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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월드컵 카드섹션 후기 <3> 미국전 Go KOR 16!
게시물ID : soccer_2297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mireju
추천 : 2
조회수 : 60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2/04/03 22:05:42
이번엔 월드컵 두번째 경기 미국전 카드섹션이야기 입니다.
2006년 DC인사이드 국내축구 겔러리에 올렸던 글을 수정해 다시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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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섹션 이야기..3 (Go KOR 16!)

Go KOR 16! - 미국전

OH NO! USA..

아이디어 회의 초기에 나왔던 문구야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사건을 연상시키는 문구였는데
모르는 사람이 보면 단순 반미구호로만 느껴지고 경기와 매치가 안된다는 이유로 탈락되었지..

하지만 미국을 넣어 약간의 네거티브한 문구로 가는것이 여러가지 아이디어의 
공통점이었기 때문에 비슷한 아이디어가 계속 나왔어.

결국 'BEAT USA'와 '격파 USA'가 최종 후보에 올랐는데
느낌상 격파 USA가 더 강렬하다는 의견이 대세라서 이걸로 정해졌지.

격파 USA.. 
이게 우리의 두번째 카드섹션 문구였어.
첫경기에만 카드섹션을 하겠다는 계획은 
첫경기 승리의 흥분, 감격과 함께 자동 폐기된지 오래였고... 
좀더 솔직히 말하면 회장의 탄압에 굴복한거지.

딱 한경기만 더 하자고 하더라고 딱 한경기만...--;

암튼 경기 전날 현장팀 리허설과 카드섹션 설치 때문에 버스를 대절해 내려가고 있었는데 
반갑지 않은 전화가 왔어.
한 국가기관으로부터 '격파 USA'는 설치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은 거지.
당시 미선이 효순이 사건 때문에 반미감정이 극에 달해있을 때였고 
정부에서도 오바스러울 정도로 신경을 쓰고 있었거든.

'I LOVE USA외에는 USA가 들어가는 문구는 쓸 수 없습니다'라는 농담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는데.. 농담 맞겠지? ㅠㅠ..

근데 왜 나라에서 응원문구가지고 이래라저래라냐.
또 거기에 굴복하는 니들은 뭐냐고 묻는다면
어쩔수가 없었다고 밖에 얘기할 수가 없네.

사실 경기 전날이나 개방시간 이전에 들어가서 응원준비를 한다는거 자체가 큰 특혜였어.
우릴 믿고 봐줬으니까 그렇게 할 수 있었던거지.
근데 이런걸로 문제를 만들면 신뢰관계가 깨지고 다음 경기부터는 미리 들어가서 리허설
하고 이런게 불가능해질 수 있어. 그럼 남들처럼 줄서서 들어가서 셋팅하고 카드설치하고 
대형 태극기 통천도 준비해야돼..
사실 그건 쉽지 않거든.

암튼 그렇게 됐어.
모든 계획이 틀어져 버린거지
미리 만들어둔 도면도 소용없고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야 했어.
뭘로 해야하나 거기 모인 사람들 모두 고민 한 끝에 
해가 저물어갈 무렵이 되서야 GO KOREA 16!이라는 아이디어를 쥐어 짜냈어.

그때 미국을 이기면 우리나라가 16강을 확정 지을 수 있었거든.
때문에 이 경기에서 모든걸 끝내자는 문구였지. 
썩 마음에는 들지 않았지만 해도 저물어가는데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
경기장에 이 문구를 다 새기기엔 자리가 모자라서 약어를 사용해야 했는데
붉은악마가 쓰던 COREA를 이용해 Go COR 16!이라고 쓰면 못알아볼것 같아서 
익숙한  GO KOR 16!을 새기게 됐지.

이제 문제는 설치인데 도면도 안만들어진 상태에서 이걸 하자니 깝깝했어.
부산 경기장에서는 Win만 눈대중으로 설치하면 됐었는데 
대구에서는 모든 글자를 눈대중으로 해야했거든.

더군다나 좌석배치가 부산보다 더 엉망인거야. 불규칙 그자체. 삐뚤삐뚤...--;
설상가상으로 카드섹션용 종이의 커팅이 잘못돼 
다시 공장으로 보내는 바람에 해도 다 져버리고 그저 멀거니 하늘만 보고 있어야했지.

결국 밤 8시가 넘어서야 작업이 완료되었어. 
이날도 결국 "야 여기서 저기까지 7줄 아래로 쫙 내려붙여!" 이지랄...

그나마 경기장 관리하는 분들의 배려로 조명을 켜주셔서 수월하게 작업할 수 있었지. 
썩 이쁜 모양은 아니었지만 도면 없이 눈대중으로만 급조해 설치한 카드섹션에 
이 이상 바랄 수는 없었어.

아.. 지난번에도 이러더니 무슨 덤앤더머도 아니고 매번 우린 왜이러는걸까.
솔직히 좀 쪽팔렸지만 그렇다고 다 떼낼 수도 없고.. 어쩌겠어 그냥 가는거지...

다음날, 우리 팀은 안정환의 멋진 헤딩 골과 속 후련한 세러모니에도 불구하고 
1:1 무승부를 거둬 16강 진출은 다음으로 미뤄지게 됐지.

근데 이날 경기를 마치고 우리 두 담당자는 엄청 흥분하게 됐어.

아. 뭐 우리가 신문에 나고 이런걸 바라고 카드섹션을 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카드섹션은 보여주기위해 하는건데, 두경기나 했는데도 어느 신문에도
카드섹션 사진 한장이 안실린거야.

특집화보로 수십장의 월드컵 관련사진이 신문마다 도배되었는데 어떻게 한장도 없냐.

씨... 이게뭐야. 그렇게 허접해 보였나?

그래서 다음 경기에는 사진 찍을 수밖에 없는 카드섹션을 만들자고 다짐했지.
평소에는 맨날 언론들 싫다고 씹는 놈들이...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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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파USA문구는 폐기되었지만 나중에 수원에서 벌어진 지지대 더비에서 
'격파안양'이라는 문구로 다시 쓰이게 되었습니다.

'격파안양'은 우리 카드섹션 팀이 마지막으로 작업했던 카드섹션이기도 했습니다.
이때 이후의 카드섹션은 다른 분들이 진행하셨습니다.

다음은 조1위를 결정지었던 포르투갈전 '대한민국' 카드섹션 이야기입니다.
 

 

격파안양 카드섹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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