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정이 있어 9시가 다되어 종각에 도착. 너무 많은 인파 때문에 바로...오유를 찾으려는 시도 포기. 2. 지난 몇번의 촛불과는 비교도 안되는 사람들의 물결, 촛불의 물결. 뿌듯한 감동. 우연히 몇몇 지인들과의 조우. 나름대로 새로운 느낌. 3. 사람이 너무 많아서 행진이 행진답게 진행안되고 서대문 방향과 안국동 방향으로 그냥 긴 행렬이 정체하는 수준. 안국동 컨테이너까지 걸어가서 컨테이너 손피켓 유인물 장식(?)을 돕고..다시 전체적인 상황보기 위해 밤 산책. 4. 인상적인 사람들과 장면. - 가장 열심히 구호 외치는 나눔문화, 촛불소녀팀. 귀여운 여고생들이었다. 가장 열심이다. - 마임 퍼포먼스팀. 투명 우산과 촛불을 들고 하얀 얼굴분장과 검은 옷입은 멋진 팀. 사람들의 시선을 모았다. - 종각 사거리에 앉아있던 20명 남짓의 대학 노래패 OB들로 보이는 사람들. '천리길' '그날이오면' 등등 옛날 민중가요들을 화음 넣어가며 멋지게 조용조용 부르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의 한번 더 외침에 오랜만에 맞춰보는 화음인듯 가사도 틀리고..어려워 하면서도 열심히 부르더라. 아름다웠다. 정말 오래간만에 불러보는 노래들이었다. 짧은 기억들이 스치고 지나갔다. 몇곡을 들으며 따라부르며 동상처럼 서있었다. - 스펀지 실험맨 복장의 3인조 젊은이들.여기저기 뒤어다니며, 방역맨~을 찾고 '쥐를 잡자' '쥐를 잡자'를 연호하고 다녔다. 귀여웠다. - 이런 집회에서 양희은...처음 봤다. 인권문화제 같은 작은 행사가 아니라, 수십만 앞에서 양희은이 부르는 '아침이슬'을 듣는 영광을 누렸다. 호응이 대단했다. -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대오. 청색조끼로 맞춘 검게 그을린 얼굴의 백여명의 화물연대 라인은 시위대 모두에게 박수를 받았다. 아마, 근래 들어 가장 큰 대중적 호응을 받은 노동자들 아닐까 싶다. - 다음 아고라 깃발. 어느 대학이나 노조 보다 가장 강고한 라인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고라...단순히 포털 게시판에 불과한데, 당이라 불려도 무방할 정도의 강고한 대오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들이 움직이면 이상한 진정성과 자발성, 조직력 등이 느껴진다. 5. 아쉬운 점이 있다. 촛불시위는 오늘이 정점이다. 여기서 정부의 변화가 없으면, 아마 이 투쟁은 질적으로 달라진 투쟁으로 바뀌거나 스러질 것이다. 그러나 수십만을 모아놓고, 컨테이너 앞에서 자유발언이나 하고 뿔뿔이 흩어지는 모습은 어딘가 모르게 아쉬운 바가 있다. 이게 장기지속의 투쟁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진짜 이 사회와 권력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것인가는 미지수다. 그렇다고 내가 딱히 무엇을 어떻게 해야한다고 내세울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제 모일만큼 다 모여보았다. 소리지를만큼 다 질렀다. 이제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우리 모두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6.11 세이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