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즈 위원회'라는 민간단체가 있다. 작년 '스타디움 학살사건'에서 희생된 고 제시카 에드워즈 여사를 기념해 반전파 사람들이 결속해 만든 조직이었다. 이 위원회가 한 가지 문제를 제기했다. 그것은 불공정한 징병에 관해서였다.
정계, 재계, 관계에 몸담은 중요 인사들 가운데 징병적령기 아들을 가진 24만 6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어이없는 사실이 드러났다. 아들을 군대에 보낸 자는 15퍼센트도 되지 않았으며, 전선으로 보낸 자는 1퍼센트 이하였던 것이다.
"이 수치가 무엇을 뜻하는가? 그들 지배층이 말하듯 이 오랜 전쟁이 정의 실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면, 왜 그들은 자신의 아들들을 여기에 참가시키지 않는단 말인가? 왜 특권을 이용해 징병을 기피하는가? 그것은 전쟁에 자신들의 목숨을 내걸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닌가?"
에드워즈 위원회는 정부의 해명을 요구했으나 트뤼니히트 정권은 이를 완전히 묵살했다. 정부 대변인을 겸한 정보통신위원장 보네는 단 한마디,'대답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에드워즈 위원회를 분노케 하고 또한 전율케 했던 것은, 거의 모든 매스컴이 이 사건을 보도하지 않았던 점이었다.
전자신문도, 입체 TV도, 정치권력과 관계없는 범죄 및 스캔들, 훈훈한 미담 따위만을 발표했을 뿐 에드워즈 위원회의 활동은 무시했다.
어쩔 수 없이 에드워즈 위원회 회원들은 가두활동을 펼쳐 일반시민에게 사정을 호소하고자 했다. 5000명 회원이 데모를 시작하자 경찰이 나타나 이를 규제했다. 규제를 피해 뒷골목으로 들어서자 주전파 단체인 '우국기사단'이 특수 세라믹 곤봉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여자와 아이들도 포함된 에드워즈 위원회 사람들이 우국기사단의 곤봉에 잇달아 쓰러지는 동안 경찰은 멀리서 방관하고만 있었으며, 마침내 우국기사단이 도망치자 피를 흘리며 쓰러진 회원들에게 수갑을 채웠다. 명목은 소요죄였다. 경찰은 회원끼리 내분을 일으켜 유혈을 초래했다고 설명했으며, 대부분의 매스컴은 이를 그대로 보도했고, 우국기사단의 이름은 드러나지 않은 채 끝났다.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3권 210쪽 발췌
이 책은 예전에 읽고나서 '이건 반드시 사야해' 라며 사고 싶은 목록에 저장했다가 얼마 전에 전권 하드커버로 질러 요즘 행복하게 읽고 있는 책이다.
은하영웅전설은 자유행성동맹과 은하제국의 싸움을 화려하고 장대하게 그려내고 있다. 자유행성동맹을 대표하는 양 웬리와 은하제국을 대표하는 라인하르트 로엔그람은 라이벌관계로 광활한 우주에서 전략과 함대로 전투를 벌인다.
이 책은 크게 보면 타락한 권력자가 이끄는 민주주의와 성실하고 완벽한 인물이 이끄는 독재정치의 싸움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싸움에서 개인의 자유와 평등 그리고 생명을 지키는 쪽은 어느 쪽인가를 고민하게 한다. 사실 독재 정권의 권력자가 다음 대에도 뛰어난 인물이란 법은 없으니 민주주의를 선택해야하지만 현실은 엄청나게 암울한 상황이라 후퇴하는 민주주의와 발전하는 독재정치를 보며 몇 번이나 한숨을 쉬며 고민하게 하는 책이다.
나는 이 책이 처음 발매된지 3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이 책에 깊은 공감을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이유를 세 가지라고 생각한다. 첫번째로 이 책은 재미가 있다. 인물들간의 갈등과 행동을 보면서 그럴듯 하게 여겨지고 독자는 그 인물의 빠져들어 희노애락을 느끼게 된다. 또 인물들의 전략싸움과 우주 전투씬이 화려하게 그려지며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두 번째는 인류 보편적인 문제를 꼬집어주고 상기시켜주는 문학의 힘. 인류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시민들의 불평등함은 사유재산이 생긴이래 지금까지 계속되어 왔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먹고 살기 바쁘거나 깊게 사색하지 않는 이상 잊혀지기 쉬운데 책을 통해 이런 문제들을 한번쯤 생각해보게 해준다. 마지막으로 30년이 지난 지금에도 발전하지 못한 현실 정치 권력의 모습. 이 책을 보며 내내 지금 우리나라의 정치 모습을 떠 올리게 하는 장면들이 많이 있었다. 민주주의의 타락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어떤 현상들이 나타나는지도 책에 나타나 있어서 경각심을 갖게 했다. 어떻게 보든 간에 이 책은 한번쯤 읽어 볼만 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재미적인 요소나 문학적인 요소, 정치적인 요소 모두 생각해볼 만 한 책이다.
긴긴 겨울을 오랫동안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책으로 <은하영웅전설>을 추천한다.(외전까지 전 15권이니 정말 긴~긴~ 겨울을 같이 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