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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보호관
게시물ID : humorbest_23244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슬남이
추천 : 39
조회수 : 3900회
댓글수 : 8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9/05/10 03:07:46
원본글 작성시간 : 2009/05/08 07:49:31
제이드씨의 직업은 꿀벌보호관이다. 
21세기에 생겨난 신종 직업 중에 하나이다.

 
꿀벌보호관은 연방곤충보호청 소속의 국가공무원으로서 그가 가지고 있는 권한과 책임은 막강하다.
꿀벌보호관은 시장에서 벌꿀의 불법 유통을 단속하고 적발 시 막대한 벌금을 부과할 수 있으며,
꿀벌의 서식지 인근 토지 개발, 전파 사용, 환경 오염 등에 대한 인허가와 불법 개발에 대한 단속권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자기가 관할하고 있는 지역에서 꿀벌들의 개체수와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꿀벌들이 잘 자랄수 있도록 각종 지원활동을 수행한다.

관할하고 있는 꿀벌 개체군의 생존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천재지변 등의 유사시에는 주방위군도 동원할 수 있을 정도이다.

각종 환경 오염, 농약, 무선 전파의 남용과 지구 자계축의 변화 등으로
지구 전체 생태계에서 벌의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되기 시작한 것이 벌써 30년전부터이다.

꿀벌의 멸종 위기는 곧바로 모든 식물 생태계의 붕괴 요인이 되어
전 세계에 식량 위기를 가져왔으며, 꿀벌의 중요성을 심각하게 인식한 정부는
꿀벌의 멸종을 막기 위해 꿀벌보호법을 입법하고 정부 기관을 설립하였다.
꿀벌보호관은 각 관할지역의 꿀벌을 지키는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는 것이다.

오늘도 제이드씨는 출근을 하자마자 관할 지역 꿀벌집들마다 부착된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하여
전체 꿀벌 개체수와 특이 사항을 체크한 후 하루 일과를 시작하였다.

팀원들과 티타임을 가지며, 오늘의 주요 업무들과 특이 사항을 보고 받았다.
특히 오늘 저녁 다운타운에서 불법 벌꿀 암거래가 있다는 첩보가 입수 되어
팀원들과 관련 정보를 꼼꼼히 분석한 후 주경찰에게 협조 요청을 날리고
체포팀과 증거확보팀, 지원팀 등으로 투입 인력 배치 계획을 세우고
작전 계획을 꼼꼼하게 수립하였다.

오전을 바쁘게 보낸 후 샌드위치로 점심을 간단히 때운 후
제이크는 여느 때처럼 관할 지역을 순찰하러 나갔다.

자신의 파트너인 마이클과 순찰차를 타고 여느 때처럼
꿀벌집들 주변을 순찰하던 제이드는 갓길에 주차된
낡은 SUV 한 대를 지나치며 흘낏 쳐다보았다.

"마이클...차 돌리게, 사이렌도 켜고..."

사이렌을 울리며 급하게 유턴한 순찰차에서 급격한 회전의 반동으로
몸이 심하게 흔들린 제이드는 짜증이 났다.
마이클의 운전 습관이 거친 탓도 있었지만, 
사실은 비대한 자신의 몸무게에 더 짜증이 났던 것이다.

제이드는 순찰차에 남아 상황을 지켜보고 마이클이 차에서 내려 정차된 차량에 다가갔다.
차안에는 중년의 아줌마가 놀라서 커진 눈으로 마이클을 쳐다보고 있었다.
손에 셀룰러폰을 든 채로...

"부인...국립곤충보호원의 꿀벌보호관입니다. 지금 꿀벌보호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하고 계신데요. 
알고 계신가요?"

"아뇨...저는 다만 제 차가 그만 고장이 나서 견인차를 부를려구요...뭐가 불법이란거죠?"

마이클은 대답도 하기 귀찮다는 표정으로 손가락으로 전방 50미터 앞에 있는 표지판을 가를켰다.

[꿀벌보호구역. 무선휴대전화 사용금지 지역]

부인은 그제서야 더욱 커진 눈으로 자기는 정말 몰랐다는 둥,
게으른 남편이란 작자가 진작에 정비를 해줬어야 하는데

주말 내내 풋볼 중계를 보느라 하루 종일 쇼파에서 빈둥거리는 바람에 차를 손을 안봐줘서 
이런 일이 생겼다는 둥, 온갖 구구절절한 사연을 핑계로 늘어놓았다.

마이클은 더 이야기를 들어주다가는 부부 관계 카운슬러 역할까지 할 것 같다는 생각에
다시는 이 근처에서 휴대폰을 사용하지 말라고 엄중하게 경고를 한 후 
휴대전화 사용 위반에 부과되는 500달러 짜리 벌금 딱지 대신
꿀벌보호구역 내에서 경음기 사용에 해당되는 100달러짜리 싼 딱지를 끊어주었다.

 
순찰차로 돌아온 마이클은 제이드와 함께 단속에 걸린 아줌마와 
게으른 그의 남편에 대한 농담을 주고 받았다.

제이드는 순발력과 융통성, 유머 감각이 있는 파트너 마이클이 좋았다.
만약 아까 그 부인과 실갱이를 오래 했더라면 오후에 관할 지역 순찰은 다 돌지도 못하고
저녁 밀거래 단속 현장에 투입될뻔 하였다.

물론 마이클도 갓 보호관에 임명된 신출내기였을 때는 참 어리벙벙하였다.
하지만 제이드는 마이클에게 자신의 풍부한 경험과 업무 노하우를 아낌없이 가르쳐주었다.
마이클은 머리가 좋아 모든 것을 빨리 배워나갔고, 
지금은 거의 모든 업무를 맡길 수 있는 든든한 부하가 되었다.

'역시 우리 가문 사람들은 머리가 좋으니까...'
먼 친척뻘 되는 마이클을 마치 친동생처럼 제이드는 돌봐주었다.

제이드는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를 따라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순찰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에 자주가는 단골 카페테리아에서
하얀 설탕이 잔뜩 뿌려져 있는 맛있는 도넛을 먹을 생각만 하면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오늘 업무를 마치고 퇴근하는 길에는 마이클이 아까 중년 부인에게 
싼 딱지를 끊어 주는 대신 뇌물로 받은 100달러짜리 지폐를 50불짜리로 바꾸어서
그 중 한장을 자신에게 줄 것이므로 더욱 기분이 유쾌해지는 것이었다.

 
 

 
저녁 꿀 밀거래 단속 작전을 가기 위해
무장을 하던 제이드는 다시 짜증이 났다.

임산부의 배처럼 날로 부풀어 오르는 배 때문에
방탄조끼를 입는 것이 너무 답답했기 때문이었다.

이 더운 초여름 날씨에 방탄 조끼를 입는다는 것은 정말 고역이었다.
꿀벌을 밀거래하는 쥐새끼 같은 놈들이 더욱 증오스러웠다.
작전이 빨리 끝난다면 잭의 바에 가서 시원한 맥주부터 한잔 들이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작전 지역은 웨스트 사이드의 주택가였다.
가난한 흑인과 더 가난한 마약중독자 백인들이 주로 모여 사는 빈민가였다.
역시 벌꿀 밀수로 전과가 2범이나 있는 모건 패거리들이 오늘의 타겟이었다.
모건과 그의 똘마니들은  항상 술과 마약에 쩔어 사는 덩치 큰 흑인 갱스터들이고, 매우 거친 놈들이었다.
거래량이 미미하여 마약단속반들에게는 거의 피래미 수준으로 취급을 받았지만, 
이놈들은 다른 마약상들과 달리 남부쪽에 연계된 조직이 있어 
진짜 돈이 궁해지면 멕시코산 벌꿀을 가끔 밀수해서 들여오는 또라이짓을 저지르곤 한다.

오늘도 30Kg이 넘는 벌꿀을 거래한다는 첩보가 입수되었다.
주경찰 SWAT 팀과 오늘의 작전 계획을 다시 한번 상의한 후 진입 시간을 정했다.

5시 정각에 SWAT팀과 마이클, 톰이 정문으로 진입을 하고 자신과 제니퍼는 뒷문을 지키기로 하였다.
제이드도 사실 한창일때는 누구보다 가장 용맹하게 최초 진입을 자청하곤 했었지만,
역시 나이가 들어 몸이 둔해지면서 부터는 작전 지휘만 하거나 후문을 지키는 역할을 주로 맡았다.

모건이란 놈이 마약 기운에 격렬한 저항을 할까 조금 걱정이 되긴 했지만,
오늘도 쉽게 끝날거라는 기분이 들었다.

5시 정각이 되자 심호흡을 깊게 한번 한 제이드는 무전기로 나지막히 진입 명령을 내렸다.
창가에 있던 SWAT팀은 창문을 깨뜨리고 스턴 수류탄을 투척하고, 
진압팀과 체포팀은 현관문을 여지 없이 부수고 진입하였다.
무전으로 진입에 성공하였다는 보고가 이어지고 모든 방을 체크한 후 이상없다는 보고가 이어졌다.
이어 집안에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보고가 이어졌다.

이건 뭔가...낌새가 이상했다.
어디선가 단속 정보가 샌것이 틀림없다.

제이드도 황급히 뒷문을 박차고 권총을 겨눈채 집안으로 들어갔다.
거실에는 피다 만 대마초와 마약 봉지가 널부러져 있었다.
30분 이내에 사람들이 머물렀던 흔적들이 남아있었다.

도대체 어디에서 단속 정보가 새나간 것일까?
주경찰? SWAT? 우리 팀?'

어느 놈들이나 썩어빠지긴 마찬가지지만 오늘의 작전은 워낙 급박하게 이루어져 
정보가 새나갈 틈이 없었다.

'음...이건....마약단속과 놈들 짓이군...이런 제길...'

모건이란 놈의 최근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주경찰 마약단속과에 오전에 정보협조요청을 했었는데,
틀림없이 거기서 정보가 새나간것이 분명하였다.

이젠 이런 피래미 놈들한테도 주기적으로 상납을 받는 것이 분명하였다.
더러운 놈들...

불법 밀거래하려던 벌꿀을 찾기 위해
제이드는 집안 곳곳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오늘 야구 중계 시청도 포기하고 벌인 작전인데
이대로 아무 소득없이 철수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화장실에 들어간 제이드는 변기  바닥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역시 약간 황금빛을 띈 끈적한 물질이 바닥에 묻어있었다.

화장실 변기에 남아 있던 그 물질을 제이드는 직접 손가락으로 찍어 맛을 보았다.
'역시 벌꿀이 확실하구만!'

 
설탕 성분이 많이 섞여 있는 것을 보니 조잡한 멕시코산 꿀이 분명하였다.
바로 뒤에 서서 그 장면을 보고 있던 마이클은 구토가 나오는 줄 알았다.

급하게 단속 정보를 알아챈 모건 일당들이 달아나면서 증거 인멸을 위해
화장실 변기에 꿀을 죄다 쏟아 버리고 달아난 모양이었다.

 
그때 낯익은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붕붕~

이것은 분명 벌의 날개짓 소리였다.

변기 바로 옆 샤워커튼 안에서 나는 소리였다.

샤워커튼을 확 걷어재낀 제이드는 심장이 마비될 정도로 소스라치게 놀랐다.
웬 떡대 큰 흑인놈이 서있었기 때문이었다.

서로 마주본채 눈과 입을 벌리고 서있던 상황은 0.5초도 안되는 찰라의 순간이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권총을 들어 서로 총을 쏘기 시작했다.

제이드는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재빠르게 바닥에 업드리면서
욕조 위로 손만 내놓은채 총을 난사하였다.

15연발 자동권총의 탄창을 모두 비우고서야 총격을 멈춘 제이드는 머리를 살짝 들어 상황을 파악하였다.
매쾌한 화약냄새가 진동하는 좁은 화장실 욕조 안에서는 놈이 온몸에 총알 구멍이 난채 쓰러져 있었다.
욕조 안에는 놈이 흘린 피가 낭자하였다.

그런데, 그 순간 제이드는 더욱 크게 놀랐다.
흑인놈이 죽으면서 벌이 가득 담긴 유리병을 떨어뜨려 박살이 나면서
거기서 말벌만큼 큰 벌떼가 수십마리 쏟아져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랜 경험을 통해 그것들이 아르헨티나산 벌이란 것을 바로 알아챈 제이드는
자신의 얼굴로 덤벼드는 벌떼를 피해 도망치면서 황급히 화장실문을 닫았다.

 
화장실 문을 닫고 뒷걸음질치며 제이드는 뭔가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제이드가 일어나보니 그것은 마이클의 몸이었다.
방금 일어난 총격전에 휘말려 마이클이 유탄을 맞은것 같았다.
목에 손을 대어보니 즉사를 했는지 맥박이 뛰질 않았다.

제이드는 현관문을 나서며 무전으로 전 대원들에게 황급히 명령을 내렸다.

"1급 위기 상황이다! 아르헨티나 꿀벌 출현이다!
이 지역을 폐쇄하고, 이 빌어먹을 집은 즉시 소각하라!!!"

제이드는 쇳소리를 내가며 흥분하여 고함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제니퍼가 다가와 제이드를 근심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면서 물었다.

"지금 바로 저 집을 소각하는건가요? 안에 아직 마이클의 시체가 있는데..."

제이드는 논을 부릅뜨고 순진한 신참 제니퍼의 얼굴에 침을 튀겨가며 고함을 질렀다.

"그래서 어쩌라고? 그럼 저 아르헨티산 변종 벌들이 이 지역에 유출되면 자네가 모든 책임을 질텐가!"

 
평소 꿀벌을 위협하는 말벌집을 소각하기 위해 차에 싣고 다니는 소형 화염방사기로 
불을 붙인 낡은 목조주택은 땡볕에 몇 달 말려놓은 나무 장작처럼 활활 타오르기 시작하였다.

제이드의 눈에 눈물이 흐르진 않았지만, 제이드는 마음이 무척 아파왔다.
5년 이상을 동고동락한 그의 파트너가 저 낡은 목조 주택안에서 불타오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더불어 그의 바지 주머니 안에서 같이 불타오르고 있을 100달러짜리 지폐도 무척 아까웠다.
그 돈이면 오늘 작전에 참가한 모든 팀원들에게 맥주를 돌릴 수 있었을텐데...

 

 
 
본부장에게 작전 결과를 보고하고, 모든 조치가 불가피했음을 납득시키기가 참 어려웠다.
더불어 내사과 놈들까지 추후 충분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신경을 건드렸다.

모든 상황을 종료하고 집에 돌아오니 벌써 시간은 12시를 훌쩍 넘어있었다.
덩치에서는 제이드 못지 않은 마누라는 벌써 요란하게 코를 골며 잠들어 있었다.

냉장고에서 버드와이저 한병을 꺼내어 안락 의자에 깊숙히 몸을 묻었다.
스포츠뉴스 채널을 돌려 보니 내가 돈을 걸었던 팀은 처참한 스코어로 박살이 나 있었다.

시원한 맥주를 한 모금 쭉 들이켰다.
입술에서 흘러 넘친 맥주가 턱을 지나 겹쳐진 목 주름에 이를때까지 맥주병을 들이켰다.

참으로 길고 힘든 하루였다.
제이드의 15년이 넘는 꿀벌보호관 생활 중에서도 가장 힘든 하루였다.
보호관 생활 처음으로 누군가를 쏴죽였고, 그의 친한 파트너도 죽었고,
총알에 맞거나 벌떼에 물려 그 자신도 죽을뻔했다.

 
그래도 자신의 냉철하고 신속한 판단으로 아르헨티나산 벌들이
지역에 유출되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여왕벌을 비교적 싼 값에 살 수 있는 아르헨티나산 벌들은
종종 벌에 대해서 잘 모르는 밀수업자들에 의해 밀거래가 되곤 한다.
몰래 양봉을 해서 꿀을 만들려는 농장주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친 유전자를 갖고 있어 꽃가루 받이에 적합하지 않은 
아르헨티나산 벌들은 꿀도 잘 모으지 않을뿐만 아니라 다른 꿀벌들을 공격하여
한 지역내의 꿀벌 생태계를 완전히 망가뜨린다.

이러한 아르헨티나 벌이 유출되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결과를 가져왔을 것이다.
관할 지역의 꿀벌 생태계를 지키지 못한 책임을 물어
자신의 밥줄이 잘렸을지도 모를 일이며,
아울러 자신에게 막대한 부수입을 가져다주는 밀봉업자들의 꿀벌들이
죽어나간다면 제이드 자신에게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주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TV에서는 인공합성 꿀 광고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광고를 바라보던 제이드는 문득 꿀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났다.

다 마신 맥주병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힘겹게 몸을 의자에서 일으켰다.
벽장속에 몰래 감추두었던 꿀단지를 꺼내어 꿀물을 한잔 진하게 타먹었다.
하루의 피로가 조금 가시는것 같았다.

 
역시 꿀맛이란 이런거야...

이 맛에 사람들이 그 비싼 돈을 주고서도 진짜 꿀을 사먹게 되지...

사람들은 뭐든지 금지시키고 못하게 하면 더 간절히 원하게 되고 거기에 탐닉하게 되는 법이니까...

 

 

다시 쇼파에 길게 걸쳐 누운 제이드는 잠시 후
근래에 드물게 깊고 달콤한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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