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같던 100일이 지나고 4.5초라는 100일 휴가를 받았던 이등병. 어떻게든 부대에서 빠르게 멀어지고 싶은 마음만 굴뚝 같았던 그 때, 비행기처럼 빠르다는 KTX를 난생처음 타보기로 결심했다. 물에 빠진 기분으로 어서 집이라는 뭍으로 올라가야겠다는 생각에 허우적대며 어떻게 어떻게 겨우 KTX 열차에 군바리 몸뚱이를 실었다. 선임들이 휴가 일주일 전부터 머리 속에 꾹꾹 눌러담아 준 휴가 시 행동요령에 대해 생각하느라 밖에 나왔어도 여전히 이등병 군바리 모습이었다. 군복을 입은 이상 무조건 착하게 굴어야 한다는 생각만 하던차에 통로에 할머니가 보였고, 거의 꽉 찬 좌석 때문에 앉지 못하고 서성이는 것 같았다. 그 누구도 자리를 양보해주지 않았고 반사적으로 일어서면서 나는 자리를 할머니께 양보했다. 응? 펌아님. 100% 허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