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디넷코리아]극과 극은 통한다. 노무현-이명박 정부가 마치 일란성 쌍둥이 같은 모습이다. 이념적 성향에서부터 정권 실세들의 출신 배경에 이르기까지 정반대일 것 같지만 아니다. 갈짓자 정책과 남의 눈 아랑곳 하지 않는 '무대포 정신'은 판박이 꼴이다.
본래 재방송은 지겹다. 욕하면서 닮아가는 것일까. 이명박 정부 1년은 노무현 정권 5년의 아마추어리즘이 고스란히 되풀이 되고 있다. '말'로서 국민 마음 찢어 놓는 것도, 국격(國格)을 갉아 먹는 것도 어깨동무이다.
쇠고기와 촛불에선 원칙의 실종을 선보였다. PSI 와 같은 대북 문제는 우유부단 그 자체이다. 정책 집행의 타이밍도, 정교한 사전검증도 '부재중'이다. 검찰은 전직 대통령 부패 스캔들 수사를 중계방송하고 있다. 미네르바 사건은 세계적 코미디로 떠올랐다. 청와대 직원들은 사고 칠까봐 엄혹한 감시환경에서 하루하루 근무중이다. 청와대는 한 나라의 상징이자 국격 동일체이다.
부동산 세제를 비롯한 경제정책은 권부 내부의 파열음이 여과없이 흘러 나온다. 일자리와 먹고 사는 문제 해결한다며 신앙에 가까운 '삽질 경제'를 밀어 부친다. 이쯤되면 실용정부의 실력과 솜씨가 참여정부 '못지 않다'는 비아냥이 쏟아진다.
'말'은 또 어떤가. IT쪽으로 눈을 돌리면 압권이 등장한다. "IT산업은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한다"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한 마디는 너무도 '유명'하다. 말 실수이거나 IT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이어진 실력자,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의 MB 계승논리는 마지막 한뼘의 기대마저 한방에 날렸다.
"이명박 정부에서 IT는 죽었다는 말을 많이 한다. 옛 정보통신부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은 과거 정부로부터 보조금이나 독점사업권을 부여 받아 무한경쟁시대에 편하게 지냈던 그룹이다" 명쾌하다. 앞뒤 재지 않고 직선적으로 표현했다.노무현 정권의 기득권 규탄 발언과 궤도가 같다. 적과 아군을 전투적으로 가르고 가차 없이 돌팔매질 하는 기법이다.
MB와 곽 위원장의 'IT시리즈'는 국정 운영 세력의 철학수준을 드러내 준다. 2009년 대한민국을 이끌고 나가는 파워 엘리트들의 집단적 공유 정서임을 확인시켜준 것이기도 하다.
IT는 그들이 뭐라건 묵묵히 제 할일 한다. 지금도 우리 수출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흑자폭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환율정책 삽질한 탓에 외환위기 운운할때도 꼬박꼬박 외국서 달러 벌어들여 나라 곳간 채우는 것은 IT산업이다.
IT업계는 훈장 달라고 조르지 않는다. 총칼만 들지 않았지 글로벌 거대기업과 맨몸으로 부닥치며 물건 팔고 개발하는 진정한 애국자임을 알아달라고 '울지도' 않는다. 정부에게 보조금이나 독점 사업권 달라고 강요하지도 않는다. 그냥 내버려 두라는 것 뿐이다. IT한국, 정보통신 최강국 만든 자존심과 정당한 대접은 국민들로부터, 역사로부터 얻어낼 것이다.
그럼에도 권부의 높으신 양반들의 IT 폄훼는 '이제 그만'을 외친다. 그런 소리 듣고 있을만큼 한가하지 않다고 볼멘소리이다. 졸면 죽는 정글에서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이다. IT 어쩌고 하는 말에 마음 상하고 휘둘리기에는 할 일이 너무 많은 IT맨들이다.
핵심은 우리의 미래이다. 대통령은 국가의 비전을 제시한다. 이론적 틀을 제공하고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는것은 곽 위원장의 몫이다. 대한민국의 앞날이 그들의 머리와 가슴에 달려 있다. 그런 판에 IT에 대한 인식의 천박성이 이들 파워엘리트의 공유 자산으로'승화'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부동산과 대운하에는 불같은 투지와 추진력을 발휘하고 IT와 인터넷은, 제압하고 덜어 내야할 대상으로 여기는 세력이 우리의 미래를 그린다면 국민이 불쌍해 진다.
정권 엘리트들이 온통 교조적 '삽질 경제'에 매몰돼 있던 순간에도 미국은 국가 CIO임명하고 IT 뉴딜정책 세운다. 일본 정부는 차세대 핵심연구 프로젝트 30건을 선정해 4조원 이상을 퍼붓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30조원에 이르는 슈퍼추경 짜면서도 IT분야에는 1.16%를 할애하는 한국과는 꽤 멀리 있다.
마침 이 대통령이 22일 IT업계 인사들을 만났다. 단독 행사는 처음이란다. 나름 소득이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행이다. 그러나 집권 주도세력 자체의 인식과 철학이 전면적으로 바뀌지 않는한, 성급한 기대는 금물이다.
더 이상 "우리의 미래에 IT는 없다'를 자신있게 외쳐서는 곤란하다. 미래는 실용정부 실세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우리 모두와 자손들이 함게 살아내야할 공간이다.'우리'의 미래와 '당신들'의 미래가 다르다면, '재앙과의 조우' 만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