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데이 사탕을 나중에 사줘도 된다고 고집을 부렸는데 굳이 손잡고 시내 데리고 나가 사랑한다며 사탕을 사주더니, 그게 마지막 만남이 될 줄은..." 울산시 남구 신정동에서 음주단속 도중 숨진 울산남부경찰서 소속 김태우(31) 순경의 애인 김모(24)씨는 15일 오전 김씨의 빈소가 차려진 신정동 중앙병원 영안실에서 김 순경의 이름을 부르다 넋을 잃었다. 김씨는 "이번 주에 부모들끼리 만나 상견례를 하고 곧 결혼을 하기로 했다"며 "너무 착하고 부지런한 태우씨가 지금이라도 내 이름을 부르며 다가올 것 같다"고 울먹였다. 김 순경의 어머니 배모(49)씨는 "어떻게 하늘은 착한 놈만 골라 데려가느냐"며 "경찰 정복을 입고 결혼 하는 날 덩실 춤이라도 추려했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며 오열했다. 김 순경은 2001년 24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경찰에 입문해 울산 남구 선암파출소에서 근무하다 지난해부터 남부서 교통지도계에서 교통 단속 업무를 해왔다. 김 순경은 그동안 교통단속 실적 서장 표창과 외근 근무우수 서장 표창, 검문왕 서장표창, 교통사고 감소 유공 경찰청장 표창 등 해마다 수상을 할 정도로 매사에 성실하고 부지런했다. 그가 사는 13평짜리 아파트는 총각의 방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깨끗하게 정돈돼 있었다. TV와 책상, 컴퓨터, 침대가 놓인 방은 먼지하나 없이 깨끗했고 경찰정복과 양복 등 옷들은 잘 세탁된 채 가지런히 걸려 있었다. 침대위에는 애인과 다정히 찍은 사진과 부모의 결혼기념일과 생일, 장모님 생일, 애인 생일, 친구 생일날 등에 동그라미가 그려진 달력이 놓여 있었다. 동료 경찰들은 "김 순경은 그야말로 모범적인 경찰관상"이라며 "열심히 근무하던 그가 음주운전자가 갑자기 올린 승용차 창문에 팔이 끼여 500여m나 끌려가다 숨진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문을 잇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