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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철]은 '아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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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H.험버트
추천 : 2
조회수 : 22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12/15 01: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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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희철은 '아싸'이다. 

희철은 아싸라는 짧은 단어의 의미가 무엇인지도, 유래가 무엇인지도 몰랐지만, 언제나 고독한 자신의 근저에서 그 단어의 의미를 본능적으로 유추해 낼 수 있었다. 희철은 '아싸'였다.

본능속에 숨겨져 있는 '아싸'의 기질을, 희철은 거스를 수 없었다. 그는 '아싸'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나려 하면 할수록 더욱 아래로 미끄러지는 악순환의 반복에 단념한지 오래였다. 그리고 그의 절망적인 단념이, 최근 그에게 새로운 힘을 가져다 준 것이었다.

희철은, 자신의 주위에서 안개처럼 부유하는 사람들의 기류를 느낄 수 있었다. 희철에게 그 기류란 오오라 처럼 제 6감으로 느낄 수 있는 어떠한 느낌 따위를 모두 뭉뚱그려 일컫는 말이었으며, 뭉뚱그려진 만큼 희철은 감히 그 기류의 종류나 차이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분별할 순 없었다. 그러나 희철은 확실하다고는 할 수 없으나 분명히 어떤차이가 존재함을 느낄 수 있었고, 자신의 그 감각에 대하여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희철은 그 애매한 기류의 차이로 부터 타인의 상태나 감정따위를 유추하여 타인의 분위기나 성격따위를 '어림짐작'하고는 했다.

이 새로운 능력-어쩌면 자신의 본능속에 이미 숨겨져 있었던 능력-은 그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 주었다. 
어쩌면 '아싸'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러나 본능에서 우러나온 능력으로 주어진 본능에서 벗어난다는 그 생각은 굉장히 어리석은 생각이었음을 희철은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그는 어쩔 수 없는 '아싸'였던 것이다. 희철이 짐작하기에 자신에게 남은 것이란 자신의 본능의 기질에 수그리며 순응하고 그에게 주어진 대로 사는 것 뿐이었다. 

본능에 수그리다니! 희철은 생각한다. 

내게 주어진 '아싸'의 본능이란 도대체 무엇이지? 그것은 정말로 본능인가?
희철은 자신의 환경과 교육과 추억을 회상한다. 분하게도 그 것은 본능이 아니라면 도무지 수긍되지 않았다.

본능이란 무어지? 우리는 지금까지 착실하게 본능을 다스리며 살아오지 않았는가! 나는 과연 정말로 이 본능에 수그릴 수 밖에 없는가?  
희철은 다시 자신의 환경과 교육과 추억을 회상한다. 그러나 그는 어떠한 본능에 수그리며 살아온 수많은 인물들이 분명하게 존재했음을 깨닫고 만다. 어떠한 본능에 수그리는 또다른 본능이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그것이 치명적인 인간적 결점이 될 정도의 수준이 아니기에 사회가 유지되고 있을 뿐. 희철은 짐작했다. 

그렇다면, 과연 '아싸'의 본능을 나는 치명적인 인간적 결점이라고 확언할 수 있는가?
이 생각에 대해서 희철은 답을 내지 못한다. 자신의 본능을 거스르지 않고 살아온 동안 희철은 그 어떠한 불편함이나 괴롬따위를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오히려 괴롬을 느끼게 된 것은 자신이 자신의 본능을 거스르려 할 때였다. 

그렇다면, 나는 나의 본능을 거스르려 했던 몸부림에 대하여 회의적인가?
희철은 자신의 몸부림에 대하여 여러번 곱씹어 보았지만 자신의 몸부림에 회의적이었던 일은 없었다. 거스르지 못할 때 마다 좌절하고는 했지만 몸부림에 대해선 회의적이지 않았던 것이다. 

어느정도 대충,
생각을 정리한 희철은 자신의 기류를 느끼는 능력이 자신에게 근본적인 결과의 차이를 내 주지 않았고, 격동적인 내적변화도 주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적어도 자신은, 이 이상의 능력을 내지 못할 것이고 또 이 상황에서 바뀔일이 없을 것이라고 단정지었다. 

그 생각은 그가 또 다른 '아싸'를 만나기 전까지 굳게 굳어있었다. 

희철은 '아싸'이다. 그러나 그는 유일무이한 아싸가 아니다. 

 




  
출처 본능의 본능의 본능의 본능의 무논리 본능 패러독스 그러나 그것은 과연 본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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