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예능이 또 하나 사라지네요.
다들 알고 계셨나요?
출처/ 한겨례.
http://m.hani.co.kr/arti/culture/entertainment/640338.html “혹시 제작비 때문인가요? 그렇다면 제 출연료를 깎을 테니 제발….”
<심장이 뛴다>(에스비에스 화 밤 11시15분·7월1일 종영·사진)의 폐지가 결정되고 이틀 뒤 진행된 마지막 촬영장에서 한 출연자는 제작진에게 이렇게 호소했다고 한다. 출연자가 프로그램을 살리려고 나서서 출연료를 깎겠다니…. 민인식 책임피디는 “그만큼 <심장이 뛴다>는 출연진과 제작진 모두를 성장하게 한 심장 같은 프로그램이었다”며 아쉬워했다.
<심장이 뛴다>는 시청자들에게도 ‘착한 예능’으로 사랑받았다. 전혜빈, 조동혁, 장동혁, 최우식, 박기웅 등이 소방관 체험을 하면서 사회 곳곳에 내재되어 있는 안전 불감증 문제를 조명했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대형 사고 등 사건·사고 현장에 출동해 그에 대처하는 과정을 현실감 있게 담아 묵직한 메시지로 전달했다. 특히 소방차와 구급차에 길 터주기 캠페인인 ‘모세의 기적’ 프로젝트는 화제였다. 공익광고를 촬영하고 시민들에게 스티커를 배부하는 등 참여를 이끌었다. <심장이 뛴다>에서 방영한 ‘모세의 기적’ 편이 ‘골든 타임’의 중요성을 알리는 영상 강의 자료로도 사용됐고, 출연진은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예능보단 공익을 강조한 프로그램 특성상 지난해 10월 시작한 이후 시청률은 3% 남짓으로 낮았지만, 이런 프로그램이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데 시청자들은 공감을 표시했다.
에스비에스 방송사도 지난해 연말 연예대상에서 <심장이 뛴다> 팀에 사회공헌상을 수여하며 존재의 가치를 인정했다. 그러나 최근 시청률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이 프로그램을 폐지하면서 방송사의 이중적인 태도에 비난이 거세다. ‘모세의 기적’이 화제를 모으자 에스비에스는 지난달 중순 보도자료를 내어 “인터넷에서는 ‘모세의 기적’을 언급하는 시민들과 네티즌들이 많아졌는데, 이는 모두 <심장이 뛴다>와 드라마 <엔젤아이즈>(에스비에스) 덕분”이라며 자화자찬을 한 적도 있다.
상업방송사에서 시청률에 따라 프로그램의 존폐를 결정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세월호 참사 등으로 안전이 화두가 된 시기에 안전 불감증 문제를 조명하는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다. 게다가 대신 편성한 프로그램이 이효리 등 여자 연예인들이 나와 수다를 떠는 <매직아이>다. 에스비에스의 한 예능피디는 “내부에서조차 이런 시기에 안전을 강조하는 프로그램을 없애고 연예인 수다를 편성한 회사의 판단이 참담하다는 의견이 나온다”고 했다. 다른 교양피디는 “시청률이 우선이라지만 이런 프로그램을 하나쯤은 둬도 되지 않느냐”며 아쉬워했다.
시청자들은 이례적으로 프로그램 폐지 반대 서명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 게시판에서 진행되고 있는 ‘<심장이 뛴다>는 계속되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서명운동엔 2일 오후까지 4000여명이 참여했다. 서명운동을 시작한 누리꾼 ‘센트레아’는 “모세의 기적은 이제 시작 단계다. 서서히 기적을 이뤄내고 있는 상황에서 폐지 수순을 밟는다면 기적의 불씨는 꺼지고 말 것”이라며 폐지 철회를 호소했다. <심장이 뛴다> 출연진은 촬영 때마다 매달 보통 3박4일간 소방서에서 함께 생활해 왔다. 처음엔 그들도 ‘소방관의 하루’가 생각 이상으로 고되고 힘들어 그만두고 싶어도 했단다. 그러나 사이렌이 울려도 길을 터주지 않는 현실 등을 직접 겪으면서 이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기 시작했다고 한다. <심장이 뛴다>는 세월호 참사로 더 심각해진 안전 불감증에 관한 다양한 기획을 준비중이었다. 그러나 힘차게 뛰던 심장은, ‘언니들의 수다’에 가로막혔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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