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기간은 짧았는데 정말 불같은 사랑을 했습니다. 마음이 너무 잘 맞아서 신기할 정도였어요. 각자 인간 관계에 대한 상처도 있어서 더 그랬던 것 같고요.
마음 준 사람들이 늘 떠나가버렸던 트라우마가 있어서 마음을 잘 안 주려고 하는데.. 이 친구는 저를 정말 좋아해줬어요. 애교도 많고 질투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슬슬 안심하고 편하게 마음 쏟으려는 찰나에 갑자기 생각할 시간을 갖자더군요. 자기도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저를 향한 마음을 정확히 모르겠다면서요.
당황스러웠지만 이런 일이 워낙 많았어서... 또 떠나가버리겠구나 하는 생각에 저는 헤어질 준비를 했습니다. 나도 모르게 조바심을 내서 또 연애를 그르쳤구나 생각하면서요. 트라우마 때문에 늘 내심으로는 불안한 연애를 했거든요. 시간 갖자던 전날에도 연락이 뜸하길래 서운한 티를 내기도 했고..
많이 울었습니다. 제 생각보다 훨씬 그 친구를 좋아하고 있단 걸 알았어요. 그래서 더 상처 받기 싫은 마음에 어떻게든 잊으려고 안간힘을 썼습니다. 잘 되지는 않았지만.
결국 약속한 날짜에 다시 보게 됐는데 여자친구가 그러더군요. 많이 미안했다고, 힘든 일 정리 다 됐으니 이젠 안심해도 된다고.. 마치 그동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저를 대하더라고요.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제 감정은 그 친구에 대한 원망, 저 자신에 대한 자괴감 때문에 전과 같지 않았거든요.
다시 만나게 된 걸 바라지 않은 것도 아니고, 그 친구가 돌아와서 뛸 듯이 기쁘긴 한데 제 행동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 친구는 제 잘못이 없다고 말하긴 했지만.. 자꾸 눈치가 보이네요. 톡 한 줄 하는데도 생각이 많아지고.. 스킨십을 할 때도 느낌이 뭔가 다르더라고요. 전에는 정말 좋아서 달려들었는데 지금은 뭔가 조심스러워졌다고 해야 할까. 여자친구 속내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는 또 이런 일이 벌어질까봐 걱정이 돼서 그런지 아니면 기다리는 동안 잊으려고 애쓰다 보니 진짜로 마음이 식은건지, 분명 감정은 전과 같지 않은데 전과 그대로 행동해야 하는 관계가 어색하고 그렇습니다. 어떡해야 될 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