니다.
나:어차피 가난에는 익숙하니까 내 꿈을 좇다가 굶어죽어도 상관없다고!ㅋㅋ S군:그러냐... 나:그러니까 세계최고의 베스트셀러를 써주마. S군:그러든가.
이런 대화를 계속하다 보니 어느새 대화거리가 떨어지더라구요. 친구녀석이 워낙 단답형인지라 대화를 이어나가기가 힘들더라구요. ㅋ 그래서 잠시 정적. 버스엔 다른 애들도 탔지만 별로 많이 타지 않아서 한산한 버스에서 아까의 여학생의 통화소리가 들렸습니다. 굉장히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인상적이어서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여고생:존나 X뱅이 치다가...
순간 잘못들었나 해서 귀를 기울여 봤습니다.
여고생:너 X나 깝친다. 나 살아오면서 너 같이 깝치는 X 처음 봤네.
...잘못들은 게 아니더군요. 높낮이 변화없는 저음의 욕은 계속되었습니다.
여고생:!@&%...#!%!...#^@...
어색해진 저와 친구는 억지로 대화를 전개해 나가면서 버스에서 내렸습니다.
나:그, 그러니까 무슨 얘기했더라? S군:내일 서점가자고 했던가. 나:자 일단 내리자.
저와 친구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방금전의 핸드폰녀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나:욕하는 거 들었냐? S군:무슨 그렇게 감정 안 실린거 같으면서 무섭게 욕하는 사람이 다 있냐? 나:아 나 깜짝 놀랬다 진짜. 나도 그렇게 무섭게 욕하지는 않는다고. S군:조낸 프로의 욕실력, 중저음의 도발하는 듯한 포스. 나:...이로써 여자에 대한 환상 하나가 깨졌다. S군:어익후, 그딴 거나 가지고 있으니까 여친이 없지. 나:저런 무서운 분이라면 사양. S군:ㅋㅋ 내일보자. 나:어, 내일보자.
그리고 집에 돌아왔는데요, 여자가 이렇게 신랄하게 욕하는 거 처음 본 저로써는 굉장히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_-;; 여자도 사이 안 좋은 사람한텐 저렇게 심하게 욕하나요? 왠지 의문이 생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