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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약으로 하루하루 버텨…가족도 파괴”
게시물ID : humordata_94670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드리퍼
추천 : 12
조회수 : 75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12/22 19:41:10
 ‘미네르바’ 박대성씨는 20일 자신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기소된 황아무개(32)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변호인의 심문에 답하다 책상에 엎드려 흐느껴 울었다. 박씨는 2009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구속수사를 받다가 무죄로 풀려났지만 104일간의 억울한 감옥살이로 인한 억울함, 인터넷상에서 이루어진 각종 비방에 시달리며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방법원 519호 재판정. 이명박 정부 경제정책을 비판하며 경제 위기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글로 유명세를 탔던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대성(33)씨가 증인석에 올랐다. ‘박대성은 가짜 미네르바’라는 요지의 비방성 글을 인터넷에 올려 모욕·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황아무개(32)씨 등 세 명에 대한 재판이다. 519호는 박씨가 2009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구속된 상태로 재판을 받던 바로 그 곳이다. 
 증인석에 서자마자 박씨는 우울증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진단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깊이 눌러쓴 청색 모자를 벗자 제멋대로 자란 수염 덮인 얼굴이 드러났다. 추운 날씨인데도 외투 없이 하늘색 카디건만 걸쳤다. 바지는 트레이닝복이었다. 2009년 무죄 선고를 받고 구치소에서 출소할 때보다 뺨이 더 움푹 패여있었다. 

 박씨에 대한 상대방의 증인심문은 가혹했다. 상대쪽 변호인은 박씨가 포털사이트에서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아이디로 쓴 글의 진위 여부를 하나하나 따져 물었다. “영화 ○○를 본 적이 있나요?” “그 영화에서 인상깊었던 장면이 뭔가요?” “벳푸가 어디인지 알고 있나요?” “요하네스버그는 어느 나라 수도인가요?” “2008년 이전에 일본에 가 본 적이 있나요?” “2008년에 여자친구가 있었나요?” 등등. 박대성씨는 어떤 질문에 대해서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고, 또 어떤 질문에 대해서는 “질문이 너무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종종 머리를 움켜쥐고 괴로워하며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검사가 “공소사실과 관계없다”며 “증인이 인터넷에 쓴 글의 사실 여부를 하나하나 증인대에 세우고 질문한다는 것이 굉장히 고통스럽지 않습니까? 이건 고문입니다”라고 항의했지만, 변호사의 질문은 계속됐다. 

  30여분의 증인심문이 끝나고 재판장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해보라”고 하자 박씨는 울면서 호소했다. 

  “이번 일로 저와 가족이 파괴됐습니다. 약(항우울제 등)으로 하루하루 버티는 상황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3년 동안 손가락질과 모욕을 받고 살아왔습니다. 아버지 어머니께 죄송스럽고, 동생은 대인 기피증에 걸렸습니다.” 

 박씨는 책상에 엎드린 채 4분가량을 흐느껴 울면서 “재판장님, 지난 긴 시간동안, 3년 넘게,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런 점을 선처해주셔서 판결해주시기 바랍니다. 제 무죄를 입증해주시기 바랍니다.” 라고 말했다. 본인의 무죄를 다투는 자리가 아니라 본인의 피해를 주장하는 자리임에도 박씨는 “무죄를 입증해달라”며 책상에 엎드린 채 울었다. 재판장도 미안한 듯 아무말도 못한 채 그 모습을 지켜봤다. 

  재판 직전 기자와 만난 박씨는 증인 출석의 괴로움을 호소했다. 박씨는 “법원에서 무언가를 받는 순간 울렁거리고 구토가 난다”며 “100여일간의 이유없는 감옥살이에 대한 충격이 여전히 가시지 않는다”고 말했다. 1년째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는 박씨는 요즘 집에서도 모자를 쓰고 지낸다. 텔레비전을 켜놓지 않으면 두려워서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했다. 낮이든, 밤이든 혼자서 나가는 일도 너무 두렵다고 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1141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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