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생활 13년차, 임신 35주차 임산부입니다.
35주차인데 아기가 벌써 2800g 정도 나가는 것 같다는 청천벽력같은 의사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어안이 벙벙한 상태입니다.
남편이 5500g, 제가 3850g으로 둘 다 크게 태어난 터라(둘 다 자연분만...) 이 유전자를 이길 방법은 일찍 나와주는 것 뿐이기에 "37주차 넘어서 가능한 빨리 나와줘!!"라고 간곡히 부탁하고 있는 중입니다.
아기에게 "언제 나와도 괜찮다!! 엄마아빠는 준비가 되어있다"는 무언의 압박을 주기 위해 미리부터 출산가방 싸기를 준비했습니다.
일본의 경우, 산후조리원이 없는 대신, 자연분만 초산부는 출산 후 6일 입원, 제왕절개는 10일 입원으로 입원 기간이 깁니다.
저는 출산 가방을 총 5개로 나눠서 준비했습니다.
병원에서 준 준비리스트+일본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한국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로 리스트를 만들었더니 이삿짐을 방불케하는 양이 되었습니다...
출산가방 1. 필수 중 필수
모자수첩(한국의 산모수첩), 건강보험증, 진찰권, 도장(대체 왜 아직도 도장을 쓰는 것인가... 싸인으로 통일합시다...), 입원수속관련 서류(초진때 받은 서류), 핸드폰, 핸드폰 충전기, 지갑(약간의 비상금은 따로 작은 지갑에 넣어둠).
출산가방 2. 진통실에 있을 때 필요한 것들
-마실 것+빨대 뚜껑 : 진통 중에 수분 섭취가 중요한데, 페트병의 경우 매번 뚜껑 여닫기 귀찮고, 그러다 넘어지면 다 쏟아질 수 있으며, 누운 자세에서 마시는 상황도 있을 수 있으므로 빨대 뚜껑을 준비하는 게 좋다고 해서 100엔샵에서 구입.
-간식 : 진통 중이라도 먹을 수 있으면 먹어야 분만실에 들어갔을 때 힘을 줄 수 있다고, 병원 출산교실에서 젤리형태 에너지 드링크를 추천하길래 넣어 둠.
-파우치 : 립크림(입술 다 틈), 핸드크림, 머리끈과 머리핀(진통을 견디다보면 망나니 머리가 된다고...)
-테니스 공+부채 : 허리 진통이 올 경우 마사지할 테니스공과 열이 오르면 식혀줄 부채. 둘 다 100엔샵에서 구입.
-산욕팬티(아래쪽이 찍찍이로 붙였다 뗐다 할 수 있는 팬티)+산모패드+요실금 팬티 : 양수가 줄줄 새는 경우를 대비. 양이 많으면 요실금 팬티가 좋다는데...
-슬리퍼 : 병원에서 입원용품으로 갖고 오라고 하는데, 진통실에서도 쓰일 것 같아서 진통실 용품 가방에 넣어둠.
-필기도구+휴대용티슈+손수건 : 일본 인터넷에서는 다들 이거 넣어둔다길래 넣어둠. 뭔가... 일본스러움...
출산가방 3. 입원기간동안 쓸 용품들
*입원복, 간단한 세면도구(치약/칫솔), 수건 등등은 추가요금을 내고 렌트하기로 했습니다. 귀찮아서...
-산욕팬티(아래쪽이 찍찍이로 붙였다 뗐다 할 수 있는 팬티)+산후패드+요실금팬티 : 산욕팬티는 병원에서 준비하라고 해서... 그냥 임산부 팬티 쓰면 안되나 싶었는데, 산후패드를 간호사가 갈아줘야하는 상황이 생길 경우를 위해 산욕팬티를 꼭 준비하라고 하더라구요. 산후패드는 출산후에 병원에서 준다는데, 혹시 몰라서 일단 넣어둠.
-수유브라+수유패드 : 입원하는 동안은 수유패드를 써야할 정도로 모유가 많이 나오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사람마다 다르니까... 일단 넣어둠.
-입원복 안에 입을 티셔츠+캐미솔, 입원복 위에 걸칠 가디건, 수면 양말
-손목보호대 : 한국 인터넷에서 거의 필수용품처럼 들어가 있길래 넣어둠.
-골반 벨트 : 일본 인터넷에서는 거의 필수용품처럼 들어가 있길래 넣어둠. 출산후 2~3일부터 쓰는 듯???
-물티슈+치실+가그린 : 물티슈는 혹시나 몰라서 휴대용 한 팩. 치실과 가그린은 평상시 쓰던 것.
-기초 화장품+바디용품+유두크림+안약(평상시 쓰던 것)+영양제(평상시 먹던 것)+가슴용 냉찜질팩
-세정솜 : 병원에서 준비하라고 해서... 의료용 탈지면을 생리식염수에 적신 화장솜 같은 것. 개별 포장 되어 있음. 수유 전에 유두를 닦거나, 오로를 닦거나, 아기의 눈과 입 근처를 닦을 때 쓴다고 함. 왜 병원에서 안주고 사오라고 하는 지는 모르겠음... 병원비 비싼데 이거 그냥 주믄 안돼요??
-거즈 손수건과 아기 손톱깎이 : 병원에서 준비하라고 해서... 아기 손톱깎이는 가위형 대신 버퍼형으로 구입.
-이어폰 : 개인실이 만실이라 4인실을 써야할 경우를 대비
-토트백 : 화장실/샤워실 갈 때, 병원내 편의점 갈 때 쓰려고.
-효자손 : 평소 자주 등이 가렵기 때문...
-텀블러+빨대, 위생팩 : 집에 있는 거고, 혹시 필요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일단 넣어둠.
-위생팩 : 집에 있는 거고, 혹시 필요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일단 넣어둠.
-책 : 의외로 심심하다는 사람들도 있길래 일단 넣어둠. 과연?????
출산가방 4. 필요할 지 안할 지 모를 용품들
*차에는 실어두되, 필요할 때 입원실로 갖고 올 물품들
-좌욕기 : 일부러 한국에서 사오긴 했는데 개인실이 만실이라 4인실을 써야할 경우, 공용 화장실이라 좌욕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도넛방석 & 수유 쿠션 : 병원에서 빌려줄 지도 몰라서.
출산가방 5. 퇴원용
-나와 아기 퇴원용 옷
-카시트 : 1살까지 쓸 수 있는 바구니형 카시트를 선물 받아서 입원실에서 카시트에 태워서 데려갈 예정
아기방 한켠에 둔 이 가방들을 보고 남편이 우리 아기 낳으러 한국가냐고...
뭐... 말하자면 한국에 가서 낳는 거랑 최대한 가까운 환경을 조성하려는 의미도 있긴 하니까... 영 틀린 말은 아니죠...
출산가방은 준비가 다 되었는데... 제 마음의 준비는 사실 아직...
무서워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