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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크래프트, 그 치열한 전쟁의 역사 : 2001-2004
게시물ID : starcraft_2298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kidovelist
추천 : 21
조회수 : 2838회
댓글수 : 13개
등록시간 : 2009/04/13 01:08:56
01년도 


테란은 약했다. 스타판의 탄생과 동시에 테란은 '답이 없는 종족'이 되었다. 럴커라는 엄청난 유닛이 나오면서 테란의 바이오닉 체제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약체가 되었다. 초기 OSL에서 테란은 그저 밟고 올라가야 할 발판일 뿐이었다.

01년도, 그때 그가 나타났다. 테란의 황제 임요환.

바이오닉의 천적이자 공포의 대상이었던 러커를 마린 한 기로 잡아버린다. 드랍쉽 한 기에 태운 마린 메딕 몇 기로 저그 멀티를 짓밟아 버린다. 앞마당 멀티 하나로 올멀티 저그를 완전히 무릎꿇린다. 그의 마린은 블리자드가 잡아놓은 천적관계를 역전시키는 '언벨런스' 마린이었고 그의 포격은 거의 신들린듯 적의 진영을 뒤흔들었다.

모든 저그는 그에게 패배했다. 충격과 공포의 테란이 탄생했다. OSL은 그의 것이었다. 단 한 명, 홍진호를 빼고 말이다. 폭풍저그 홍진호는 분전했다. 그러나 테란이 유리한 맵을 밟고, 그리고 물오른 컨트롤을 업은 임요환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임요환은 스타판을 이끌었다. 스타판을 재창조했다. 그의 마우스 클릭 하나하나가 이슈였고 말 한마디 한마디가 이스포츠팬들의 이목을 끌었다. 01년도 마지막 대회인 스카이 스타리그결승까지도 그의 이런 무적 행보는 계속되었다. 농사꾼질럿 가림토 김동수에게 기어코 패배를 당하지만 그의 '황제'의 좌는 여전히 흔들리지 않았다. 


02년도 


월드컵이라는 악재 속에서 스타리그는 외면당한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스타성 있는 선수들은 16강에서 줄줄이 탈락하고, 결국 무관심 속에서 결승전이 치러졌다. 변길섭은 강도경을 잡고 우승하지만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러나 02년도 중반, 임요환은 모든 이들의 머릿속으로 다시 황제의 위엄을 각인시키며 최단경기 결승진출이라는 기염을 토했다. 팬들은 흥분하기 시작했다. 황제가 다시 그의 좌를 되찾을 것만 같았다. OSL은 다시 그의 독무대가 될 것 같았다.

그리고 결승 당일. 영웅토스 박정석이 지휘하는 프로토스 앞에 황제의 지휘봉은 기어코 꺾였다. 문제는 물량이었다. 황제의 마이크로 컨트롤은 병력생산에 투자할 시간마저 잡아먹었다. 극단적으로 빈약한 물량으로는 박정석을 상대할 수 없었다. 결국 황제의 군림을 기대하며 경기를 보러 갔던 임요환의 팬들은 영웅의 탄생을 목격해야 했다.

하지만 온게임넷 저편, MBC게임에서는 천재가 등장하고 있었다. 천재 테란, 이윤열이었다.그는 '앞마당을 먹은 이윤열'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고유명사를 제시하며 불가사의한 물량을 선보였다. 그의 팩토리에서는 한 번에 탱크 두 기가 나온다는 농담마저 있었다. 02년도 말, 이윤열은 양대결승에서 조용호를 완벽하게 무릎꿇리며 OSL과 MSL을 동시점령한다. 이제 그는 두 번째 본좌에 등극했다. 2002년도의 주인공은 황제가 아닌 천재였다.


03년도 


MSL에선 또다시 이변이 일어났다. 하늘이 천재를 버린 것이다. '몽상가' 강민의 다크템플러에 이윤열이 무참히 유린당하고 강민은 MSL을 석권한다. 게다가 OSL에서도 이윤열이 조기탈락하자 이윤열 본좌론에는 의문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아직은 충분했다. 이전까지 보여준 이윤열의 천재성은 잠깐의 부진을 잊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강민은 본좌를 제압한 프로토스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광통령이라 추앙받으며 '영웅' 박정석과 함께 강민은 프로토스를 대표하는 프로게이머가 되었다. 강민을 추앙하는 팬들의 열기는 거의 종교에 가까웠으며 '광렐루야' 따위의 유행어도 이즈음 만들어졌다.

한편 OSL에서는 서지훈이 결승에서 홍진호와 맞부딪혔다. 테란의 황제조차 지쳐 쓰러진 이때에도 꾸준히, 홀홀단신으로 저그를 이끌던 '폭풍' 홍진호는 다시금 최초의 저그 우승을 위해 싸웠다. 그러나 이번에도 하늘은 홍진호를 원하지 않았다. 퍼펙트 테란 서지훈이 OSL의 왕좌를 차지한 것이다. 서지훈은 이후 임요환을 잇는 테란의 강자로 떠올랐고, 홍진호는 또다시 쓸쓸한 준우승에 만족하고 돌아가야 했다. 

바야흐로 테란의 전성기가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았다. 그러나 OSL은 테란의 시대에 마침표를 찍었다. 사상 초유의 프로토스맵, 시쳇말로 '씹플토맵'인 기요틴과 패러독스가 정규 맵으로 투입된 것이다. 테란은 이 두 전장에서 맥을 못추고 쓰러졌고 '수달' 이윤열과 퍼팩트테란 서지훈의 투톱체제도 프로토스를 극복하지 못했다. OSL에서는 악마의 프로토스 박용욱, 몽상가 강민을 비롯한 쟁쟁한 프로토스들이 프로토스의 미래를 제시했다.

마침내 우승자는 광통령 강민이었다. 바야흐로 양대 우승의 쾌거였다. 강민은 잠시동안 본좌로 추앙받으며 몽상가로서 모든 프로토스 위에 군림했다. 그러나 그의 저그전은 여전히 의문의 여지가 남아있었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패러독스, 기요틴 효과가 사라지자 다시 테란에 밀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결국 그는 본좌에 오르지 못했다.

본좌는 다른 곳에서 웅비하고 있었다. MBC게임을 폭풍처럼 제압하고 나타난 절대강자, 최연성이었다.

최연성은 그야말로 '괴물'이었다. 이번에도 제물은 홍진호였다. 저그의 일인자를 무참히 짓밟고 기어이 천재테란 이윤열마저 무릎꿇리자 사람들은 놀랐다. 이제 이윤열은 더 이상 본좌가 아니었다. 그는 이제 내리막길만을 앞두고 있었다.


04년도

 
바야흐로 최연성의 시대가 열리고 있었다. 

질레트배 스타리그에서 최연성은 이제 공포에 가까웠다. 만나는 상대마다 처참히 짓밟히기 바빴고 제대로 된 저항 하나 보여주지 못했다. 너무도 압도적인 전력차로 사람들은 '최연성이 나오면 경기가 재미없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기세등등하게 양대리그를 치고 올라가며 그는 번번이 상대를 초토화시켰다.

16강전. 그는 이병민을 만났다. '들쿠달스 백작'이라는 애칭의, 출중한 실력에 비해 유난히도 인기가 없던 이병민을 최연성은 가볍게 제압했다. 앞서간다는 생각이 들자 최연성은 체제전환조차 하지 않고 레이스와 벌처를 뽑기 시작했다. 이병민은 골리앗을 택했다. 상성상으로는 이병민이 압도적인 게임이었다. 

그러나 최연성의 불가사의한 물량과 컨트롤은 이미 블리자드가 정해놓은 천적관계를 뒤짚어 엎었다. 마치 럴커를 잡던 황제의 언벨런스 마린처럼.

레이스 벌처가 바야흐로 화면 가득히 펼쳐졌다. 골리앗 라인은 평소라면 제압했을 레이스 벌처에 거꾸로 완전히 전멸당했다. 천적조차 뒤엎는 최연성의 유닛에 사람들은 치를 떨었다. 경기는 이병민에 대한 최연성의 조롱에 가까웠다. '너 따위는 벌처 레이스로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는. 혹자는 이병민이 이번 경기로 완전히 끝났다고 성토했다.

최연성의 경기는 거의 '통치'였다. 모든 선수들은 최연성 앞에서 감히 숨도 쉬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질레트배 OSL 4강이 펼쳐졌다. 최연성의 상대는 난데없이 튀어나온 빨간 머리의 프로게이머였다. 사람들은 유난히 통통한 그를 '돼지'라고 비웃으며 그가 최연성에게 얼마나 처참히 짓밟힐지 기대했다.

그런데 그가 이겼다. 투신 박성준이.

현존최강 최연성은 박성준의 저글링 럴커에 너무나 쉽게 무릎꿇었다. 사람들의 동요는 엄청났다. 맞은편 4강에서 박정석이 나도현을 제압하고 결승에 올랐다. 그러나 박정석의 포스는 이미 임요환을 꺾던 그때의 그 모습이 아니었다. 저그 유저들은 흥분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혹시? 그들은 입을 모아 수군거렸다. 기어코 우승하지 못한 저그의 한이 이번에는 혹시?

그랬다. 투신 박성준은 기어코 영웅 박정석마저 무릎꿇렸다. 저그의 우승은 마침내 이룩되었다. 저그 유저들은 기뻐하는 한편 아쉬워했다. 저 자리에 오르지 못한 그 사람이 눈에 밟혔다. 한때 저그를 이끌던 무관의 제왕, 폭풍 홍진호.

한편 MSL에서 최연성은 그 괴물의 힘을 아낌없이 떨쳤다. 유리한 맵에 익숙해져 있던 프로토스들을 시즈모드도 하지 않은 탱크들로 가볍게 밀어버리며, 최연성은 기어코 결승에 올랐다. 

비록 OSL에서 박성준에 패배하긴 했지만 그는 여전히 본좌였다. 그 눈길 한번에 모든 선수들은 전율했고 그가 경기에 등장하면 상대편 선수를 응원하던 시청자들은 아예 TV를 꺼버렸다. 최연성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그가 한 게임이라도 지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그때마다 최연성은 온 스타크래프트 커뮤니티의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그런데 그럴 기회가 도무지 오질 않았다. 그는 호령했다.

한 번 패했다고 감히 나를 넘보려 하지 마라. 나는 본좌다.

그는 승자조에서 결승에 올랐고, 박용욱은 강민을 잡으며 패자조에서 결승에 올랐다. 그리고 마침내 박용욱도 괴물에 패했다. 최연성은 이번에도, MSL의 신으로 군림했다.

이어 열린 에버 스타리그에서 최연성은 설욕의 기회를 잡았다. 이번에도 4강의 상대는 만만치 않았다. 영웅토스 박정석. 치열한 혈전이 벌어졌다. 온 스타크래프트 팬들이 열광하는 가운데 마침내 최연성은 이겼다. 그리고 그가 결승에 앉았을 때, 맞은편에서는 또다른 4강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천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을 그 이름, 임진록이었다.

황제 임요환이 부활했다. 그의 마린들이 다시 신들린 듯 맵 위를 뛰기 시작했다. 럴커들이 무력하게 피를 뿜었고 성큰 위로 탱크의 포화가 작렬했다. 그리고 저 반대편 폭풍 홍진호가 재림했다. 그의 저글링들이 활주하며 미친듯이 적진을 유린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두 게이머의 화려한 부활이었다. 스타판은 들끓었다. 16강, 8강, 마침내 4강. 이윽고 두 라이벌은 다시 만났다. 

임진록이 기어코 펼쳐졌다.

온 스타판이 흥분했다. 사람들은 다시 펼쳐진 대결의 귀추를 주목했다. 누구나가 다 명승부를 기대했다. 그리고 임진록이 펼쳐진 당일, 엄청난 인파가 임진록을 보기 위해 모였고 다른 사람들은 TV 앞에 앉아 흥미진진하게 역사를 지켜보았다.

그리고 역사가 펼쳐졌다. 임요환이 승리한 것이다. 세 번 다, 똑같은 전략으로. 

첫 경기, 벙커링. 그리고 다음 경기, 또다시 벙커링. 마지막 경기, 역시 벙커링. 사람들은 거의 실신했다. 이 대결이 이토록 쉽게. 불과 30분만에 황제는 자신의 영원한 라이벌 홍진호를 제압해버렸다. 꼼수다 아니다로 논란이 들끓었고 저그 유저들은 절망에 빠졌다. 알고도 못막는 저 전략, 저 컨트롤, 저 빌어먹을 벙커링. 테란이라는 종족을 저주하며 홍진호는 무대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수많은 임요환의 팬들도 임요환으로부터 등을 돌렸다.

임요환은 그렇게 해서라도 결승에 올라가고자 했다. 최연성이 거기서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이 발굴하고 키워낸 '황태자' 최연성. 마침내 경기에서 맞선 스승과 제자는 테란을 지휘했다. 5경기에 이르는 혈전이 펼쳐졌다. 사제는 맵에서 치열하게 처절하게 싸웠다. 그리고 마침내, 황제의 지휘봉은 다시 꺾였다.

GG를 치고 임요환은 마침내 눈물을 흘렸다. 최연성은 우승컵을 안고도 기뻐하지 못했다. 그렇게 황제는 쓸쓸히 왕좌에서 내려갔다. 그리고 최연성의 시대도 막을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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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인터넷에 떠돌던 것을 주워다가 한껏 살을 붙였습니다. 소설 끼적이는 사람이라 뭘 써도 소설스럽군요. 엄옹급 포장능력과 화려한 수사로 한껏 그들을 치장했습니다. 04-08은 후속편으로. 홍진호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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