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캔으로 아침의 국물을 대신하고 히터의 열병 같은 바람을 맞는다 다 같이 미적지근한 숨을 들이마시며 끈적한 열을 흘릴 수 있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한다 한나절 뇌리 쬐는 햇볕아래 소금물 다 빼고 점심의 국물은 정수기물이며 저녁의 국물은 소주 반병이다
쉰내 짠내 풍기며 집으로 돌아오면 가스렌지와 보일러를 틀고 차갑게 굳은 찌개도 내 몸도 가스 불에 담근다 햄, 참치, 돼지고기 적절히 배여 나온 국물 어머니 밖에 못 만드는 그 김치찌개는 아무리 덥혀놔도 한나절 오르는 열에 누구도 숟가락 한 번 대지 못한 채 쉬어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