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소설][습작]살아 남은자의 일기 1
게시물ID : readers_2308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이폼
추천 : 1
조회수 : 31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12/08 15:48:29
옵션
  • 창작글

내가 그 현장에 바로 달려갔어, 그냥 쉴 틈 없이 계속 달려서 집에 도착했지, 주변에 소방대고 뭐고 하나도 없고 그저 일반인들만 있었어. 그들 중 몇몇은 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있었고, 몇몇 남자들은 쇠스랑으로 움푹 패인, 내 키보다 더욱 패인 폭탄 웅덩이에서 무언가를 긁어모으고 있었어.”

남자는 잠깐 한숨을 쉬었다. 그가 보고 있는 모닥불은 하염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들이 긁어 모은게 뭔 줄 알어? 한번 맞춰봐.”

 

남자의 얘기를 듣고 있던 여자는 콜록이던 기침을 목도리로 틀어막고 목을 가다듬었다.

음 먹을거라던가? 뭐 재물같은거 아닐까요?

, 틀렸어.”

옆에 있던 뚱뚱한 남자가 여자의 어깨를 툭 쳤다.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하고 있어. 폭탄 웅덩이에서 긁어 모을만한건, 뭐 폭탄 쪼가리 같은거 아니에요? 고철같은걸 가지려고?”

아니, 그것도 아니야.”

 

남자가 단호히 틀렸다고 말하자 뚱뚱한 남자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게 뭔지 말해주지, 그들은 무언가를 긁어모으고, 또 긁어모으고 그걸 통에 담아 모았어. 나도 그 통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다가가서 확인해보았지. 근데 그건, 사람의 신체였어. 머리와 몸통이 형태라도 갖춰있으면 그건 나름대로 좋았지. 하지만 보이는 거라곤 온통 피덩이와 살뭉치들 그리고 그것들과 무언가가 섞인 걸레뭉치들. 그냥... 그냥... 생지옥이였어. 근데 그 짓거릴 그 사람들이 왜 하고 있는 줄 알어? 자기 가족이라서, 그냥 자기 혈족이라고 죽어서라도 몸은 성하라고, 거기에 거적대기 덮어서 천국에서는 몸이 성하라고 그런거야. 근데 그런 통이 자그마치 10통은 족히 넘게 나왔어. 얼굴, 조금의 얼굴이라도 알아볼 수 있으면 그 남자들은 소리쳤어. 유가족들은 누구인지 한번 확인해보라고. 근데 신기한건, 그렇게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징그러운 몰골이라도 유가족들은 용케 찾아내서 자기 가족이라고 그 통을 부둥켜안고 울었어.”

유가족이 아무도 나오지 않을때는요?”

그냥, 통안에 둔체 다른 통으로 살덩이들을 다시 긁어모았어.”

 

남자는 점점 목소리가 격양되어 갔다. 여자는 걱정이 된 듯 그의 옆으로 옮겨 앉아 손을 잡아주었다. 뚱뚱한 남자는 그의 말에 충격을 받은 듯 입을 벌리고 멍하니 듣고만 있었다.

근데. 아저씨가 계속 달려서 집에 도착했다고...”

그래, 나도 그 유가족들 중 한사람이지.”

 

여자는 남자의 등을 어루만지며 물었다.

가족은 찾았어요?”

남자는 여자를 한동안 빤히 바라보다가 손을 가볍게 뿌리치고는 대답했다.

응 찾았다면 찾은거고, 못 찾았다면 못 찾은거고……. 사람들은 몰려와서 우리 집을 무슨 공포영화 보듯이 지켜보면서 지나갔어. 여전히 오열하며 대성통곡하는 유가족들에게 씨알도 먹히지 않을 위로의 한마디를 건네면서 말이야. 나는 계속, 그 남자들이 유가족들이 와서 확인해보라고 할 때마다 나갔지만, 내 딸과 아내는 끝내 확인할 수 없었지. 나는 한동안 앉아 있다가 벗어났어. 그곳에는 비린내와 썩은 내가 점점 심해졌고, 내 속에 있는 모든 것을 토할 것 같아서, 그냥 어디론가 벗어났어, 그냥 집에서 멀리. 그게 나의 사연이야.”

 

남자는 떨리는 양 손을 꽉지끼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순간 남자는 바닥이 일렁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여자는 다시 남자의 떨리는 손을 잡아주었다.

고생했네요.”

뭐라드릴 말씀이 없네요. 명복을 빕니다.”

그들이 조용히 입을 닫고, 불을 쬐고 있을 때 멀리서 파열음이 들린뒤 바람을 가르는 총소리가 들렸다. 남자는 순간 움찔하면서 슬쩍 창밖을 보았다. 밖은 그저 어둠과 적막뿐 이였다.

얼른 불 꺼!”

남자의 말에 뚱뚱한 남자는 앞에 놓인 모닥불을 끄기 시작했다. 여자도 남자를 도왔다. 남자는 계속 바깥은 주시하고 있었다. 멀리서 불빛이 순간 번쩍였다.

!

번쩍임과 동시에 총소리가 또 한발 들렸다. 남자는 혼자서 젠장을 연발했다.

빨리 꺼. 여기를 뜰꺼니까.”

왜요 아저씨 우릴 쏘는게 아닐 수도 있잖아요.”

남자는 말을 무시하고 모닥불을 발로 힘차게 차서 해쳤다. 여자는 자신의 옆에 있는 가방을 멨다. 뚱뚱한 남자는 이해가 안간다며 어기적 어기적 행동했다.

여길 쏘는게 아니라도 이미 우리의 위치는 들켰을 거야. 그리고 총알이 날라오는 소리가 깔끔하게 들려 바로 우리 주변을 향해서 쏘고 있다는 소리지.”

에이, 그걸 아저씨가 어떻게 알아요? 영화 많이 본거 아니에요? 여기는 텅 빈 상가라구요. 누가 우리가 있는 줄 알고 쏘겠어요.”

 

남자는 말을 무시하고 계단을 서둘러 내려가기 시작했다. 여자도 남자의 뒤를 따라서 내려갔다. 뚱뚱한 남자는 그제야 자신의 가방을 챙겨들고 허겁지겁 따라가기 시작했다.

아저씨 어디로 가게요?”

 

물음에 대답이 없자 뚱뚱한 남자는 계속 물었다.

? 어디로 가냐고요 아저씨.”

시끄러 조용히 좀 해! 이 망할 도시를 빨리 벗어나야하는데 젠장!”

 

계단 밑을 내려가는 도중 아래층에서 물품들이 부딪히고, 떨어지고,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 살려주세요... ...’ 앞서 가던 남자가 갑자기 멈추는 바람에 뒤따라오던 여자가 부딪힐 뻔했다. 계단 아래에는 처음 본 사람이 몸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다.

뒤에서 뚱뚱한 남자의 숨찬 목소리가 들렸다.

거기서서 뭐해요 안가고?”

 

쓰러진 남자가 계단 쪽을 보더니 눈동자가 커졌다가 이윽고 작아졌다.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아파서 괴로운 소리, 모든것을 체념한 듯한 소리가 들렸다. ‘살려주세요.., 도와주세요...’

뭐야, 저 사람 총에 맞았잖아.”

 

그가 총에 맞은 사람이라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알았다. 앞서가던 남자가 천천히 발걸음을 뗐다. 총에 맞은 사람은 올라가지 않는 손길을 그들에게 내밀었다. ‘제발... 좀 도와주세요... 저기에는 제 딸이... 제 딸이 혼자 있습니다...’ 여자는 남자를 뒤따라가다 그 말을 듣고 주춤했다.

잠깐만요! 딸이 있다잖아요.”

시끄러 빨리 오기나해, 이런 상황은 우리 계약에는 없었어.”

아저씨, 잠깐만요. 기다려 봐요.”

 

남자는 생각했다. 그들을 그냥 버리고 혼자 갈까, 아니면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을 말해줄까. 잠깐 주춤하더니 그의 몸은 문 밖으로 걸어가면서 두 명에게 말했다.

잘 들어! 지금 밖에 있는 저 양아치 새끼들은 이 남자를 저격했어. 그게 무슨 뜻 인줄 알어? 그들은 이 사람의 위치를 안다는 것이고, 한명이 아니라 여러명이면 이 남자를 확인하러 금방 이 건물에 올 거야. 그리고 저 남자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을 빼앗겠지.”

알아요! 하지만...”

 

여자는 말을 흐리며 총 맞은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뭐해 지금 빨리 안오면 우리 계약은 없는거야. 남이 되는 거라고

거 아저씨 빡빡하게 굴지마요, 어쩌피 다 같이 살자고 하는거 아니에요.”

넌 닥쳐 돼지! 지금이 얼마나 위급한줄 모르겠어? 우린 저 양아치들의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어떤 무기를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고.”

아저씨 말 거 참 되게 껄끄럽게 하시네, 저들은 우리가 있는 줄 몰라요. 그러니 이 사람을 데리고 가면 어리둥절 할거라고요.”

그게 무슨 개소리야! 피 철철 나는 저 사람을 이끌고 말이야? 제발난 아직 죽을 생각이 없어!”

 

남자는 창밖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여자는 총 맞은 사람을 계속 살피었다. 그 사람은 힘겹게 숨만 쉴 뿐 대화를 듣고 있었다.

죄송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요. 피가 너무 많이 나요. 갑자기 피가 멎는다고 해도 이미 손쓸 수 없을 만큼 흘렸어요.”

방법은 없는거야?”

 

뚱뚱한 남자의 물음에 여자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거라곤 눈을 마주치며 손을 잡고 있는 것 뿐이였다. 뚱뚱한 남자도 같이 그 사람의 손을 잡아주었다. ‘...예나.... 예나.... 뽀로로... 뽀로로...’ 그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단지 여자에게 알 수 없는 말만 남기고 숨을 거두었다.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자는 남자의 눈을 감겨주었다. 그때 건물 바깥에서, 부서진 벽쪽에서 여러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