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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게시물ID : readers_2323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cw
추천 : 2
조회수 : 20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12/18 17:3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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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을 꾸었다. 세라복을 입은 슬렌더한 여성이 어느덧 내 애인이 되어있었다. 야밤에 공원을 같이 걷다 문득 말한다.

 "우와~ 오빠! 저 달 좀 봐. 빨리빨리~"

  나는 달을 쳐다보는 대신, 달을 가리키는 그녀의 손과 손가락을 보았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은유와 기교를 모아놓은 듯한, 그녀의 예쁜 손.

  "아니~ 오빠, 내 손 말고, 저 달 좀 보라니까? 달이 너무 커. 너무 밝고"

  여전히 나는 그녀의 예쁜 손과 손가락에 넋을 잃었다. 끝내 달을 보지 못한 채로 꿈에서 깼다.

  악몽도 이런 악몽이 없었다. 이 꿈은 나만의 꿈이 아니었다. 빌어먹을 선정평을 읽으며, 혹은 국문학과나 문창과 교수들의 강의를 들으며 그들은 이 꿈을 꾸리라. 역시 달은 못 보았을 것이다. 그녀의 예쁜 손과 손가락만 주구장창 봤겠지.

  간신히 숨을 고르며 냉장고로 가서 맥주캔을 꺼내왔다. 컴퓨터 책상 앞 의자에 몸을 기대 헉헉대다 문득 키보드를 보았다. 나는 키보드를 들어 그녀의 예쁜 손을 짓뭉개듯, 사정없이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출처 자격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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