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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그녀는 시체입니다 2
게시물ID : readers_2310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이thqdn화
추천 : 2
조회수 : 28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12/09 21:5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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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지난 이야기-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readers&no=23001&s_no=23001&page=4
                                                                                                                                                                                                           
 
"서로 얼굴 본지도 꽤 됐는데, 어떤가? 이 노인네 오늘 하루 술친구가 되어주겠는가?"
 
지율은 처음엔 '저 노인네가 갑자기 왜 저런데?'하고 생각했지만, 그날따라 술도 고프고 달도 밝은 게 주 씨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하였다.
둘은 늘 주 씨가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 평상에 서로 마주보고 앉았다. 일단 서로 마주 앉기는 하였지만 지율과 주 씨 사이에는 어색한 침묵만 맴돌았다. 달빛과 병원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에만 의지한 채 둘은 서로의 술잔을 기울였다. 한 잔, 두 잔, 말없이 따르고 마시고의 반복이었다. 그렇게 두병을 비우고 어느정도 취기가 오를 때쯤 먼저 운을 뗀 건 지율이었다.
 
저기요 영감님.”
 
? 나 말여?”
 
여기에 영감님 말고 딴 사람이 있나요?”
 
나 아직 영감이란 소리 들을 나이 아녀.”
 
머리 희면 다 노인이고 영감이죠, 안 그래요?”
 
주 씨는 뭐라고 작게 꿍얼거렸지만, 지율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됐고, 하나만 물어봅시다.”
 
물어봐.”
 
, , 뭐냐...”
 
물어보래도. 젊은 놈이 뭘 그렇게 버벅대?”
 
... , 영감님.”
 
그러니까 왜?”
 
갑자기 뭔 바람이 불어서 갑자기 저같은 놈한테 술 한 잔 하자고 그러십니까?”
 
뭔 소리여?”
 
아뇨, 그게 말임다. 제가 요 병원에서 운전질한지 한 석달정도 됐걸랑요?”
 
그런데?”
 
그 석달동안 쳐다본 척도 안하시던 양반이 오늘 갑자기 한 잔 하자 그래서 영- 이상하다 이검다.”
 
콜라에 김빠지는 소리하고 자빠졌네. 별게 다 이상한 놈 다 봤네.”
 
아니, 생각 좀 해보십쇼. 여기는 병원이잖슴까? 여기 이 병원 년놈들은 전부 다 나같은 건 있건 없건 신경도 안쓴다- 이검다. 그런데 오늘! 영감님이 이
병원에서 저한테 처음으로 말을 걸어준 최초의 인간이라 이검다. 이놈은 갑자기 생뚱맞게 영감님이 말을 걸어온 게 궁금하다 이검다.”
 
취했어? 겨우 꼴랑 이거 두 병 비웠다고 취한겨?”
 
됐고, 이유나 좀 말해주십쇼.”
 
주 씨는 들고 있던 술잔을 비우고 오징어 다리를 하나 뜯어 질겅질겅 씹으면서 답하였다.
 
아쉬운 놈이 먼저 말동무 찾은 거지 뭐.”
 
아쉬운 놈이요? 영감님이 뭐가 아쉽습니까? 여기 병원의 그 의사 양반들이 전부다 영감님한테 선생, 선생거리는데요?”
 
그것들은 말만 그런거고. 그런 샌님들하고 내가 뭔 말을 섞겄냐? 나하고 그 치들하고는 본질부터 달러.”
 
지율은 말없이 오징어 다리를 질겅거리면서 조용히 있었다.
 
갑자기 왜 입을 싹 닫어? , 더 이상 할 말 없고?”
 
그럼 말임다, 영감님.”
 
, ?”
 
그 얘기는 영감님도 나처럼 외로웠다는 소립까?”
 
주 씨는 나지막히 싱거운 놈.’이라고 중얼거리면서 또다시 술잔을 비웠다.
 
그날 밤 이후, 늘 평상에 혼자 앉아있던 주 씨 옆에는 지율이 함께하게 되었다. 둘 사이에는 대화라고 부를 만한 것이 거의 없었다. 둘은 그저 평상에 앉아서 쭈쭈바를 빨던가, 아니면 알사탕 하나를 입에 물고 굴리고 있다던가 하는 식이었다. 남들이 보기에는 뭔가 할아버지와 손자 같은 느낌이라기 보다는 뭔가 나이차를 극복한 절친한 친구 같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지율과 주 씨는 낮에는 군것질이나 하면서 서로 붙어 있고, 밤이 되면 늘 같은 곳에서 서로 마주앉아 술잔을 기울이는 나날을 보냈다. 술안주라고 해봐야 기껏해야 구운 오징어 몇 마리랑 땅콩이 전부였지만, 지율은 그것만으로도 만족하였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월급날이 되면 주 씨는 돈봉투를 툭툭 두드리면서 지율을 불렀다.
 
오늘은 거기나 가지.”
 
주 씨가 말하는 거기는 병원 뒷산(뒷산이라기보다는 뒷동산이 더 정확한)에 있는 작은 정자였다. 월급날만 되면 주 씨가 고기를 사고, 지율이 술을 사서 병원 뒷산 정자에 올랐다. 그리고 둘은 그 정자에서 고기를 구워먹으면서 술잔을 기울이곤 하였다. 한 달에 한 번. 이 날은 이 둘에게는 가장 즐거운 날이었다.
                                                                                                                                                                                                           
 
그녀는 시체입니다 두번째입니다.
 
저번 글에 추천해 주신 분들이 계시더라구요
 
정말 감사합니다
 
누군가 제가 쓴 글을 읽는다는 게 조금 낯설기도 하고 그렇네요ㅎㅎ
 
모쪼록 재미있게 읽어주시고 지적할 사항이 있으면 지적해 주세요
 
참고로 여기 나오는 지율이나 주 씨는 공부를 많이하거나 한 사람들에게 선입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코 저의 생각이 아닙니다(오히려 전 의사 선생님들이 안 계시면 클나요ㅠㅠ 정말 정말 존경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즐겁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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