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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살때 편의점 알바했던 이야기
게시물ID : soda_230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눈이번쩍
추천 : 22
조회수 : 6063회
댓글수 : 17개
등록시간 : 2015/12/08 11:04:46
코감기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음슴체 달림.


스물한살때였음.


당시 나는 준비하던 의무소방원에서 시원하게 떨어진 상태였음. 체력장도 하나 빠짐 없이 통과하고 필기도 꽤 잘봤다고 생각했는데 왜 떨어졌는지는
아직도 알 수 없음. 나마스떼 하게 생겨서 그랬나...


뭐 좌우지간, 시험에서 떨어지고 특기병으로 4월에 입대하기로 한 난 딱히 할일도 없고, 술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당시 기준으로는 심지어
여자친구도 없....아, 이건 원래 없었지. 좌우간 있는게 없어서 방구석에 까질러져서 만화책을 보거나 컴퓨터를 하는게 일상의 전부였음.


심지어 당시엔 스마트폰이 아니니 핸드폰은 그저 시계일 뿐이었음.


그러고 있는 와중에 친구 소개로 편의점에서 주말에 일하게 되었음. 사실 지금 생각하면 이때부터 쎄했다고 느껴지는게, 그때는 뭣도 모르고 최저시급
도 안되는 돈 받고 일했었던 것으로 기억함. 당시 3,100원이 최저시급이었고 내 시급이 2,500원 정도였음.


아무튼, 난 주말 오전 알바였고, 망하기 좋은 편의점 답게 일은 별로 많지 않았음. 내 근무 시간이 담배 들어오는 시간이라서 담배 채워놓는 것 정도,


그 외엔 물건 빈거 체크하거나 청소하거나...였는데, 사람이 와야 물건이 빌텐데 사람이 별로 안왔음.


손님 진상이 하나 둘 있긴 했는데, 내 성격이 좀 무딘 탓에 그땐 진상인지도 모르고 이 손님 웃기네. 하고 말았던 걸로 기억함.


아무튼 그렇게 한달이 지나고 월급때가 다가옴


나로선 아부지 공장에서 일했던 것 빼면 다른 사람에게 받는 첫 월급이었기에 나름대로 기대하고 있었음.


월급날이 와서 통장을 딱 하고 까봤더니...




안줌?


어라??





하하 뭔가 착오가 있었겠지 하고 점장에게 전화했더니 오늘 일이 있어서 은행에 못갔다고 내일 준다고 함.


...사실 이때부터 눈치를 챘었어야 했음. 자기 사업하는 사람이 돈을 미루기 시작해?


히히 오늘은 줄꺼양! 이라는 마음 가짐으로 일주일이 흘렀음.


돈이 안들어오는 것은 고사하고 아예 연락을 끊고 잠수를 타버림.


그제서야 깨달았음. 아 진상에게 걸렸구나. 친구를 조져야겠다.


그제서야 친구를 닥달해보니 그 친구도 월급이 밀려있던 상황이었음.


...이건 뭐 등신도 아니고...아니 애초에 그런데에 왜 날 끌어들인거야...


난 얼마 안있으면 군대에 가는 상황이었고, 비록 20만원도 채 안되는 돈이었지만 내 돈 못받고도 허허 웃을 정도의 호인은 아니었음.


그리고 아직 어렸기 때문에 상당히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게 됨.


당시 들은 바로는 3시간 이상 포스기에 아무런 움직임이 없으면 영업소에서 해당 점주쪽으로 연락이 간다고 했음, 그 점을 이용하기로 했음.


덧붙여, 나한테 18만원을 주지 않겠다면 내 18만원은 네놈들 가게 수익을 내려버리는 데에 써버릴테야. 라는 마음가짐도 있었음.


주말 아침, 혼자서 농성하면 심심하니까 고등학교때부터 같이 지내던 친구 한놈을 대동하고 알바하던 편의점으로 가서는


a4용지에 장사 안한다는 글과 함께 셔터를 내려버렸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여러가지로 문제가 되는게 있었던 행동이었지만, 그땐 어리기도 했고, 상당히 눈이 돌아있던 때였음.


옆 만화방에서 만화책 빌려다가 노닥노닥 하고 있으려니 전화가 들어왔음. 일단 전화를 받으니 고함고함을 지르며 쌩난리를 치기 시작함.


뭐, 그땐 나도 반쯤 맛이 가 있던 상황이라. 아몰랑빼애액내돈내놔. 를 시전중이었음. 한창 그렇게 싸우고 있으려니 돈받는다고 나간 아들이


계속 안들어오고 있자 걱정되신 어머님이 친구에게 위치를 물어선 아버님 대동하고 들어오심.


내가 전화통에 대고 빼애액 거리고 있는 꼴을 보신 아버지께서 말도 없이 전화기를 갈취해가시더니 "네 안녕하세요. 아버지 되는 사람입니다^^"


를 마치 콜센터 직원처럼 상냥한 목소리로 읊으시며 표표히 나가셨음. 다만 아버지 등에선 순옥살 쓰는 고우키 맨치로 오오라가 일고 있었음.


한 10여분 있다가 나갈때처럼 표표히 들어오신 아버지는 아무렇지 않게 핸드폰을 돌려주며 말씀하셨음.


"응. 돈 준댕 ㅎㅎ"


-진짜 저렇게 말씀하심.


그리고 거짓말이 아니라 정확히 5분 후 입금이 완료됨.


나갈때 아버지 포스로는 "내가 지금 우리 공장 장정들을 동원해서 네놈의 가게에 무공해 천연 인진쑥을 재배할꺼야 ㅎㅎ" 라고 말씀하셨을 것 같아서


아버지께 대체 그때 뭐라고 말씀하신거냐고 몇번 여쭤봤지만, 아직까지 대답해주지 않으시며 그냥 ㅎㅎ 웃고 마심.


...어, 결론을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좌우간 여러분 무슨 일 생기면 일단 가족과 상담하세요. 데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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