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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항해 시대의 모습 (5) - 노예무역의 참혹성
게시물ID : history_230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악진
추천 : 10
조회수 : 2739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1/08/09 23:14:39
1. 세계사상 최대의 참극
세계역사를 통틀어 가장 참혹한 사건은 무엇일까요? 정신대강간? 히로시마 원폭투하? 아우슈비츠 유태인 학살?  아니면 911테러?
저는 이런 참극들과 비교할 때, 그 비인간성은 물론이고 지속성이라는 측면 + 이후 세계인의 생활에 미친 영향측면에서 아프리카 무역이야말로 세계사상 최대의 참극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역사상 거의 모든 사회에 노예가 있었고, 노예를 조달하기 위한 전쟁과 노예거래가 있어 왔습니다. 하지만 대서양 노예무역은 그 규모(1000만명)와 지속성(300년), 스케일(아프리카->아메리카), 영향(아메리카와 유럽에 흑인하층사회 형성)에 있어 추종을 불허합니다. 오늘날 아프리카=노예=범죄 라는 강력한 인종주의까지 낳게 되었죠.

최근 들어서는 노예무역에서 아프리카는 단지 피해자이기만 할 뿐은 아니라는 수정주의적 학설도 있지만
이번 글은 노예무역에 대한 전통적인 견해(착취와 불평등)에 기반해서 진행해보도록 하겠습니다.


2. 아시아세계의 노예무역
대서양 노예무역과는 별도로 북아프리카나 페르시아, 아랍권을 수요자로 하는 노예무역은 독립해서 존재해 있습니다. 이런 단서는 유명한 천일야화의 첫장면이 왕비의 부정을 목격하는 황제가 여성을 혐오하게 되는 장면인데, 그 왕비의 부정이 다름아닌 흑인노예들과의 난교(.....아, 시대를 초월하는 흑형의 위엄이란.....)였다는 데서 볼 수 있습니다.
대서양 노예무역이 서아프리카를 루트로 해서 아메리카의 플랜테이션 노동력을 충당하기 위한 것인 반면,
인도양/지중해 노예무역은 동아프리카/사하라사막을 루트로 해서 주로 "하인"들을 충당하기 위한 성격이 강합니다.
그나마 대서양 노예무역보다는 덜 참혹했겠지만 노예인생이 고달프지 않을리 없죠.
하지만 인구유출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대서양 노예무역보다 결코 적지않고 연구자에 따라 훨씬 인구유출이 심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3. 노예가 필요한 이유
대서양 노예무역의 목적은 플랜테이션 노동력을 충당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사탕수수 재배와 설탕정제는 다른 어떤 산업보다도 대규모 집약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산업이고, 기계혁명이 일어나기 전에 이런 노동력을 감당해내기 위해서는 노예를 동원하지 않고는 타산을 맞출 수가 없었으리라 보입니다. 일단 사탕수수는 길이가 4미터가 넘는 작물이라 이것을 추수해서 운송하는 인원이 필요하고, 롤러를 이용해서 즙을 얻어내는 것도 노동력, 이것을 오랫동안 끓여야 하는 것도 노동력, 끓이는 과정에 들여야 되는 땔감을 마련하는 것도 노동력, 끓여서 나온 결정을 가공하는 것도 노동력...

17세기 중엽 이후에 노예무역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설탕산업도 발전하고, 이런 산업은 브라질에서 시작되어 카리브해로 옮겨갔고, 미국남부에까지 퍼집니다. 설탕이 인류 식생활에 본격적인 변화를 일으킨 것도 이 시기입니다. 설탕은 본래 귀족 사치품이었지만, 노예를 통해 공급이 폭증한 이후에는 평범한 소비재가 되고, 오늘날에는 정크푸드의 대표가 되기에 이릅니다. 


4. 노예로 팔리는 과정
역사학계에서는 대서양 노예무역이 15~19세기동안 행해졌고 아프리카대륙을 떠난 사람은 1100만명, 아메리카에 도착한 사람은 950만명으로 추산합니다. 전형적인 노예무역의 루트는 유럽인들이 마을을 덮치고-아프리카인들을 줄줄이 꿰어-서아프리카 노예해안으로 온 후-시장에서 거래되어-노예선에 차곡차곡 <선적>된 후-아메리카로 <배송>되어-항구에서 다시 팔리고-농장으로 쳐박히는 것입니다. 노예야 원거리이동에 시달리건 말건, 노예상인들이 이런 원거리를 부담하는 것은 사업상 위험이 너무 크므로 상인들은 단거리거래를 주로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노예들이 아프리카에서 아메리카도착까지 적게는 서너번 많게는 10번도 넘게 거래가 되었습니다. 이런 잦은 거래과정 때문에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야 했던 현상이 더욱 심화된거죠.


5. 노예무역의 비인간성
특히 이런 과정의 비인간성은 노예선에 <선적>해서 <배송>하는 데에서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운송인 입장에서는 최대한 많이 실어야 많이 남길 수 있기 때문에 무리해서 노예를 꽉꽉 채워넣기 마련이었고, 이 때문에 노예들은 맨아랫 짤방과 같이 짐.짝.취.급.을 당했습니다. 이게......과장이 아니라는 게 진정 공포입니다. 노예들이 빼곡히 실린 짐칸에 촛불을 들고 들어가면 촛불이 꺼졌다는 얘기도 있고, 따라서 노예들의 건강을 위해서는 바깥바람도 쐬주고 운동도 시켜야했는데, 운동을 시키기 위해서 채찍으로 때렸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노예의 건강을 위한 게 아니라 <화물>의 특성상 죽으면 운송사고가 되기 때문이었죠.

특기할만한 사건은, 풍랑을 만나 화물을 버려야 했던 노예선이 노예130여명을 바다에 버리고는 항구에 도착해서 운송사고로서 보험금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노예도 어엿한(?) 화물이기에 배상금액을 놓고 공방이 벌어졌는데, 결국 노예1명당 말1마리 값을 받아냈답니다.

이런 지옥같은 노예선 생활이 몇달간 이어지면, 멀쩡하던 사람도 시름시름 앓기 마련입니다. 평균적으로 대서양 횡단 도중 20%의 노예들이 사망했고(!) 심한 경우는 40%가 사망하기도 했습니다. 종종 자살하는 사람도 있었고 선상반란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대세에는 아무런 지장없이 이런 어처구니 없는 무역이 산업혁명 때까지 300년이나 지속됐습니다.


6. 현대세계
1980년을 마지막으로 공식적인 노예제국가는 지구 상에 없습니다. 하지만 동남아-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여전히 불공정무역이 횡행하고 있고, 아프리카의 대규모 인구유출은 아메리카와 유럽에 거대한 사회하층구조를 만들어 냈습니다. 
관점을 달리하자면, 기존 사회 내부에서 사회하층구조를 유지하는 데에 이해타산이 맞지 않게 되면 외부집단을 영입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동일하지 않나.....생각도 듭니다. 한국은 60년대 독일에 광부와 간호사를 보내기도 했고 90년대 이후부터는 아시아노동자를 받기도 했죠. 어쨌거나 그렇게 유입된 외부집단은 본토자국민보다 열악한 지위에 처하게 되고 오히려 우범집단으로 낙인 찍히는 것을 봅니다. 
필요해서 불러놓고는 범죄집단으로 취급하는건 하층민들이 태어날 때부터 흉악해서 그런 걸까요, 사용자 측에서 원인을 찾아야 할까요?

음...여러가지 방론도 있고하니, 이번 글은 여기서 끊는 게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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