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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소설] 투혼 - 13 - (완결)
게시물ID : panic_2323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Dika
추천 : 33
조회수 : 1592회
댓글수 : 25개
등록시간 : 2012/01/11 23:11:43


(12회에 이어)


우리 학교 이름은 각종 포탈에서 하루가 넘게 검색어 순위 1위를 달렸다. 그 자식 이름도 상위권을 지켰는데 어느 순간 순위에서 사라졌다. 우리 학교 이름과 자살이 합쳐진 검색어도 10위 안에 한참 머물렀다. 검색창에 우리 학교 이름만 쳐도 귀신, 유령, 동영상, 내 이름 등이 연관검색어로 함께 떴다. 학교 홈피는 진작 다운되었고 전화도 먹통이 되었다. 게다가 분신사바 얘기들까지 우후죽순으로 올라왔다. 교장쌤은 교장실에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그 자식의 휴대폰 통화목록을 조사한 경찰은 통화 빈도가 높은 번호들을 캤다. 뚱기, 면봉, 나똘과 더불어 담임을 물 먹이는데 활약한 옆 학교 여자애까지 걸려 나왔다. 그 자식이 침대 밑에 감춰둔 카메라의 메모리를 복원하자 담임을 쫓아내는데 일조한 사진들이 되살아났다. 그 자식은 집을 뛰쳐나간지 며칠 만에 엄마 명의의 신용카드를 썼다가 꼬리가 잡혔다. 외국으로 나가는 배들이 드나드는 항구에서였다. 

그 자식은 어느 정신요양소에 강제로 실려 갔다. 우리 엄마와 아빠는 무릎을 꿇은 채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뚱기와 나똘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면봉은 여전히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한 채 무섭다고만 중얼거렸다. 그 자식의 아빠와 엄마는 우리 부모님을 피해 외국으로 도망쳤다. 담임은 교무실에 다시 짐을 풀었다. 

나는 그 자식이 독방에서 마구 소리를 지르다 강제로 주사 맞는 광경을 보았다. 침대에 묶인 채 초점이 풀린 눈으로 어딘지 모를 곳을 응시하는 그 자식이 나는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다. 나는 우리집으로 돌아왔다. 음식들이 속속 배달되고 있었다. 통닭, 피자, 자장면, 탕수육, 떡볶이……. 아토피가 생기고 나서 입에 대보지 못한 음식들이었다. 퇴근하는 아빠의 손엔 케이크가 들려있었다. 엄마는 명절 때만 쓰는 그릇에 미역국을 담아냈다.

초인종이 울렸다. 누나가 문을 열었다. 엄마는 정아의 손을 잡으며 눈물을 흘렸다. 정아는 내가 부탁한 대로 말했다.

“제, 제가, 좀, 아, 안아, 드, 드려도, 되, 될까요?”

나는 누나를 안았다. 아빠를 안고, 엄마를 안았다. 엄마 품에 조금 더 안겨있고 싶었지만 엄마한테 들어갔다. 그리고 내 친구 정아를 안았다.

네 사람이 식탁에 둘러앉았다. 그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날아갈 듯 마음이 가벼워졌다. 나는 점점 떠올랐다. 그들의 모습이 작아졌다. 나는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것이 내가 본 이 세상의 마지막 풍경이었다.










 * 끝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당신의 행복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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