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이야기-
그녀는 시체입니다 1
그녀는 시체입니다 2
주 씨는 알면 알수록 신비로운 인물이었다
. 뭔가 초월했다기보다는 달관한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그는 단 한 번도 지율과 대화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낸 적이 없었다. 말씨에서 유추해서 경상도 출신이라는 것과 딸이 하나 있었다는 것이 지율이 알고 있는 전부였다. 이 딸이 있었다는 것도 주 씨가 유독 취했던 날, 주 씨가 ‘우리 딸내미가 오징어 구운 걸 참 좋아했었는데...’라고 혼자 중얼거리는 걸 우연히 듣고 알게 된 사실이었다. 주 씨에 대해서 가장 수수께끼 같은 부분은 그가 하는 ‘일’이었다. 지율이 보기에는 주 씨는 늘 등나무 정자에서 빈둥빈둥 신선놀음을 하고 있는데도 월급날만 되면 이상하게도 지율의 몇 배에 달하는 돈을 받기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지율이 몇 번이나 물어봤지만, 그 때마다 주 씨의 대답은 늘 똑같았다.
“그거 알아서 뭐할라고?”
어느날 저녁, 그러니까 더 정확히 말해서 지율과 주 씨의 월급날, 그들은 언제나처럼 병원 뒷산에 올라 서로에게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가을이 시작되기는 하였지만, 여전히 무더운 밤이었다. 그날따라 주 씨가 술잔을 비우는 속도가 다른 날과 달리 빨랐다.
“영감님 그러다 훅 가요. 천천히 좀 마셔요, 천천히.”
“시끄럽다, 이놈아. 오늘은 기분도 삼삼하니 실컷 마셔야것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지율은 자신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맞은편을 보니 주 씨는 뭐가 그리 좋은지 혼자서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영감님, 뭐가 좋다고 그렇게 노래까지 흥얼거립니까?”
“몰라. 그냥 흥이 나네... 흥이 나...”
술잔을 들고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던 주 씨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지율을 바라보았다. 달빛 때문인지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였다.
“이보게, 지율.”
“왜요, 영감님.”
지율은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주 씨를 보았다.
“지난번에 나한테 병원에서 뭔 일하는 지 물어봤었지?”
“예... 그랬었죠. 근데 갑자기 왜요?”
“아직도 궁금한가?”
지율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말입니다, 영감님. 까놓고 말해서 영감님이 하는 일이라고는 만날 그 등나무 아래에서 낮잠을 자는 거 외에는 없잖습니까? 제가 보기에는 제가 일을 더 많이 하는 것 같은데, 대체 무슨 일을 하길래 영감님이 저보다 돈을 더 많이 받는 겁니까?”
“그게 궁금한 건가?”
“...예.”
주 씨는 또다시 말없이 한참을 있더니 술잔을 비우고 말하였다.
“니 담 크나?”
“담이요?”
“그래. 시체만지고 막... 그럴수 있나?”
지율은 주 씨가 장난을 치는 줄 알고 그의 얼굴을 쳐다봤다. 하지만 주 씨는 그 어느때보다 진지하였다.
“군에서 몇 번 만져봤습니다.”
“그래? 그럼 니... 일하나 배워볼래?”
“일이요? 뭔 일이요?”
“지금 내 하는 일.”
“어떤 일인데요?”
주 씨는 한참을 뜸을 들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내 염쟁이다.”
그녀는 시체입니다 세번째 입니다
이제서야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왜 제목이 이런지 아실 수 있을겁니다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뭔가 한마디 남겨주셔도 감사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