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가 과연 무한하게 주체를 만족 시키는가? 예를들면 타인을 의식할 필요 없는 무인도 같은데에 떨어져 있다고 하자. 과연 무인도에 있는 그 사람은 무한히 만족스러울 수 있는가?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캐스트 어웨이를 보면 주인공은 비행기 불시착으로 무인도에 떨어져 혼자 살아가게 된다. 허나 고독감을 못 이겨 배구공? 맞나? 하얀 공에 얼굴을 그려 윌슨이란 가상의 타자를 만들고, 종종 일을하다 이야기를 걸거나 심지어 윌슨의 시선을 느껴 돌아보는등, 타인의 시선에 대한 인간의 애증을 인간이 처한 모순들을 그려내고 있다. 무인도에서 조차 주인공은 타자의 시선을 만들어 자신이 처한 자유를 제약하려 한다. 진짜 자유는 이토록 공포스러운 것이 아닐까?
그럼 의미에서 박정희 신드룸은 강렬한 아버지를 열망하면서 느끼는 주체의 안도가 아닐까? 필자는 얼마 전 글에서 박정희 신드룸이 공동체에 대한 향수라고 지적한바 있다. 그러니까 산업화 시대 이후 신자유주의가 들어오면서 가족 서사가 해체되고 파편화 된 인간 관계들이 과거 공동체로 돌아가려는 열망을, 그런 향수의 표출이 박정희라는 아버지의 열망으로 나타난다는 해석이었다. 물론 이건 나 주관적 해석일 뿐이다...
이런 현상은 마치 유아들이 부모를 돌아보며 이건 뭐야~라고 사물에 대한 이름, 확답을 보내기를 바라는, 사물 앞에 선 아이와 같다고 할 수 있다. 부모의 시선을 통해서 확답, 그리고 그 자신에 대한 인정을 바라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일 것이다. 즉 자신이라는 주체조차 누군가의 확답에 의해 증명되는 것이 바로 인간이고, 바로 이것이 우리를 증명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제약하기도 하는 타자의 시선이... 사라지는 것이 공포스러운 이유다.
우리는 우리를 증명하고 확답해 줄 멘토를 갈구한다. 대중의 이런 욕구는 두가지 형태의 징후를 나타나고 있다. 하나는 안철수, 하나는 박정희.... 이 두 사이에 차이란 것은 선한 이미지에 자신의 내밀한 고민들을 같이 고민하고 들어 줄 현대적 의미의 멘토와 자신에게 강렬한 의미 부여를 해 줄 아버지란 의미에서 박정희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전자 즉 안철수는 타자가 주는 부담스런 제약들이 단순히 거세 된, 현대인들이 만들어 낸 하나의 환상이고, 후자는 사도 마조히즘 커플, 자신을 고약하게 대하는 마조히즘 주체들이 갖는 사디즘적인 타자에 대한 환상의 대상이다.
나쁜 남자나 차가운 남자에 대한 그 여성들의 선망들을 보라. 매력을 느낀다? 정확히 말하면... 이 현상은 남녀 사이에 서로에 대한 인증 확답 욕구 게임의 반영일 뿐이다. 나를 차갑게 외면하는 남자. 그러나 나를 사랑하는 남자. 나에 대한 확답을 주지 않기 때문에 계속 환상을 투사할 수 있는 남자. 그 반대로 남자 또한 이 게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럴 수록 여성은 더 자신을 욕망하기 때문이다.
이와같은 타자와 자신이라는 문제는, 자유와 반 자유가 변증법적으로 교차하는 지점에 있다. 사람들은 늘~ 자유롭길 원하지만 진짜 자유가 도래한다면 도망가고 싶을 것이다. 한국 사회를 보라. 이 공동체가 무너진 사회를...... 얼마 전 필자는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다룬 묻지마 범행의 범행편의 후기를 썼었다. 그 범인들은 정확히 사회와 자신이 단절 되었을때 그와 같은 범행을 꾸몄다. 아무도 자신을 돌봐주지 않는 공간에서 누구도 손내밀지 않는 상황, 타자의 시선이 거세 된 범인들은 그와 같은 상황에서 도주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른다. 즉 그들은 진짜 자유가 주는 고통, 공포, 실재로부터 도망쳐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그렇다면 박정희 신드룸도 이와같은 게 아닐까? 설사 그가 범죄를 저질렀다해도 이 사회가 주는 공포보다 더 나은 것이리라.... 그러므로 우리는 이와같은 주체의 위기를 근본적으로 되 돌아봐야 한다. 우파들은 나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하겠지만, 보라.... 우파들의 사상 자체가 간첩이니 빨갱이니.. 이런 신비의 선동꾼들이 사회를 해체하고 분열 시키고 있다는 우파 일반의 이 정치 인식이야 말로 가장 내밀한 환상, 사디스트 권력을 열망하게 하는 지렛대이지 않는가? 강력한 권력하에 사회를 통합시키려는 열망을 말이다....
그렇다면 진짜 자유는 어디에 있는가? 우리는 피난처 도피처, 마치 브룩쉴즈가 주연한 영화 블루라군의 그 신비의 섬처럼, 그런 곳을 열망해야 하는가? 진짜 자유는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