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생리휴가’ 비상이 걸렸다. 여 은행원들이 그동안 사용하지 못한 생리휴가를 돈으로 돌려달라는 소송에 나서 최대 1000억원대 규모의 법정공방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국민은행과 농협 등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산하 32개 금융기관(19개 은행 포함)은 지난달 19일과 29일 연쇄 관계자 회동을 갖고 한국씨티은행의 생리휴가 소송 관련 변호사 비용 등을 함께 부담하는 등 공동 대응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앞서 지난 5월 서울 중앙지방법원은 사용하지 않은 월 1회씩의 생리휴가에 대해 근로수당을 지급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한 한국씨티은행(옛 한미은행) 노조 여직원 1298명에게 은행측이 15억8000여만원을 보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은행 중심의 금융노조는 물론 보험·증권회사 노조들이 가입한 사무직 여성 노조도 생리휴가 보상 문제를 정식 제기할 계획이어서 파장이 확산될 전망이다.
금융기관들이 이례적으로 ‘생리휴가 소송’에 대해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한 것은 씨티은행 소송에서 최종 패소할 경우 다른 금융기관들도 똑같이 미사용 생리휴가에 대해 수당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노조 산하 노사는 지난해 10월 공동단체협약을 맺고 ‘미사용 생리휴가 수당 지급 문제는 한국씨티은행의 소송결과를 준용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노조가 대법원에서도 승소할 경우 금융기관들이 부담할 비용은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만 150여억원에 이르는 등 금융권 전체로는 최소 500억원에서 10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2005년 말 기준 금융노조 소속 여성 조합원은 2만4500여명이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본인이 사용하지 않은 생리휴가에 대해 보상을 하는 것은 근무수당을 이중으로 계산하는 셈이기 때문에 남자직원들과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금융노조 이승민 기획실장은 “금융기관들이 공동 대응을 한다면 금융노조도 당연히 공동 맞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보험·증권사 노조가 가입한 민주노총 산하 전국사무금융노조연맹 김금숙 여성국장은 “조만간 사무직 여성의 생리휴가 실태를 조사한 뒤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인열기자 [ yiy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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