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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진행상황... (원본)
게시물ID : humordata_35049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xsoft
추천 : 3
조회수 : 66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06/09/09 08:14:30
눈발이 흩날리던 어느 겨울날 박 부장은 평소 알고 지내던 모 대기업의 최 차장에게서 대형 메인프레임 간의 데이터 변환을 위한 DB 어댑터의 모니터링 툴을 개발해달라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막 점심을 마치고 자리에 돌아왔던 박 부장은 몽롱한 상태에서 전화 메모를 정리했다. 커피 한 잔을 뽑아서 자리에 놓고는 뜬구름 잡듯이 얘기한 내용을 정리해보려고 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최 차장은 자신이 뭘 요구하고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같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어쩌자는 거야, 거참...' 박 부장은 강 과장에게 메일을 쓰기 시작했다. 점심 먹고 담배를 피우고 돌아온 강 과장은 박 부장에게서 메일 한 통이 온 것을 보고는 불평을 하면서 메일을 열었다. '또 어떤 짱돌이야...' 점심을 먹은 직후라 그렇지 않아도 나른한 상황에서 기간과 결과물에 대한 애매한 요구사항만 나열돼 있는 메일은 짜증스럽기만 했다. '검수 항목도 제대로 없잖아. 내가 대강 적어야 하는 거야? 검수받으려면 죽어나겠군' 한 페이지도 안되는 개발 요구서를 어떻게 늘릴 것인지를 생각하다가 다시 담배를 피러 나갔다. 말년 대리 유 대리는 방금 프린터에서 뽑아온 개발 요구서를 보면서 머리를 긁어댔다. 일정도 터무니없고 사이트측 상황도 이해못한 상황에서 제대로 개발을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강 과장은 휴게실에서 담배 연기를 얼굴에 뿜어대며 기간 엄수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오늘 내로 요구사항 분석을 끝내고, 일단 필요한 모듈 설계와 중요 함수 인터페이스 디자인을 빨리 해야 할 것 같다. 막막한 일정과 스트레스로 오늘 저녁에 또 술 마시고 싶다는 생각에 전화기를 꺼냈다. 오늘은 누가 술을 살 차례지? 입사 3개월 된 윤 모 사원. 체계화된 교육도 없이 몇 달을 보낸 후 일이 생겨서 기뻐한 순간도 잠시. 두툼한 프로젝트 모듈 설계서를 보고는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DB 어댑터 모니터 툴이라고 하는데 어댑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겠고, 모니터 툴이 뭘 모니터링하는지도 잘 설명도 안해주고, 파워포인트로 대충 그려놓은 그림대로 화면을 만들어서 동작시키라면 어쩌라는 것이냐. 사용할 사람들 수준이 개발자인지 일반 사원인지도 잘 모르겠고, 일단 하라니까 하긴 하겠지만 일정 맞추려면 당분간은 회사에서 계속 야근을 해야 할 것 같다. 먼저 입사한 사람들의 처지가 갑자기 이해되기 시작했다. '왜 다들 밤을 새는 것이지'하며 비웃었던 내 자신이 갑자기 우스워졌다. 이런 기간 내에 과연 제대로 동작하는 코드가 나올까? 에구, 오늘 저녁에 잡았던 약속이나 취소하고 집에 늦게 들어간다고 어머니께 전화해야겠다. "뭐 설치가 잘 안돼? 테스트는 하고 나간거야? 시스템이 보고 받은 것과 다르다고? 이번 주말까지 동작 테스트가 끝나야 한다구. 가능하겠어? 사람이 더 필요하면 말해. 뭐야 다시 들어와서 개발해야 되는 상황이야? 그쪽에선 뭐라고 그래? 분위기가 안 좋아? 거참... 알았어. 강 과장 보낼 테니까 어떻게든 하는 척이라도 하라구. 그래 그래." 제품 공급 시한을 보름이나 넘겨서 사이트에 설치하러 나갔는데 검수는 고사하고 테스트조차 안되는 상황이라니, 필드 경험이 많은 강 과장을 보내야겠구만. 보나마나 밑의 녀석들이 만든 코드가 사고를 쳤을꺼야. 유 대리 요즘 스포츠 신문 사이트 만화만 보더니 신입들 교육을 어떻게 한 거야? 한 번 뒤집어야겠군. 그나저나 최 차장에게 술 얻어먹으려고 했더니 다음으로 미뤄야겠네. 강 과장님, 사이트에 나가서 고생이 심했다면서요? 며칠 만에 얼굴 보네요. 이번에 들어온 신입이 만든 코드가 문제가 많았다면서요? 제가 잘못 전달한 부분도 있는 것 같더라구요. 과장님이 쓰신 개발 요구서를 다르게 이해한 것 같아요. 자, 술 한 잔 받으세요. 뭐 이런 일 처음 아니잖아요. 작년 초에 제가 사고 쳤을 때도 과장님이 뒷감당 다 해주셔서 고마웠는데 이번에도 잘해주셔서 어떻게 감사의 말씀을 드릴지... 어쨌든 그 친구들 요구사항이 너무 뜬구름 잡는 거였어요. 필요한 것이 그것 뿐이었으면 일을 쉽게 할 수 있었잖아요. 진작 그렇게 설명해 줄 것이지. 필요도 없는 기능 구현하느라 시간만 보냈잖아요. 정작 중요한 코드는 강 과장님께서 가셔서 다 만드신 것 아니예요? 우리 부서는 강 과장님없으면 어떻게 매출 올릴지 걱정이라니까요. 예, 예.. 원샷 하겠습니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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